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메호대전'의 주인공 메시(왼쪽)와 호날두 ⓒ 게티이미지코리아,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메호대전'…프랑스와 영국의 '백년전쟁'처럼 한 세기를 넘어서도 계속될 것 같았던 '메호대전'은 아이러니하게도 단 하루 만에 끝났다.

세계 축구계에서 '메시vs호날두'는 지독하게 계속된 난제였다. 2008년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발롱도르를 받으면서 2017년까지 리오넬 메시와 상을 양분했다. 2018년 루카 모드리치가 수상하면서 비로소 호날두, 메시 외 처음으로 다른 수상자가 나왔다.

메시와 호날두를 두고 '누가 더 뛰어난가'는 세계 어느 곳을 가나 좋은 안주거리다. 한국도 당연하다. 축구 좋아하는 남자들이라면 술 한잔 하면서 '메시vs호날두'를 논하지 않은 사람들이 있을까? 아마 없을 것이다. 다른 곳은 어떨지 모르지만 한국에서는 단 하루 만에, 정확히 말하면 불과 반나절 정도에 결정됐다. 이제 한국에서 '메호대전'은 끝났다.

유벤투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 '팀K리그'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3-3, 경기 내용을 보면 훌륭한 친선전이었다. 팀K리그는 최고의 활약을 펼쳤고, 유벤투스 선수들 역시 열심히 뛰었다. 마티아스 데 리흐트, 곤살로 이과인, 마리오 만주키치 등 이름만 들으면 누구나 다 아는 스타들은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호날두 한 명의 존재로 친선전은 경기 내용과 별개로 최악으로 남았다.

친선경기 전 호날두가 45분을 뛰어야 한다는 계약 조항이 있다고 알려졌다. 하지만 호날두는 단 1분도 뛰지 않은 것은 물론, 단 1분의 워밍업도 하지 않았다. 90분 내내 벤치에 앉아 단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많은 팬들이 찾았다. 관중석은 빈 곳이 없었다. 궂은 날씨였다. 경기 전까지 비가 쏟아졌고 다행히 비는 그쳤으나 비 온 뒤 오는 엄청난 습도가 경기장을 덮쳤다. 하지만 팬들은 호날두를 보기 위해 고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어긋났다. 유벤투스는 킥오프 시간은 오후 8시를 넘어 경기장에 도착했다. 지각을 했지만 급하지 않았다. 여유 있게 몸을 풀었고 할 것 다 한 뒤 경기에 나섰다. 그리고 호날두는 나오지 않았다.

팬들은 전반까지만 해도 호날두가 전광판에 잡히면 크게 환호했다. 이 환호는 곧 야유로 바뀌었다. 후반에도 호날두가 나오지 않자 야유가 쏟아졌다. 후반 중반부터 '호날두'를 연호하며 출전을 바랐지만 끝내 호날두는 팬들을 외면했고, 팬들은 호날두의 라이벌인 '메시'를 연호했다. 경기가 끝난 후 다시 야유가 쏟아졌다.

경기를 보면서 '그래도 계약이 됐다는데 설마 안 뛰겠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생각은 현실이 됐다. 후반 30분 정도를 넘었을 때 '진짜 안 뛰겠구나'라는 생각이 머리를 스쳤다. 이는 경기 후 기자회견을 통해 사실로 나타났다. 마우리치오 사리 유벤투스 감독은 호날두의 결장은 이미 전날 결정됐다고 밝혔다.

▲ 뭐지? 난 그냥 가만히 있었는데.
호날두는 경기가 끝난 후 손 한번 흔들지 않고 빠져나갔다. 믹스트존에서도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된 것인가?', '45분을 뛰기로 하지 않았는가?'라는 취재진의 질문에 레이저 눈빛을 쏘며 빠르게 버스에 탑승했다. 그리고 유벤투스는 바로 공항으로 가 한국을 떴다. 오후에 도착해 그날 저녁 경기를 치르고 밤에 버스로 이동해 바로 비행기에 탔다.

애초에 무리로 보인 당일치기 일정을 날림으로 소화했다. 경기 전부터 파장은 예고됐다. 경기 시간에 맞추기 위해 팬 사인회를 앞당겼지만 약속 시간은 지켜지지 않았고 호날두는 사인회에도 나오지 않았다. 경기 출전을 위한 컨디션 조절이 그 이유였는데 누구나 알다시피 호날두는 경기에 나오지 않았다. 호날두와 유벤투스가 지킨 약속은 하나도 없다. 팬들이 느낀 실망은 당연하다. 사기를 당했다는 말도 나왔다. 파장이 얼마나 큰지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이때문에 10년간 계속된 한국에서 '메호대전'은 메시의 승리로 끝났다. 메시는 9년 전 바르셀로나가 방한해 K리그 올스타와 치른 친선경기를 뛰었다. 당시 감독이었던 주제프 과르디올라는 메시가 감기에 걸려 열이 있어 내보내지 않겠다고 했다. 하지만 메시는 출전 의사를 내비쳤고 15분이라는 짧은 시간이라도 뛰었다. 2골을 넣은 건 덤이다. 비록 몸은 아프지만 기침을 콜록콜록하며 경기를 뛰었고, 팬 사인회 등 기타 일정도 소화했다. 당시에는 엄청난 비판을 받았지만 이번 사태로 재평가를 받았다.

정말이지 끝나지 않을 것 같았던 '메호대전'은 생각지도 못하게 끝났다. 메시는 가만히 앉아 승리자가 됐고, 호날두는 한국 축구의 흑역사로 남았다. 10년간 계속된 '메호대전'이 실력이 아닌 선수 한 명의 태도 때문에 어처구니 없게 끝나버렸다.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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