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팀 K리그와 유벤투스의 친선경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올스타가 아니라 K리그 특정팀을 상대하는 것이 맞죠. 그래야 문제가 덜 되겠죠."

유벤투스가 휩쓸고 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의 '노쇼'가 엄청난 파장을 일으키고 있다. 피해자는 있는데 가해자는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다.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는 '팀 K리그'와 이탈리아 명문 '유벤투스'의 친선경기가 열렸다. K리그 올스타를 직접 투표해 나섰고 외국인 선수들이 많았지만, 한국을 대표해 나선 것이나 마찬가지라 관중석 일부에서는 '대~한민국' 응원 구호까지 나왔다. 그만큼 화제성이 있는 경기였다.

하지만, 시작부터 엉망이었다. 24일 중국 난징에서 인터내셔널 챔피언스컵(ICC)을 치른 유벤투스는 25일 현지에서 하루를 쉬고 26일 오전에 출발했다. 경기 당일 입국해 치르는 일정 그 자체가 말이 되지 않았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프로축구연맹은 친선경기를 주관한 '더 페스타'에 전적으로 의존했다. 모든 대회 운영을 더 페스타가 쥐고 있는 것이고 팀 K리그 역시 유벤투스와 마찬가지로 동등한 초청팀 입장이라는 것이다.

프로연맹은 호날두의 출전 여부에 대해 "계약에 호날두가 나오는 것으로 알고 있다"고 전했다. 그래야 흥행이 되기 때문이다. 더 페스타와 지속해서 연락하면서 호날두의 출전 여부를 확인했고 "확실하다"는 전달을 받았다고 한다. 또, "45분 이상 출전하는 것으로 계약서에 명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그러나 상황은 간단하지 않았다. 먼저 일정이었다. 프로연맹은 애초부터 리그 운영 계획에서 7월 마지막 주를 빼놓았다. 표현은 하지 않았지만, 늘 문제가 됐던 '올스타전'을 치르기 위해서다. 유벤투스가 초청되면서 올스타전이라는 명칭은 없고 친선경기로 변경됐지만, 사실상 K리그 올스타전의 확장판이었다.

프로연맹은 "올스타전이냐"는 물음에 "그렇게 표현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했지만, 선수를 직접 팬 투표로 선발하는 등 기존 올스타전 선수 선발 방식을 그대로 따라갔다. 선수를 소집해 팬 사인회를 하고 인원을 한정했지만, 공개 훈련까지 하는 등 관련 올스타전에서 했던 프로그램을 충실하게 따랐다.

경기 일정에서도 유벤투스의 설득을 허락했다. 프로연맹 고위 관계자는 "유벤투스는 최초에 27일에 경기를 하기를 바랐지만, 우리는 27~28일에 K리그2 일정이 있어서 그럴 수 없다고 고사했다. 그렇지만 대행사(더 페스타)를 통해 계속할 수 있다는 의사가 전달됐고 고심 끝에 26일에 경기를 치르기로 결정했다"고 했다.

이를 두고 더 페스타는 27일 입장문을 통해 "유벤투스가 26일 경기 일정에 동의했다. 기존의 26~28일 2박 3일 일정을 하루로 줄이고 이틀의 휴가를 줄 수 있도록 조정을 요청했다"며 "초기에 논의됐던 다양한 팬 이벤트를 포기하게 됐다. 다만, 당일 경기 전 팬 이벤트 진행에 물리적으로 무리가 될 수 있다. 중국에서 비행기가 이륙하는 경우 지연이 잦다는 점을 수차례 경고했다"고 말했다.

▲ 논란의 핵심이 된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한희재 기자

당일 입국 경기 후 출국은 상식적으로 말이 되지 않았지만, 프로연맹은 이를 문제 없이 수긍했고 더 페스타의 일 처리를 바라보기만 했다. 2010년 바르셀로나 초청 K리그 올스타전 당시 메시의 출전 여부를 제대로 설득하지 못해 대량 취소표 사태를 낳았던 것을 다시는 반복하지 않고 싶었던 모양이다.

무엇보다 이번 사태를 계기로 해외 구단의 내한 경기는 프로팀끼리 겨루는 방식으로 가야 한다는 의견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2016년 전북 현대는 맨체스터 시티와 친선경기를 치르기로 합의했다. 후원사도 확실하게 있었다.

하지만, 프로축구연맹이 승인하지 않았다. 전북이 '승부 조작 파문'에 휘말렸기 때문이다. 취소 명분은 확실했고 전북도 자숙을 하겠다며 고개를 숙였다. 그렇지만, 두 팀의 만남은 1년이나 원거리를 오가며 진행됐던 사안이었다. 대신 프로연맹이 맨시티와 올스타전을 하려고 했다는 소문이 돌았다. 프로연맹은 적극 부인했다. 이런 사례 때문에 유벤투스전을 3개월 만에 준비하는 자체가 쉽지 않은 것은 당연한 일이다. 

2005년 수원 삼성은 첼시와 친선경기를 치렀는데 삼성전자 초청이었다. FC서울도 2007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2014년 레버쿠젠과 친선경기를 치렀는데 각각 금호타이어와 LG전자 초청이었다. 해당 구단들을 직, 간접적으로 후원하는 후원사들이었다. 초청 주체만 확실하면 벌어지지 않을 일이었다.

이번 상황을 잘 파악하고 있는 한 축구계 관계자는 "유벤투스전 준비가 (더 페스타의 주장처럼) 3개월 전이었다면 정말 말이 되지 않는 제안이다. 경기 홍보마케팅 등과 관련한 계약서, 경기 자체와 관련한 계약서를 만드는 것에만 6개월여가 걸린다. 보이지 않는 힘겨루기는 경기 전에 다 끝내야 한다. 경기 당일에는 경기에만 즐겁게 집중하면 된다. 결과적으로는 프로연맹이 실체를 모르는 대행사에 너무 기댄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상의 올스타전 아닌가. 이런 유럽 대형팀은 K리그 팀과 경기를 하는 것이 맞다. 프로연맹에서 욕심을 내서는 안 되는 일이다"고 지적했다.
 
더 페스타 로빈장 대표는 스포티비뉴스를 통해 "일단 죄인이 된 심정이기 때문에 죄송하다"면서도 "후반 시작에도 호날두가 나서지 않아 파벨 네드베드 부회장에게 약속을 지키라고 호소했다. 하지만, 돌아온 답은 '호날두는 나도 어떻게 할 방법이 없다'고 했다"며 억울하고 답답한 마음을 토로했다. 유벤투스와 오간 많은 대화와 계약서 원본을 촬영하지 않는다는 동의하에 공개할 생각도 있다고 답했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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