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구FC 선수들입니다." DGB대구은행파크 본부석에 설치된 선수들의 손과 발 동판 프린팅 앞에서 자세를 잡은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이성필 기자

<①편에서 계속>

[스포티비뉴스=대구, 이성필 기자] "아이고, 선수들 지켜야 하는 게 참 힘든 일입니다." 

대구FC는 두껍지 않은 선수단으로 시즌 초반 놀라운 행진을 이어가고 있다. K리그1에서는 2승3무1패, 승점 9점으로 5위를 달리고 있고 첫 출전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조별리그에서는 2승1패로 예상 이상의 순항을 이어가고 있다. 10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 원정에서 0-2로 패했지만, 광저우 에버그란데(중국)를 3-1로 이기고 멜버른 빅토리(호주) 원정에서 3-1로 이긴 것은 놀라운 성과다.  

이는 관중 증가로 이어졌다. 지난해 초반 3경기 대구 총관중 수는 1만 5488명, 평균 관중 수 5163명이었다. 하지만, 올해는 3경기에 3만5061명이 들어왔다. 평균 1만1687명이다. 두 배가 넘는다. 

집약된 경기장 구조는 선수들이 경기마다 죽기 살기로 뛰게 만든다. 관중의 함성이 그라운드로 내려치니 대충 뛸 수 없다. 주심의 경기 종료 호각이 울리면 그라운드에 쓰러져 거친 숨을 몰아쉬는 선수들을 보는 일도 쉽다. 관중석과 그라운드 사이의 거리가 7m니 숨길 이야기도 없다. 온전히 모든 것을 경기에 바친다. 

선수들이 경기마다 완전 연소하는 것은 비교적 젊기 때문이다. 지난 6일 성남FC와 K리그1 6라운드에 출전한 선발진 평균 연령은 23.8세다. 부상으로 빠진 에드가를 포함한 12명의 평균 연령은 24.5세다. 서른두살인 에드가가 평균 연령을 올려도 젊은 편이다. 국내 선수들보다 외국인들이 30대라는 점이 더 흥미롭다. 성남전을 하루 앞둔 5일 DGB대구은행파크 내 사무국에서 만난 조광래 대표이사는 가감없는 현실을 이야기했다. 

"지금 선수단이 41명인데 냉정하게 말해 1군 선수단으로만 보면 24명 정도다. K리그만 하면 문제없는데 ACL까지 병행하고 있으니 부족한 느낌이 있다. 왜 그러냐면 R리그도 운영하고 있으니 가능성 있는 선수 선발이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부상 선수가 생기는 등 변수가 있다. 더 뽑고 싶은데 그러려면 결국 돈 문제로 귀결되지 않나." 

그래서 선수들의 멀티포지션 소화는 기본이다. 선수층이 두껍지 않은 구단의 어쩔 수 없는 현실이다. 육성해 팔아 남는 돈으로 가능성있는 선수를 다시 데려오는 선순환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대구는 충분하지 않은 재정 형편으로 뛰어난 선수를 영입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렇지만, 그동안 꾸준한 훈련과 노력으로 팀 경쟁력을 확보해왔다. 세징야, 에드가 등 지난해 주축 선수들을 지켜 재계약에 성공했고 부상이나 입대로 빠진 선수가 아니라면 계속 품고 간다. 지난해 후반기부터 선수들의 개인 능력이 향상됐고 팀의 경기 운영 능력도 좋아졌다. 부상 등 변수 최소화를 위해 컨디션 관리에 애쓰고 있다."

▲ 10일 산프레체 히로시마(일본)와 2019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3차전 원정 경기에 선발 출전했던 김진혁 ⓒ한국프로축구연맹

5라운드 인천 유나이티드전 2골1도움, 성남전 1골을 기록했던 김진혁은 대표적인 사례다. 185cm 장신인 공격수 출신 김진혁은 대구 입단 후 조 대표의 권유로 수비수로 전환했다. 에드가가 부상하면서 김진혁을 공격수로 내세웠는데 승점 4점을 벌어줬다. 

"(4라운드) 경남FC전에 선발 출전했었는데 다소 부진했다. 다음날인 일요일에 경기에 뛴 선수들은 휴식이었고 안 뛴 선수는 오전에 훈련한다. 일부러 훈련에 나오라고 했다. 나 역시 같이 나가서 몸을 풀면서 김진혁에게 말을 건넸다. 인천전을 앞두고 부담을 갖길래 '(김)진혁아. 오늘 경기는 네 마음대로 뛰어라. 문전에서 걸리면 그냥 시원하게 슈팅을 시도해라'고 했다. 과거에 중거리 슈팅으로 골을 넣는 등 슈팅력도 있어서 그렇게 했는데 운 좋게 통하더라." 

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팀 감독까지 했던 조 대표의 혜안이 빛을 낸 부분이다. 최고경영자(CEO)로서 장점이 발휘되는 부분이다. 일부에서 안드레 감독의 권한을 침해하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있지만, 선은 분명하게 지킨다. 안드레 감독이 하지 못하는 부분, 특히 한국 선수들의 마음을 더 잘 알기 때문에 심리적인 부분을 파고들었다. 

