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박태하 전 옌벤 푸더 감독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축구는 사회와 사람을 바꿀 힘을 지니고 있다.’

한국 축구 국가 대표팀과 FC서울 코치를 맡았던 박태하가 2015년, 모두가 말렸던 중국행을 결심했다. 박태하 감독이 중국 프로 축구팀 중 하나인 연변팀의 감독으로 부임한 이후부터 4년간 연변과 동고동락했던 이야기를 담은 '박태하와 연변축구 4년의 기적'(브레인스토어)이 출간됐다.

재중 동포 혹은 조선족, 이들과 한국은 원래 한민족이었다. 일제 강점기와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나뉜 이후로 70년 동안 서로에 대해 알려고 하지도, 알고 싶어 하지도 않았다. 오해와 무지가 켜켜이 쌓여 이제 한국과 연변 사이는 책 몇 권으로도 설명할 수 없을 정도로 미묘해졌다.

연변 땅에서 살아가는 재중 동포들은 중국에게도, 한국에게도 제대로 평가받지 못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그들은 지켜야 할 것을 위해 분투하며 살아가고 있다. 중국 땅에서 우리의 말과 글을 여태 유지하며 사용하고 있는 것이다. 자녀들 우리말 교육을 위해 연변 거주를 고집하는가 하면, ‘연변’이 아니라 ‘옌벤’으로 불리는 것에 분노한다. 축구 경기장에서는 응원가로 <아리랑>과 <고향의 봄>을 제창한다. 

저자인 류청 풋볼리스트 취재팀장은 이러한 사실을 모르는 한국인, 그 마음에 지독한 편견으로 자리 잡은 연변과 조선족을 바라본 그대로 담아냈다. 한국과 연변 사이, 주된 심상이 오해와 미움인 거리를 담담하게 그려야 독자들이 왜곡 없이 받아들일 수 있을 거라 생각했다.

저자인 류청 기자가 연변에 가서 바라본 축구는 단순하지 않았다. 연변의 축구에는 그들의 사회와 역사가 스며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일제강점기 때 조선인 학교가 간도에 세워지면서 시작된 축구와의 만남, 용정에서 태어나 자란 윤동주 시인이 축구를 좋아한 것, 신흥 무관 학교가 정식 과목으로 축구를 지정한 것도 연변에게 있어 축구가 특별한 의미인 이유였다. 축구에 자부심을 가지고 있는 연변은 비록 좋은 실력은 아니었지만 그 흐름을 유지하려 노력하고 있었다. 



연변 사람들은 종교도, 정체성으로 내세울 만한 것도 없지만 딱 하나, 구심점이 되는 것이 바로 축구라고 이야기한다. 2015년, 혜성같이 나타난 박태하 감독이 연변팀을 맡고 꼴찌에서 우승이라는 성과를 거두면서 축구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던 연변 사회가 다시 들썩이기 시작했다. 더 큰 변화는 미국과 일본 등 전 세계에 흩어져 사는 조선족 사회가 역동적으로 뭉치기 시작한 것이다. 축구가 그들로 하여금 잊고 있었던 고향과 민족에 대한 자각을 불러냈다.

연변 사람들은 우리의 말과 글, 문화를 지키려면 연변 축구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그 힘이 미미하더라도 끝까지 이어 가야 한다고 생각한다. 박태하 감독이 선수들과 함께 만든 기적으로 연변 사람들은 그 가능성을 보았다.

부임 직후, 연변팀 선수들을 지켜 보고 ‘사랑’을 줘야겠다는 확신이 든 박태하는 그들의 생계 문제부터 해결하기 시작했다. 남다른 그의 살핌과 가르침에 신뢰를 갖게 된 선수들은 박태하 감독의 지휘 아래 1년 만에 꼴찌에서 우승이라는 쾌거를 이루게 된다. 기적을 만든 선수들은 물론 그들을 지켜 보고 있었던 연변팀 팬과 주변 사회는 축구를 중심으로 점점 변하기 시작한다.
 
연변에서 감독 그 이상의 존재인 박태하와 그를 사랑하는 연변 사람들, 류청 축구 전문 기자는 4년간 이들을 취재한 내용을 바탕으로 축구 이야기와 함께 이면에 흘렀던 감동적이고 솔직한 연변인의 마음을 이야기한다.

스포티비뉴스=한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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