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DGB대구은행파크 좋지요!"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가 그라운드에서 미소짓고 있다.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2019 K리그1 초반 흥행을 끌고 가는 팀은 전북 현대도 수원 삼성, FC서울도 아니다. 시민구단 대구FC가 전국적인 관심을 받으며 흥행 구단으로 자리잡고 있다. 3월 개막전 컨벤션 효과를 넘어 프로야구가 개막하고 프로농구, 배구가 플레이오프로 향한 4월에도 기세가 대단하다.

흥행의 중심에는 디지비(DGB)대구은행파크(K리그, FA컵), 포레스트 아레나(아시아축구연맹 챔피언스리그)로 불리는 축구전용경기장이 있다. 대구시민운동장 부지에 건축한 경기장은 4경기 매진으로 전용경기장 효과를 톡톡히 보고 있다.

전용구장 탄생에는 한 축구인의 집념이 있어 가능했다. "힘들 때가 승부다"라고 외치는 조광래(65) 대구 대표이사의 굳은 마음이 K리그에는 영원한 과제로만 남을 것 같았던 '매진'을 현실로 만들고 있다.

성남FC와 K리그1 6라운드를 하루 앞둔 지난 5일 DGB대구은행파크 사무국에서 만난 조 대표는 "뭘 보고 싶어서 대구까지 왔느냐"며 특유의 반가움을 표현했다. 경남 진주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숱한 좌절과 영광을 마주했고 대구에서 축구 인생의 후반부를 불태우고 있는 셈이다.

'대팍'으로 줄여 부르는 DGB대구은행파크는 관람 여건이 최상이다. 경기장과 관람석 사이의 거리가 7m로 가까운 것은 많이 알려져 있다. 어느 위치에서 보더라도 선수들의 목소리를 생생하게 들을 수 있다. 시야 장애석이 없는 셈이다. 경기장을 잘 지었다는 소리가 당연히 나온다.

"선수, 지도자를 거치면서 정말 많은 경기장을 경험했다. 여러 경기장 중에서도 최고라고 자부한다. 국내에서 흔하지 않은 도심 속 경기장이다. 그라운드 터치라인과 관중석 사이가 7m에 불과하다. 선수들은 물론 관중들이 받는 느낌은 분명 다를 것이다. 축구 관람에 최적화된 경기장을 지으려 시야각까지 신경썼다. 여러 경기장을 직접 둘러보고 얻은 지식으로 설계 단계에서부터 최적의 시야각을 결정해 지었다."

6만 6000여석의 대구 스타디움은 종합경기장이다. 1만명이 넘게 와도 텅텅 비어 보였고 경기 분위기도 산만했다. 조 대표도 모르지 않았기 때문에 축구전용경기장 건축에 욕심을 낸 것이다. 화제가 된 알루미늄 바닥을 발로 치며 응원해 소리의 맛을 보는 '쿵쿵골' 응원도 명물로 자리잡았다.

"대구스타디움의 가장 큰 불만은 시야였다. 이제는 대구 시민들에게 축구를 가까이에서 보여줄 수 있어 자랑스럽다. 알루미늄 바닥도 자랑거리다. 팬들이 몸을 움직이면서 축구 관람이 가능하다. 전 관중이 응원 유도에 맞춰 발을 구르는 방식이다. 재미는 물론 상대팀 선수들에게 위압감을 줄 수 있다."

▲ "잔디도 이 정도면 훌륭하고 관중석도 그라운드와 가깝고..." 조광래FC 대표이사는 DGB대구은행파크 홍보에 열을 올렸다.

4경기를 치르면서 흥미로운 부분은 코너 부근 철제 출입문 사이로 입장권을 구하지 못해 좌절한 일부 관중이 90분 내내 서서 지켜본다는 점이다. 그라운드 잔디 통풍과 구급차의 빠른 이동을 위해 출입문을 만들었는데 절묘하게도 '또 다른 관중석'이 된 셈이다.

"사실 신경쓰지 않았던 부분이다. 그런데 경기를 치르면서 입장권을 구매하지 못한 팬들이 그곳에 서서 보고 있더라. 처음에는 막아야 하나 싶었는데 그렇게 하지 않기로 했다. 얼마나 축구가 보고 싶었으면 그곳에서 서서 보겠는가. 다리도 아플 텐데 대단한 열정 아닌가. 반대로 생각했다. 서서 보면서 '아! 다음에는 꼭 예매해서 관중석에서 축구를 봐야겠구나'하는 마음을 먹지 않을까. 그러면 대구가 원하는 예매 문화가 확실하게 정착하리라 판단했다."

