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축구장을 즐기는 방법은 많다. ⓒ이강유 기자
[스포티비뉴스=서울월드컵경기장, 유현태 기자/이강유 영상 기자] 한국 축구 대표팀이 3월 A매치에서 볼리비아와 콜롬비아를 연파하며 2연승을 달렸다. 지난 1월 아시안컵 실패를 딛고 카타르 월드컵을 향해 힘차게 발걸음을 옮긴다.

하지만 2연승이란 결과만큼 중요한 것이 있다. 바로 경기장을 가득 채운 팬들이다. 22일 울산문수구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전에서 4만 1117명,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콜롬비아전에선 6만 4388명 관중이 찾았다. 이번 2연전을 포함해 국내에서 열린 A매치가 6연속 매진되는 진기록을 세웠다.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최종 예선 당시 중국, 카타르에 패하면서 '팬심'은 짜게 식었다. 경기장에도  불과 2년 전인 2017년 3월 시리아전 관중은 3만 352명. 콜롬비아전과 같은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경기를 치르고도 절반도 채우지 못했다. 하메스 로드리게스, 라다멜 팔카오가 포함된 콜롬비아와 시리아의 차이도 고려해야겠지만 분위기가 바뀐 것은 확실하다. 볼리비아에도 스타플레이어가 없는 것은 마찬가지다. 이제 경기장엔 빨간 물결이 치고 있다. 대체 어떤 변화가 있었던 것일까.

한국 축구의 열기엔 여성 팬들의 증가가 중요한 이유다. 서울월드컵경기장 내 MD샵을 운영하는 풋볼팬타지움 관계자는 "월드컵 전까진 가족 단위 고객들이 많았다. 아시안게임 이후엔 고객의 70% 이상이 여성 팬이다. 함께 경기장을 찾는 연인들의 숫자도 상당하다"고 설명한다.

젊은 선수들이 팬심을 사로잡았다. 풋볼팬타지움 관계자에 따르면 토트넘에서 연일 득점포를 가동한 손흥민은 가장 많은 유니폼 마킹을 기록하는 선수다. 이승우 역시 인기가 많다. 새로 뽑힌 백승호 역시 이번 3월 A매치 기간부터 인기를 끌었다. 여기에 김민재, 황인범, 김문환 등 아시안게임 금메달 멤버들 역시 인기 상승의 한 요소로 꼽힌다.

▲ 팬들의 손엔 굿즈가 들려있다. 대표팀의 아이돌화? ⓒ이강유 기자

'축구' 자체를 즐기는 것 이상으로 '축구장'을 즐기는 것이 중요해졌다. 직접 축구를 하는 인구는 남자의 비중이 높다. 하지만 축구 경기장을 찾는 것은 다른 문제라는 것. 콘서트장을 찾는 이들이 모두 노래를 잘 부르지 않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기념 사진을 찍거나, 굿즈를 구입하며 경기 전부터 즐기는 것이 하나의 관람 문화다. 경기 두,세 시간 전부터 경기장은 팬들로 북적인다. 이미 킥오프 2시간 전 입장하는 두 여성팬 남세희, 김진아 씨는 26번과 27번이 마킹된 한국의 흰색 어웨이 유니폼을 입고 있다. 경기장을 빠르게 찾은 이유를 묻자 김진아 씨는 "MD 상품을 구매하러 일찍 왔다"고 대답한다.

또 다른 여성팬 조승희, 윤진 씨 역시 느긋하게 MD상품을 구매하고 경기장 분위기와 선수들 워밍업까지 지켜보려고 경기장을 일찍 찾았다. 윤진 씨는 "제 친구는 일찍 왔어요. 오후 1시쯤? 저는 좀 늦게 와서 4시 반 정도요. 굿즈부터 사고 선수들 몸 푸는 것부터 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데이트 코스로서도 가치가 있다. 조운엽-김지원 커플은 평소에도 축구를 좋아해 K리그 경기장을 자주 찾는다. 두 사람은 전북 현대와 수원 삼성을 각각 응원한다. 축구장을 재미있게 즐기는 방법을 묻자 조운엽 씨는 "맛있는 것을 사서 경기 보는 것을 좋아한다"고 대답한다. 손에는 친구 커플과 함께 경기를 즐기면서 입을 심심하지 않게 해줄 주전부리가 가득하다.

사진 촬영도 빼놓을 수 없는 코스다. 경기장을 배경을 찍거나, 포토존에서 손흥민, 이승우가 서있는 판과 함께 사진을 찍는다. 경기 관람과 함께 추억을 남기는 것은 필수다.

▲ 승리의 기쁨을 나누는 주장 손흥민 ⓒ곽혜미 기자

그리고 마지막은 역시 경기력이다. 아시안컵에서 부진했다지만 한국은 벤투호 출범 뒤 9승 4무 1패를 따냈다. 우루과이와 콜롬비아를 꺾었고 칠레와 비겼다. 보수적인 운영이란 비판 속에서도 패스를 중심으로 공격적인 전술을 유지하는 파울루 벤투 감독의 스타일도 보는 맛이 있다. 벤투호가 무득점으로 마친 경기도 단 3번 뿐. 홈 경기는 칠레전 1번이다.

상전벽해. 뽕나무 밭이 바다로 변한다는 뜻이다. 한국 축구의 풍경도 2년 새에 확 바뀌었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을 반도 채우지 못하던 때가 오래 전이 아니다. 경기장에서 112데시벨에 이르는 뜨거운 응원이 쏟아진 것도 근래의 일이다. 한국 축구가 지금의 분위기를 그대로 이어 가기 위해 노력을 기울여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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