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동준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정철우 기자]키움 김동준은 최고의 백업 선발투수다. 선발이 구멍날 때마다 최고의 투구로 빈자리를 확실하게 메꾸고 있다. 전천후 등판을 하며 팀 내 최다인 6승을 기록하고 있다.

김동준의 임무는 한계를 가리지 않는다. 에이스 브리검이 부상으로 빠졌을 때도 이승호 최원태 안우진이 휴식이 필요할 때마다 그는 선발로 등판하며 빈자리를 메웠다. 모든 선발투수의 비상 상황일 때마다 그가 마운드에 올랐다는 뜻이다.

효과는 200%였다. 그는 불펜과 선발을 가리지 않고 18경기에 등판해 6승3패2홀드, 평균 자책점 4.94로 선전하고 있다. 임시 선발로 등판한 경기에서도 최소 4이닝 이상을 버티며 팀이 싸울 수 있는 기회를 안겨 줬다.

2일 광주 KIA전에서도 김동준의 역투는 빛났다. 김동준은 5.2이닝 6피안타 4볼넷 3탈삼진 3실점으로 호투하며 승리투수가 됐다. 볼넷이 다소 많기는 했지만 위기마다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 내며 효율적인 투구를 했다.

흥미로운 것은 김동준의 볼 배합이다. 김동준은 포심 패스트볼을 사용하지 않는다. 그의 패스트볼은 100% 투심 패스트볼로 채워지고 있다.

한 경기를 치르는 동안 똑바로 오는 공은 1개도 없다고 봐도 좋을 정도다. 그만큼 볼 끝의 변화를 심하게 주고 있다.

2일 광주 KIA전도 마찬가지였다. 김동준은 포심 패스트볼을 1개도 던지지 않았다. 물론 포심 패스트볼도 변화는 있다. 하지만 변화를 염두에 두고 던지는 구종은 아니다.

대신 빠른 공이 필요할 땐 투심 패스트볼을 썼다. 모든 공이 타자 얖에서 변화를 일으켰다는 걸  뜻한다.

보다 정확히 표현하자면 투심 패스트볼은 변화구가 아닌 패스트볼 계열의 공이다. 하지만 김동준의 투심 패스트볼은 움직임이 크다. 거의 변화구와 같은 움직임을 갖는다.

그가 슬라이더와 커브를 많이 섞으면 섞을수록 투심 패스트볼의 힘은 커질 수 밖에 없다. 우타자 기준으로 몸 쪽으로 변화를 일으키는 투심 패스트볼은 좌타자를 상대로도 바깥쪽 승부를 잘 할 수 있는 방법이 된다.

2인 광주 KIA전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날 김동준은 109개의 투구수 중 44개를 투심 패스트볼로 던졌다.

최고 구속은 149km까지 찍혔고 평균 구속도 144km에 달할 만큼 빠르고 힘 있게 변화했다.

스트라이크와 볼 비율은 26:18로 아주 이상적이지는 않았지만 투심 패스트볼도 KIA 타자들의 방망이를 이끌어 내는 데는 충분한 수치였다.

똑바로 날아오는 공이 없다는 건 투수들에게 분명한 장점이다. 빠른 공을 노리고 들어오더라도 마지막에 공에 변화가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맘 놓고 스윙하기 어려운 환경은 김동준 스스로 만들어 가고 있다고 할 수 있다.

김동준은 일반적인 불펜 투수들에 비해 상대할 기회가 많지 않다. 때문에 변화가 심한 볼 끝은 그의 중요한 무기가 될 수 있다. 타자들이 하나만 노리고 들어오기 어렵게 만들기 때문이다.

키움은 타 구단에 비해 여유 있는 선발진 운영을 하고 있다. 시즌 후반까지 강세를 이어 가기 위한 방책이다. 김동준이 아니었다면 구상하기 힘든 전략이다. 김동준의 현란한 볼 끝은 키움의 과감한 승부수를 가능하게 하고 있다.

변화가 심한 김동준의 볼 끝은 키움이 보다 여유 있는 선발 로테이션 운영을 하면서도 크게 뒤처지지 않을 수 있는 최고의 동력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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