그래서 관중 수용 규모를 1만 2000여석으로 정했다. 예매하지 않으면 매진된다는 압박감을 어떻게든 느끼게 해서 입장권의 가치를 높이는 것이다. 향후 상황에 따라 3000석 증축 가능성을 열어뒀지만, 일단 1만 2000여석의 틀은 유지된다.

"축구라는 콘텐츠의 가치를 높이고 싶었다. 영화나 콘서트처럼 제값을 지불하고 예매해야 볼 수 있는 콘텐츠 말이다. 그런 문화가 정착되는 것이 필요하다. 무료 입장권도 폐지했다. 똑같은 1만 관중이 오더라도 대구 스타디움과 대팍에서 느끼는 열기는 분명 다르다. 와보신 분들이 모두 느꼈을 것이다."

대팍은 여러 조건이 맞아떨어졌다. 대구시민운동장에서 야구장이 시 외곽으로 옮겨 '삼성라이온즈파크'로 재탄생하면서 시민운동장 부지를 어떻게든 활용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됐다. 마침 축구전용구장의 필요성을 느낀 대구 구단도 목소리를 내기 시작했다. 조 대표는 2014년 9월 대구 구단을 책임진 뒤 대구광역시청 청사 문턱이 닳도록 오가며 구단주인 권영진 시장과 대화를 나눴다.

"대구에 축구를 잘하기 위한 인프라가 필요하다는 느낌이 들었다. 전용구장은 어려워도 훈련 시설과 선수들이 마음 편하게 쉴 수 있는 클럽하우스와 유망주를 육성하기 위한 유소년 축구센터는 필수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했다. 차근차근 하나씩 마련했고 전용구장이 탄생했다. 이제 5월께 클럽하우스가 완공되면 대구 구단이 필요한 모든 것을 이룰 수 있을 것 같다."

자연스럽게 경기장 주변 분위기도 달라졌다. 경기장 인근 아파트 매매가도 개장 전(올 1월)과 비교해 4월 현재 평균 2~3000만 원 정도가 올랐다. 전세도 마찬가지다. 한 부동산 업자는 "경기장이 생기고 향후 주변이 공원화되니 소위 '숲세권'이 만들어진다. 인근에 대형 할인점도 있고 시내와도 가까우니 살기좋은 동네가 됐다고 봐야 한다. 주변 아파트 입주 문의가 많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 지난 6일 DGB대구은행파크에서 열린 대구FC-성남FC 경기는 4경기 연속 매진됐다. 전광판 아래 철문 밖에서 경기를 지켜보는 관중이 보인다. 표를 구매하지 못해 벌어진 현상이다.

다른 부동산 업자는 "야구처럼 일주일에 사흘 연속으로 장시간 하는 것이 아니라 조금만 참으면 된다는 인식이 있다. 그래서 집값이 상승하고 아파트 건설도 긍정적이다. 경기장 인근에 주상복합 아파트가 들어선다. 보행 환경 개선 등 모든 여건이 좋아지고 있어 더 그렇다"고 덧붙였다.  

가격이 오른 것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야간만 되면 어두웠던 분위기가 밝게 바뀌면서 주거 여건이 개선됐다. 카페 거리가 형성되고 신규 개업하는 음식점도 생겼다. 대구시의 도심 재생 프로젝트에 경기장이 일부 기여하고 있는 셈이다. 

"경기장이 개장하고 아직 시끄럽다는 민원을 들어보지 못했다. 지붕을 씌운 것이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고 봐야겠다. 예전에는 민원이 꽤 많았다고 한다. 그런 점에서 정말 기분이 좋다. 경기장에 속속 입점하고 있는 상점들이 본격적으로 영업에 나서면 아마 더 명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주변에도 좋은 영향력을 미친다면 그저 감사한 일이라고 본다."

경기장이 좋아도 경기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매진과 연결되기 힘든 것이 사실이다. 공교롭게도 대구는 지난해를 기점으로 경기력이 좀 더 좋아졌다는 평가다. FA컵에서는 울산 현대를 꺾고 우승을 차지했다. 선물로 올해 ACL 출전권을 받았다. 김대원 김진혁 정승원 홍정운 등 국내 선수와 세징야 에드가 두 브라질 출신 외국인 선수가 골키퍼 조현우와 함께 대구를 아시아에 알리고 있다. 경기장+경기력 두 콘텐츠의 시너지 효과를 조 대표는 어떻게 느끼고 있을까. 

②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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