"숭실대에서 공격수로 뛰었기에 뽑았다. 하지만, 외국인 공격수가 있어서 2016년 내셔널리그 울산현대미포조선으로 보냈다. 중간마다 보고를 받았는데 공격수로 여전히 약하다더라. 그래서 '이정수 사례'를 들어 김진혁을 유혹했다. 안양 시절 경희대 공격수였던 이정수를 드래프트 1순위로 선발한 뒤 '선배인 김호, 김정남도 공격수로 뛰다 수비수로 전환해 성공했다. 헤딩력도 있고 몸싸움도 되니까 수비수를 해보라'고 했다. 수비 개념만 가지면 된다고 했더니 '해보겠다'더라. 그래서 성공했다." 

김진혁도 '골 넣는 수비수' 이정수에게 설득했던 방식 그대로 따라갔다. 그랬더니 곧바로 수긍했단다. 

"헤딩력도 있고 장신인데 스피드도 있다. 수비에 대한 개념만 확실하게 가지면 충분하게 할 수 있을 것 같더라. 중앙 수비수로 전환할 수 있겠더라. 플랫4 수비면 조금 그렇지만, 대구가 플랫3 수비를 활용하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뚫려도 뒷공간 수호가 가능한 자원이 있지 않나. 그랬더니 '하겠다'더라. 당시 안드레 감독에게 2군으로 내려보내지 않고 1군에서 수비 연습만 시키라고 했다. 중심을 낮추는 것이 필요해 연습이 끝나면 10분 정도 잔디를 뽑는 연습하라고 권유했다. 그러면 중심축이 낮아지기 때문이다. 민첩성도 더 생기고 방향 전환도 유연해진다. 그것은 혼자 할 수 있으니 해보라고 했다. 그랬더니 괜찮더라. 수비수로 잘 활용했다." 

지난해 개막을 앞두고 외국인 선수 구도가 묘하게 요동친 것도 김진혁에게는 행운이었다. 에반드로가 FC서울, 주니오가 울산 현대로 떠났다. 장신 공격수가 부족한 상황에서 김진혁에게 공격수 훈련도 시켰다. 재미있게도 올해도 같은 훈련을 했고 에드가가 부상인 상황에서 김진혁이 대타로 괜찮은 성공을 알렸다. 

▲ DGB대구은행파크 벤치에 앉아 그라운드를 바라보며 웃고 있는 조광래 대구FC 대표이사 ⓒ이성필 기자

일본 출신 츠바사나 지난해 초까지 부리람 유나이티드(태국)에서 뛰며 전북 현대와 ACL 16강 1차전에서 골을 넣었던 에드가도 조 대표의 선수 보는 눈이 바탕이 됐다. 

"츠바사 참 잘하지 않나. 슬로바키아에 있다길래 강화부장에게 연결 방법을 찾아보라고 했다. 참 패스가 기가 막힌다. 에드가도 마찬가지다. 전북을 상대로 개인기를 발휘해 골을 넣을 정도면 괜찮은 선수라고 생각했다. 당장 강화부장에게 부리람으로 날아가 보라고 했다. 다수 K리그 구단의 입질이 있더라. 그래서 에드가의 브라질 현지 에이전트와 접촉했다. 마침 부리람에서도 ACL에서는 골맛을 봤지만, 리그에서는 다소 애매한 상황이더라. 구단주가 다른 외국인 선수를 영입하고 에드가를 명단에서 뺏더라. 그래서 부리람이 연봉 50%, 대구가 50%를 지급하기로 하고 영입했다." 

에드가나 세징야 모두 대구에서 은퇴하라고 못을 박았다. 3년 계약을 해놓았지만 다른 마음을 먹지 않는 이상 사실상 종신 계약이나 마찬가지다. 

"둘다 나이가 30대다. 에드가에게는 그랬다. '대구 살기 좋지 않나. 이제 사우디아라비아 등 멀리 돌아다니지 말고 대구에 정착하라'고 했다. 가족도 대구를 좋아하더라. 복잡한 서울보다는 낫지 않나. 3년 계약하고 대구에서 은퇴하라고 했더니 바로 계약서에 사인하더라. 세징야도 그렇다. 아내가 여자 축구선수더라. 유소년 지도를 하는 것이 낫지 싶어서 권유했다. 안드레도 감독 하는데 너라고 (대구에서 코치나 그 이상을) 하지 말란 법 있냐. 지금부터 아내와 한국어 공부를 하라고 했다. 아내가 마침 브라질 생활을 싫어하는 것 같더라. 그래서 더 강하게 밀었더니 알았다더라." 

어쨌든 조직력이 탄탄해진 것은 사실이다. 쉽게 무너지지 않는 팀이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잘 버티면서 좋은 경기력, 성적, 마케팅을 함께 가져가는 것이 중요하다. 과연 대구는 구상대로 갈 수 있을까. 

③편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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