▲ 남태희의 골에 주먹을 불끈 쥔 벤투 감독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고양, 한준 기자] 파울루 벤투 감독의 첫인상은 과묵하고 강인한 외양이다. 터프한 수비형 미드필더로 2002년 한일 월드컵 포르투갈 대표 선수로 활약한 벤투 감독은 ‘포르투갈의 홍명보’로 비교하기도 했다. 

과거 지휘했던 포르투갈 대표팀, 올림피아코스, 충칭당다이리판 등에서도 베테랑 선수들과 충돌, 구단과 마찰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진 벤투 감독은 ‘강성’이라는 이미지가 있었다. 하지만 한국에 온 벤투 감독의 인상과 행보는 그와 정반대다.

벤투 감독은 기자회견장에서 무뚝뚝하게 정답을 말하고, 논란이 될 말을 엄격하게 피한다. 하지만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과 지내는 모습은 친근하고 밝다. 코스타리카와 경기를 앞둔 첫 소집 훈련에서 웃는 모습을 자주 보였고, 선수들을 칭찬하는 데 인색하지 않았다.

훈련 중에 틈이 나면 홀로 공을 가지고 트래핑하기도 했고, 선수들에게 지시한 훈련을 본인도 코치진과 함께하며 즐기기도 했다. 축구에 대한 그의 애정은 물론, 선수들, 코치진과 허물없는 모습을 보였다.

한국에서 감독과 코치의 관계는 상하 관계다. 감독과 선수의 관계는 사제 지간으로 표현된다. 유럽에서는 다르다. 나이 차이가 크게 나는 감독과 선수 사이는 사제 지간, 부자지간의 양상을 보이기도 하지만 대체로 한 팀에서 각기 다른 역할을 맡는 동료로 의견을 나누고 의기투합한다.

이런 점은 캐나다에서 자란 마이클 김 코치도 마찬가지다. 포르투갈 스태프와 한국 스태프, 그리고 한국 선수단의 통역과 가교 역할을 겸하는 마이클 김 코치는 벤투 감독과 편하게 의견을 주고받고 스킨십을 하며 친밀해졌다. 대한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서로 막힘 없이 의견을 나누고 어깨동무를 하고 이야기하는 등 한국 사회에 알려진 감독과 코치의 경직된 모습이 아니”라고 했다.

▲ 코치진, 선수들과 수평적으로 지내는 벤투 감독 ⓒ곽혜미 기자


벤투 감독은 함께 온 포르투갈 코치들보다 나이가 많지만 업무 분담과 의견 교환에서 수평적으로 일하고 있다. 수비수 장현수는 소집 훈련 기간 느낀 포르투갈 코치진에 대해 “각자 맡은 역할에서 자신감도 보이고 열정도 있다. 감독님도 따로 터치하지 않는다. 이런 시스템은 일본, 중국에서 겪어봤는데 확실히 긍정적이라고 생각한다”고 했다. 

미드필더 남태희도 “확실히 체계적으로 각자 분담해서 코치님들을 믿고 운동 맡기더라. 거기서 새로운 걸 느꼈다. 좋다”고 했다. 

선수들과 관계에 대해서는 이재성이 웃으며 말했다. 벤투 감독과 훈련장에서 자주 가까운 모습을 보여온 이재성은 “사진상으로는 봤을 때 강한 카리스마를 가진 인상이 남았는데 막상 와서 보니까 웃음도 많고 선수들에게 농담도 하고 잘 챙겨줘서 좋다”고 했다.

지동원은 “열정이 있으신 분이고 훈련 스케줄이 디테일하다”면서 “미팅할 때도 선수들에게 물으면서 같이 하는 스타일”이라며 팀 운영과 전략 구축 과정에서 선수들의 의견에 귀 기울이고 함께 만드는 감독이라고 했다. 벤투 감독은 겉보기와 달리 밝고 부드러웠다. 엄격하지만 권위적이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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