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와 계약을 맺고 KBO리그에 돌아온 헨리 소사 ⓒSK와이번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헨리 소사(34)가 SK 유니폼을 입고 KBO리그에 돌아온다. 제이크 톰슨(롯데)의 부상을 기점으로 급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 소사 영입전은, 어떤 측면에서는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는 평가도 받는다.

SK는 대만프로리그 푸방 가디언스에서 뛰던 소사를 총액 52만 달러(계약금 35만 달러·연봉 17만 달러)에 영입했다고 3일 공식 발표했다. 푸방 측에 준 이적료, 그리고 세금까지 합치면 상한선인 60만 달러를 거의 꽉 채운 영입이었다.

관심 정도였던 SK… 왜 급하게 일을 추진했나

SK는 2일 외국인 담당자가 대만으로 출국해 소사의 경기를 직접 지켜봤다. 2일 인천 한화전이 끝난 뒤 수뇌부 회의가 진행됐고, 이 자리에서 소사의 영입이 최종 결정됐다. 인천에서 소식을 받은 담당자가 곧바로 소사 및 구단과 접촉해 계약을 이끌었다. 3일 오후 발표할 예정이었으며, 이에 조금 앞서 대만 언론에서도 소사의 SK행 이야기가 나왔다.

하지만 일주일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빨리 계약이 성사될지는 구단 내부에서도 예상하지 못했다. SK가 소사에 4월 초부터 관심을 가지고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이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한 일상적인 대체 외국인 선수 리스트업이었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브록 다익손의 구속 및 경기력이 좋아지길 기다리는 상황이었다.

소사 영입설을 부인했던 한 구단 관계자는 “순위의 차이만 있을 뿐 모든 구단 리스트에 소사가 있었을 것”이라면서 “현재 미국에는 마땅한 선수가 없다. 메이저리그 구단들에 줄 이적료까지 생각하면 폭이 더 좁아진다. 각 구단 리스트에 있는 선수들은 큰 차이가 없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이적료가 싼 소사는 검증이 됐다는 점에서도 좋은 대안이었다”고 설명했다.

그런데 관망에 가까웠던 상황은 톰슨의 부상과 함께 달라졌다는 게 야구계의 지배적 시선이다. 톰슨은 5월 30일 이두근 염좌로 말소됐다. 정확한 상태는 아직 모른다. 염증이 가라앉고 다시 검진을 해봐야 할 판이다. 이미 대만에 스카우트를 보내 소사를 직접 확인한 롯데가 움직일 것이라는 관측이 파다했다. 롯데는 “결정된 것이 없다”고 한 발짝 물러섰지만, 이런 롯데의 내부 상황은 SK의 행보에도 영향을 줬다.

▲ 제이크 톰슨의 본의 아닌 부상은 롯데와 SK의 소사 영입전에 불을 붙이는 계기가 됐다 ⓒ한희재 기자
SK는 다익손에 1~2차례 더 기회를 주고, 소사를 분석해 다익손과 면밀하게 비교할 참이었다. 그러나 롯데의 움직임이 수면 위로 떠 오르자 소사의 등판에 맞춰 현지에 담당자를 파견하기로 결정했다. 아무리 KBO리그에서 오래 뛰었다고 해도 한 번도 보지 않고 영입을 타진할 수는 없는 노릇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이 정보가 어디선가 샜고, 이것이 언론에 보도됐다.

어디서 이 정보가 언론에 흘러나왔는지는 의견이 분분하지만, 야구 관계자들은 한 구단을 강하게 의심한다. 염경엽 SK 감독이 2일 인천 한화전을 앞두고 이례적으로 “10개 구단이 잘 생각해야 한다. 구단끼리도 서로 지켜줄 수 있어야 한다. 모두가 피해자가 될 수 있다”고 작심 발언을 한 것도 이와 연관이 있을 것이라는 추측이다.

유탄 맞은 다익손… 롯데도 적지 않은 상처

SK는 2일 밤 회의에서 “올 시즌만 생각하면 현재 소사의 기량이 다익손보다 낫다”고 결론 내렸다. 특히 불펜이 여유롭지 않은 상황에서 이닝소화능력이 매력적이었다. 빠르게 결정을 내린 것은 한 가지 이유가 더 있었다. “이미 언론에 보도가 돼 교체 검토를 알고 있는 상황이 다익손에게 도움이 되겠는가”라는 것이었다. 실제 다익손은 언론 보도를 접한 뒤 크게 낙담한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2일에는 SK뿐만 아니라 롯데 외국인 담당자도 소사를 지켜보고 만났다. 이제는 속도전이었고, 타이밍이었다. 결국 SK가 소사의 사인을 받아냈다. 교체될 것이라는 생각을 전혀 하지 않았던 다익손은 2~3일 사이 돌변한 상황에 웨이버로 공시되는 시련을 맞이했다. 다익손은 주말까지만 해도 4일 고척 키움전에 열의를 불태우고 있었기에 구단의 안타까움도 컸다. 누구도 고의는 없었으나 톰슨의 부상은 소사 영입전이 급박하게 돌아가는 탄력을 제공한 셈이 됐다.

소사를 놓친 롯데도 상처가 불가피하다. 롯데도 관심을 가지고 움직였고 실제 소사와 에이전트까지 모두 만나 탐색전을 마쳤다. 하지만 마지막 순간 의사결정과정에서 머뭇거림이 있었던 것으로 알려졌다. 톰슨을 기다려야 하는지, 혹은 톰슨과 브룩스 레일리 중 어느 쪽을 교체해야 하는지 교통정리가 명확하지 않았을 수 있다. 어쨌든 톰슨과 레일리 또한 이 소식을 접했다. 가뜩이나 팀 성적에 머리가 아픈데 두 외국인 선수를 달래야 하는 당면과제도 생겼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