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조끼를 끝내 벗지 않은 호날두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한국 방문은 팬들의 기대를 분노로 돌려놓은 채 막을 내렸다.

팀 K리그와 유벤투스는 26일 밤 9시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킥오프한 친선 경기에서 3-3으로 비겼다.

경기 외적으로도 떠들썩한 경기였다. 유벤투스는 비행기 연착으로 오후 2시를 조금 넘은 시점 한국에 입국했다. 오후 3시에 예정된 팬 미팅도 정상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오후 5시로 늦춰졌다. 유벤투스 선수들은 식사를 이유로 행사장엔 30분이나 더 늦게 나타났다.

경기 전 서울월드컵경기장은 팬들로 북적였다. 팬 미팅 지연 소식이 기사로 전해지고 있었지만 이들은 모두 경기를 기대하고 있었다. K리그 팀들의 유니폼을 입은 팬보다도 훨씬 많은 유벤투스 유니폼을 입은 팬들의 수가 압도적으로 많았다. 많은 팬들의 뒤엔 '호날두(RONALDO)'라는 이름과 '7'이란 숫자가 박혀 있었다. 호날두를 향한 관심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유벤투스 선수단은 오후 6시 30분께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출발했지만 퇴근 시간에 걸려 오후 8시로 예정된 킥오프도 당연히 늦춰졌다. 킥오프는 1시간 지연된 밤 9시에 했다. 킥오프 40분 정도 전 진행된 워밍업에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발견되지 않았다. 선발 명단에서 제외된 상황이라 후반전 출전을 기대하고 있는 순간이었다. 호날두가 경기장 전광판에 잡히자 팬들은 환호로 슈퍼스타의 방문을 환영했다.

하지만 이런 호의적인 반응은 후반 들어 급격히 변하기 시작한다. 호날두는 하프타임에도 그라운드에서 몸을 풀지 않았다. 후반전에도 계속 벤치에 머물렀다. 후반전 중반부턴 유벤투스가 교체 선수를 기용할 때마다 아예 "호날두! 호날두!"를 연호하며 팬들이 호날두를 불렀다.

경기가 막판으로 흐르자 전광판에 호날두가 잡히면 야유도 쏟아졌다. 팬들은 경기장을 누비는 호날두를 보고 싶다는 의지를 강력히 표명했다. 아예 경기 막판엔 호날두의 라이벌인 리오넬 메시의 이름을 연호하면서 호날두를 비난하기까지 했다.

호날두는 결국 피치를 밟지 않고 버스에 올랐다. 그가 잔디를 밟은 것이라곤 드레싱룸에서 벤치까지 가는 그 짧은 거리 뿐이었다. 적지 않은 금액을 지불하고 경기장을 직접 찾아, 1시간이나 킥오프를 기다린 팬들은 경기가 종료되기도 전에 경기장을 떠나며 불만을 에둘러 표현했다.

당초 최소 45분은 출전할 것으로 알려졌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끝내 경기에 출전하지 않았다. 한국프로축구연맹에서도 당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연맹 관계자는 경기 뒤 취재진과 별도로 만나 "(대행사인) 더페스타와 유벤투스가 계약했고, 이를 바탕으로 더페스타와 한국프로축구연맹이 계약을 맺었다. 호날두 45분 출전 조항이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실무자가 합의하고 계약했다"고 밝혔다.

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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