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군 첫 등판에서 나쁘지 않은 성적과 그 이상의 강한 인상을 남긴 SK 이케빈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이케빈(27·SK)은 2016년 삼성의 2차 2라운드(전체 11순위) 지명을 받고 화려하게 데뷔했다. 독특한 경력에 지명 순위도 높았다. 자연히 큰 관심이 몰렸다. 2016년 전지훈련 당시 삼성 선수 중 가장 큰 기대를 모은 선수가 바로 이케빈이었다.

그러나 프로 생활은 순탄치 않았다. 이케빈은 신인 시즌 어깨 부상으로 재활에 매달렸다. 2년 차에는 큰 시련도 있었다. 얼굴에 타구를 그대로 맞았다. 한 시즌을 거의 다 날려버린 대수술을 받았다. 이케빈은 “당시 얼굴에 공을 맞을 때는 아무런 반응을 하지 못했다”면서 “야구를 다시 할 수 없을 것이라 생각했다”고 떠올렸다.

그런 이케빈은 여전히 몸으로 날아오는 공에 트라우마가 있다. 공교롭게도, 하필 1군 첫 등판이라는 중요한 날에 다시 공이 날아왔다. 3회 2사 주자 없는 상황에서 이정후의 강한 타구가 투수 옆을 스쳐 지나갔다. 이케빈은 오른손에 맞고 외야로 나갔다. 손혁 SK 투수코치와 박창민 트레이닝 코치가 곧바로 마운드를 방문했다. 오른손이라는 점에서 교체를 염두에 둬야 했다.

그러나 이케빈은 교체 의사를 묻자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손 코치의 계속되는 질문에도 마찬가지 대답이었다. 결국 이케빈은 3회를 무실점으로 막았다. 후유증으로 4회부터 제구가 안 돼 결국 마운드를 내려가야 했지만 3이닝 1실점, 결과는 나쁘지 않았다. 팀도 2-1로 역전승했다. 이케빈은 "팀이 이기면 된다"고 했다.

이날이 1군 첫 등판이었던 이케빈은 “이런 기회가 자주 오지 않는다”면서 “죽어도 3회에는 빠지기 싫었다. 손에 아무런 느낌이 없었고, 내려가고 싶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케빈의 성품을 아는 지도자들도 “4회에 올라올 것 같았다”고 했다. 김경태 SK 퓨처스팀(2군) 코치는 “워낙 투지가 좋은 선수다. 4회 등판을 예상했다”고 말했다.

이케빈은 미완의 대기였다. 빠른 공을 가지고 있지만 항상 제구가 불안했다. 삼성도 공을 들였으나 결국 포기했다. 지난해를 끝으로 방출됐다. SK가 테스트를 거쳐 이케빈의 손을 잡았다. 이케빈은 원래 투심패스트볼을 던지던 투수였다. 그게 편했다. 하지만 포심패스트볼이 손에 잘 맞지 않았고, 결국 SK에는 다시 투심만 던지기로 했다. 이케빈은 “코치님들이 많은 자신감을 주셨다”고 이날 등판을 고대했다.

이케빈은 이날 투심 최고 147㎞의 공을 던졌다. “150㎞까지도 나왔는데 아쉽다”고 말하는 이케빈이다. 나름대로 성공적인 1군 데뷔전, 팬들의 기대를 뛰어넘는 등판이었지만 만족할 수 없는 이유다. 

이케빈은 “오늘 투구에 만족하면 당연히 안 된다. 투심 능력은 보여줬지만 제구가 완벽하게 되지 않았다”면서 “공 하나하나 신중하게 던지고, 투심의 공 움직임이 있으니 가운데에 계속 던질 수 있는 능력을 키우겠다”고 말했다. SK는 이날 경기에도 이기고, 이케빈의 능력과 투혼도 확인했다.

스포티비뉴스=고척돔, 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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