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 '강변호텔' 스틸. 제공|전원사
[스포티비뉴스=이은지 기자] 홍상수 감독의 23번째 장편영화 '강변호텔'은 죽음을 예상하고 오래 전 연락을 끊은 두 아들과 시간을 보내는 한 남자, 연인에게 배신당한 후 외로운 마음을 지인에게 위로받는 한 여자의 이야기다. 두 사람의 모습은 홍상수 감독 개인적인 이야기가 깊게 담겼다.

시인 영환(기주봉)은 호텔 주인의 배려로 강변의 한 호텔에 공짜로 투숙 중이다. 그러던 어느 날 불연듯 자신이 죽을 것 같다는 것을 느끼고 오래 전 연락을 끊은 두 아들 경수(권해효)와 병수(유준상)를 자신이 있는 호텔로 부른다. 방으로 올라오겠다는 경수를 한사코 만류하며 호텔 커피숍에서 마주한다.

상희(김민희)는 최근 함께 지내던 연인에게 배신을 당했다. 배신이라는 표현이 맞는지는 모르겠지만, 다시 자신의 아내에게 돌아갔다. 상희의 아는 언니 연주(송선미)는 그를 위로하기 위해 강변의 한 호텔로 향한다. 상희가 원하는 "달콤한 것"을 사들고 그의 방을 찾아 따뜻하게 위로한다.

▲ 영화 '강변호텔' 스틸. 제공|전원사

두 무리의 대화 주제는 사랑이다. 한 식당 등을 지고 앉아 각자의 이야기를 늘어 놓는다. 두 아들이 어렸을 때 사랑을 찾아 집을 떠났다. 오랜만에 마주했지만 두 아들에게 그 때 일은 여전히 상처로 남았다. 술 기운이 오른 병수는 아버지에게 "왜 우리를 떠났냐"고 따졌고, 영환은 "미안으로 함께 살수는 없다. 사랑을 따라가게 된다"고 변명을 늘어 놓는다.

영환은 경수의 입을 통해 자신이 버린 아내의 생각을 듣고 싶어 한다. 영환은 "엄마가 내 욕은 안하더냐"고 묻고, 경수는 "욕은 하지 않았다. 그냥 인간이 아니다더라. 인간이 아니라 괴물이다. 좋은 점은 하나도 없다고 했다"며 독설을 쏟아낸다. 그 말을 들은 영환은 스스로의 죄의식을 덜어낸 듯한 표정을 짓는다.

가정이 있는 남자와 사랑을 했고, 결국 배신을 당한 상희는 그를 원망하지 않는다. 자신이 해줬던 된장찌개를 좋아했다고 회상하지만, 돌아가서 행복하면 됐다는 식이다. 심지어 "이해한다"는 말로 연주를 화나게 만든다. 연주는 그런 상희를 안타깝게 바라보면서도 따뜻하게 보듬는다. 

▲ 영화 '강변호텔' 스틸. 제공|전원사

이 두 사람은 "진솔하게 사랑하는 사이"라고 밝힌 실제 홍상수 감독과 김민희를 떠올리게 한다. 현재 진행형이 아닌, 아주 멀수도, 어쩌면 아주 가까울수도 있는 미래에 대한 이야기처럼 느껴진다. 이들이 이야기하는 사랑은 어떤 사람에게는 솔직하게 들릴 수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에게는 '궤변'으로 들릴만 하다.

흑백 화면을 뒤덮은 눈은 눈이 시리도록 아름답지만, 그 안에 이들의 이야기는 궤변과 변명으로 가득하다. 영화 '밤의 해변에서 혼자'부터 이어진 그런 종류의 이야기다. 27일 개봉. 15세관람가. 러닝타임 95분.

yej@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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