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콜롬비아까지 무너뜨린 벤투호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콜롬비아를 잡은 벤투호는 전,후반 운영이 확연히 달랐다. 상황에 맞게 적절한 변화로 승리를 지켰다. 전력이 열세인 팀이 강한 팀을 괴롭힐 수 있는 적절한 전략이었다.

한국은 26일 밤 8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와 친선 경기에서 2-1로 승리했다. 콜롬비아는 국제축구연맹(FIFA) 랭킹에서 12위를 달리는 강호. 2018년 러시아 월드컵에선 16강에서 잉글랜드에 패하며 무너졌지만, 2014년 브라질 월드컵에선 8강까지 올랐다.

전반과 후반의 경기 운영이 확연히 달랐다. 공격적으로 나선 후반 초반까지 득점을 만들면서 리드를 잡았다. 이후 체력이 떨어진 뒤엔 수비적으로 물러섰다가 역습을 펼치기를 택했다. 리드를 십분 살려 실리적으로 골을 추가하겠다는 의미였다.

"상대가 후방 빌드업을 시작하는 시점에서 압박을 빡빡하게 했다. 전반 30분까지는 한국이 우세한 경기를 했고 추가 득점도 가능했다. 전반 30분 이후에는 대등했다. 콜롬비아가 우리 진영에서 경기를 늘려갔다. 우리는 수비를 하다 역습을 했다. 힘든 경기를 했지만, 경기 결과는 공정했다. 콜롬비아가 측면을 활용해 위협했고 날카로웠지만, 마지막에 코너킥 기회를 빼면 콜롬비아에 명백한 득점 기회를 내주지 않았다" - 파울루 벤투 감독



한국은 전반 초반 강하게 압박을 가하면서 상대를 몰아쳤다. 손흥민과 황의조가 번갈아가면서 콜롬비아 수비수들을 압박했고, 황인범 역시 종종 적극적인 움직임으로 콜롬비아의 최후방을 흔들려고 했다. 풀타임 활약한 황인범은 "전반전에만 뛰고 나올 정도로 쏟아내고 나오자고 생각했다"면서 "상대도 압박에 당황해서 경기가 좀 잘 풀렸다"고 평가했다.

전반전은 강력한 압박으로 주도권을 틀어쥐었다. 한국은 전반전 내내 콜롬비아보다 좋은 기회를 많이 만들었다. 그 중심엔 역시 손흥민이 있었다. 손흥민의 가장 확실한 강점은 왼발, 오른발을 가리지 않는 득점력. 파울루 벤투 감독 역시 볼리비아전에서 손흥민을 지동원과 함께 투톱으로 기용하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내비쳤다.

전반 7분과 8분 손흥민이 과감한 슛을 시도하면서 기선을 잡았고, 전반 16분 손흥민의 선제골까지 이어졌다. 전반 19분 이재성의 패스를 받은 손흥민이 박스 안 오른쪽에서 슈팅했다. 반대편 골대를 강타했다. 홍철이 리바운드된 볼을 다시 밀어넣으려고 했지만 높이 떴다.

콜롬비아보다 우위에선 45분을 보냈다. 벤투호의 4-4-2에서 중원 조합은 다이아몬드에 가까운 형태였다. 좌우 측면에 배치된 이청용과 이재성이 깊은 곳까지 내려와 수비적으로 부지런히 도움을 줬다. 두 선수에게 쏠리는 부담이 컸지만 성실하게 팀을 위해 헌신했다. 이재성이 후반 15분, 이청용이 후반 24분 교체된 것 역시 체력적 부담 때문이라고 해석할 수 있다.

후반전 양상은 조금 달라졌다. 리드를 빼앗긴 콜롬비아가 후반 시작과 함께 하메스 로드리게스, 후반 13분엔 라다멜 팔카오를 투입했다. 전방에서 조용했던 알프레도 모렐로스와 두반 사파타는 경기장을 떠났다. 콜롬비아를 대표하는 두 스타플레이어가 들어오면서 콜롬비아의 공세가 강해졌다.

한국은 후반 3분 실점하고도 후반 13분 이재성이 한 골을 만회하면서 다시 리드를 잡았다. 본격적으로 선 수비 후 역습 전술로 전환하기 시작했다. 전반부터 개인 기량에서 앞선 콜롬비아를 괴롭히려면 체력 소모가 클 수밖에 없었다. 중원을 지킨 정우영은 "하지만 90분 동안 계속 그렇게 할 순 없다. 내릴 땐 확실히 내려서 4-4-2 블록을 만들고 역습을 노리려고 했다"고 설명한다.

이땐 포메이션상 형태에 변화가 생겼다. 황인범이 정우영 옆으로 내려와 좌우로 평행하게 섰다. 수비벽을 보호할 1차 저지선을 하기 위해서였다. 이재성과 이청용의 교체 아웃으로 생긴 자리는 권창훈과 나상호가 맡았다. 두 선수 모두 수비 가담도 잘하지만, 드리블러 성향을 가진 측면 공격수로 볼 수 있다. 체력이 좋은 선수들로 수비를 도와 리드를 지키면서도 역습을 더 적극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

콜롬비아가 경기 막판으로 흐를수록 주도권을 쥐었다. "후반에는 체력이 떨어지면서, 역시 콜롬비아는 강했고 1대1에서 조금 열세였다"는 정우영의 말대로, 개인 기량에서 밀리는 한국의 체력이 더 빨리 떨어졌다. 벤투 감독의 선택은 '버티기'였다. 후반 37분 공격수 황의조를 빼고 중앙 수비수 권경원을 투입해 5-4-1 형태로 물러나버렸다. 경기 막판 콜롬비아의 날카로운 크로스가 연이어 올라왔지만 최후방의 조현우의 선방이 팀을 구했다.

FIFA 랭킹 12위 콜롬비아를 잡은 자신감은 크다. 정우영은 "자신감을 더 얻을 수 있다. 앞으로 강팀이든, 아시아에서 우리보다 약한 팀을 만나든 전술적으로 많이 달라질 수 있다. 좋은 팀하고 하다보면 내성도 쌓일 것이다. 좋은 경험"이라고 밝혔다. 강팀을 상대로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었다는 뜻. 나름의 계획대로 경기를 운영한 한국은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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