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득점 이후 세리머니를 하지 않고 울컼한 이창민(14번) ⓒ한국프로축구연맹
▲ 경기 후 믹스트존에서 이창민 ⓒ이종현 기자

[스포티비뉴스=인천, 이종현 기자] "죄송한 마음이 가장 컸고, 감사하다는 마음 말고는 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 것 같아요." 인천 유나이티드전 이후 믹스트존에서 이창민

2일 인천축구전용구장에서 열린 하나원큐 K리그1 2019 1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와 제주 유나이티드의 맞대결. 경기 1시간 전, 선발명단을 본 기자들 모두가 놀랐다. 제주의 미드필더 이창민이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기 때문. 

이창민은 지난해 11월 제주 서귀포시에서 운전 부주의로 반대편 차선에서 넘었고, 반대편에서 달려오는 차량과 출동하면서 사상자를 냈다. 1명이 죽고, 2명이 다치는 큰 사고였다. 

이후 부상 회복 그리고 자숙과 유족에 대한 진심 어린 사과를 위해 온 시간을 보냈던 이창민은 5개월이 지나고 그라운드를 밟을 수 있었다. 이창민의 진실된 마음을 믿은 사망자 유가족 그리고 부상자 가족 1명과 합의를 마쳤고, 나머지 부상자 1명과도 막바지 합의를 하는 과정이기에 가능했던 일이다.

이창민을 선발로 내보낸 조성환 제주 감독은 조심스러운 반응의 보였다. 조 감독은 "유족분들과 합의가 이뤄졌다. 나머지 한 분과도 합의를 하고 있다. 심리적으로 (이창민의 심리가) 안 흔들리는 것은 아니지만, 유가족 분들께서 축구선수로서 미래를 걱정해주시고 위로해주셨다. 흔들리지 않을 수가 없는 상황"이라고 설명하면서 "그러나 유가족 분들도 이창민 선수의 미래를 오히려 걱정해주시고 위로해주시더라. 더 나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봉사활동 등 사회공헌을 많이 해야 할 것"이라며 이창민을 투입하게 된 경위를 밝혔다.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이창민은 가벼운 몸놀림을 보였다. 전반 33분 오른쪽 측면에서 기습적인 무회전 슈팅을 시도했고, 인천의 정산 골키퍼의 손끝을 스치는 슈팅으로 팀의 선제골을 이끌었다. 이뿐만 아니라 경기 중 시도한 네 번의 슈팅이 모두 유효 슛이었다. 정산 골키퍼가 간신히 막아낸 슈팅들이었다. 경기 조율도, 패스도 모두 뛰어났다. 

이창민은 득점 이후에도 세리머니를 하지 않았다. 손만 잠시 불끈 쥐었을 뿐, 그리고 울먹였다. 그는 "조금 감정이. 많은 생각과 감정이 교차해서 울컥했던 거 같아요"라며 솔직한 심정을 말했다. 그는 "일단, 부상도 있었고 운동장에서 운동을 못 한다는 거에 '축구 선수가 아니다'는 기분이 들었고. 그 마음이었던 거 같아요"라는 당시 솔직한 마음을 고백했다. 

유족과 약속한 죄송하고 사죄하는 마음을 축구 선수로 더 나아진 활약을 펼치기로 한 약속을 한 이창민은 "죄송하고 감사한 마음 말고는 다른 감정이 들지 않는 것 같아요. 누구보다 열심히 해야 하고. 게으름 피우는 선수가 아니고 더 노력하는 선수로 2019시즌을 보내도록 하겠습니다"고 말했다. 

이창민을 옆에서 지켜본 같은 팀 베테랑 권순형은 "분명히 개인적으로 힘든 시간이었을 거고, 본인도 굉장히 힘들어하는 걸 옆에서 봤기 때문에, 옆에서 뭐라고 하기보다는 아무렇지 않게 평소와 같이 지내려고 노력했습니다. 오늘 (이창민이) 득점까지 해서 제가 넣은 건 아니지만 너무 기분이 좋았고, 위로해주고 싶었어요. 선배로서, (창민이가) 기분이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 거 같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요"라며 이창민을 응원했다. 

용서받기엔 큰 실수를 저질렀지만, 이창민의 진심을 알아준 유족은 그라운드 위에서 이창민이 축구 선수로 보답하길 바랐다. 이창민은 그라운드 위에서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될 것이며, 향후 봉사활동를 비롯한 사회활동도 말보다는 행동으로 보이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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