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활짝 웃는 이강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 끝내 붉은 유니폼을 입고 경기에 나선 이강인을 볼 순 없었다. 그가 첫 대표팀에 소집돼 이동하고, 또 돌아가야 할 거리는 무려 2만 km. 지구 반대편을 오고가는 일정 속에서 분명 배워가는 것이 있다는 게 선배 선수들의 설명이다.

한국 축구 대표팀은 3월 A매치 기간에 이강인과 백승호를 선발했다. 22일과 26일 볼리비아, 콜롬비아와 차례로 평가전을 치러 각각 1-0, 2-1 승리를 거뒀다. 경기 결과 자체가 아슬아슬하기도 했으나, 가장 관심을 모았던 두 '새 얼굴'은 보지 못했다.

이유는 무엇일까? 파울루 벤투 감독은 꾸준히 대표 팀에 불러 기량 검증을 마친 선수들을 기용했다. 볼리비아전에서 황의조, 이승우, 이청용, 이진현을 교체로 투입했다. 콜롬비아전에서 권창훈, 나상호, 권경원을 교체 카드로 썼다. 예외로 칠 수 있는 선수는 권창훈 한 명이다. 뛰어난 특장점을 가지고 있었기에 가능했을 일이다.

애초에 벤투 감독은 27명을 뽑았다. 백승호, 이강인과 함께 소집된 미드필더 김정민 역시 관찰의 의미가 강했다. 김정민은 백승호보다도 어린 선수다. 어린 선수들을 쓰지 않아 '보수적'이란 비판이 나오기도 하지만, 동시에 유망한 선수들을 지켜보겠다고 강조했다. "젊은 선수들은 계속 관찰하겠다. 능력도 확인했지만, 소속팀에서 어떨지 지켜보겠다. 대표팀에서 보면서 더 알 수 있었던 기회였다."

▲ 벤치의 백승호, 그래도 재밌었다고. ⓒ곽혜미 기자

아직 출전 자체에 급하게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주장 손흥민의 설명이다. 이강인은 아직 10대 선수, 백승호도 20대 초반에 지나지 않는다. 20대 후반에 늦깎이로 대표팀에 승선하는 선수들도 있는 마당에 급할 것은 없다. 특히 두 선수 모두 프로 무대에 막 발을 내딛은 참이다. "많은 축구 팬들, (이)강인이나 (백)승호나 (이)승우를 좋아하는 많은 축구 팬들이 계실 것이다. 이 선수들이 대표 팀 훈련 캠프를 10일간 훈련하는 것만으로도 10일 동안 성장하는 게 보였다. 이 선수들이 앞으로 더 성장하게끔 하려면 기다림이 더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급하게 생각하면 미끄러지는 경우가 많다. 차분하게 이 선수들이 성장하는 걸 즐기고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면 알아서 선수들이 잘 할 거라고 생각한다."

그래도 얻어가는 것이 있다. 경기력 차원의 문제도 있지만 동기부여 차원이 강할 터. 팀 내 분위기 메이커로 백승호, 이강인을 챙겨주려고 했다는 김민재는 '오기'가 생겼을 것이라고 말한다.  "나이가 어리지만 프로 선수들이다. 각자 생각하고 있을 것이다. 어린 나이에 대표팀에 오는 것에 만족은 하지만, 경기 출전을 못하는 것엔 만족하지 않고 있더라. 워낙 잘하는 애들이라 할 말은 없지만 팀에 가서 준비를 더 잘할 것이고 오기도 생겼을 것이다."

믹스트존을 서둘러 빠져나간 이강인 외에 백승호의 목소리는 들을 수 있었다. 대표팀 합류 자체, 그리고 훈련 과정이 하나의 자극제가 됐다는 설명. 프리미어리그, 분데스리가 경험을 갖춘 손흥민, 이청용 등 베테랑들이 있기에 가능한 일이다. "정말 좋았다. 형들이 운동을 어떻게 하는지 봤다. 소속팀에 돌아가서 잘 준비해야 한다. 소집 첫날 운동 당시 (이)청용이 형이 짧게 조언을 해줬다. (정)우영이 형, (손)흥민이 형도 마찬가지였다. 팀 운영을 알았다. 더 많은 준비가 필요하다. 모든 선배가 좋더라. 이제는 소속팀에서 경기를 뛰는 것이 중요하다."

이제 1만 km에 달하는 '귀갓길'에 올라야 한다. 눈에 띄게 손에 쥐고 가는 것은 없지만, 마음 속엔 묵직한 과제를 안고 갈 것이다. 하지만 경기장을 가득 채운 붉은 함성 속에서 뛰고 싶다는 열정과 그것을 위해 어떻게 해야 할지 스스로 고민하며 돌아갈 것이다. 그리고 그것이 성장의 밑거름이 될 것이다.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