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호날두(가운데)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어른 흉내 내지 말고 어른답게 행동해."

'어른 대접 받고 싶으면 어른 흉내 내지 말고 어른답게 행동해라', 드라마 '미생'에서 장그래 어머니가 장그래의 넥타이를 묶어주면서 하는 대사다.

유벤투스는 국빈 대접은 받길 원했으나 그들이 한 행동은 결코 국빈이 아니었다. 무례했다.

유벤투스는 26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K리그 올스타 '팀K리그'와 친선경기를 치렀다. 결과는 3-3으로 비겼다. 하지만 상처만 남긴 경기가 됐다.

팀K리그 선수들은 최고의 팀을 상대로 최고의 경기를 펼쳤고 출전한 유벤투스 선수들의 경기력도 좋았다. 중국에서 당일 도착해 당일 경기를 뛴 선수들이라고 믿기 힘든 만큼 최선을 다했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경기에 출전한 선수들을 제외하면 어느 하나 제대로 된 구석이 없었다.

당일 도착해 당일 끝나는 빡빡한 일정이었다. 사실상 파장은 예고된 것이나 다름없었다. 시작부터 어긋났다. 비행기가 연착됐고 자연스럽게 일정에 늦어지기 시작했다. 용산에 위치한 호텔에서 열린 팬미팅 및 팬 사인회는 당연히 예정된 시간보다 늦게 시작했고 경기를 위해 빠르게 끝났다. 기대를 모았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경기 출전을 위한 컨디션 조절을 이유로 불참했다. 그리고 모두가 알다시피 호날두는 경기에 나오지 않았다. 팬들의 실망은 말로 설명할 수 없었다.

킥오프 시간은 오후 8시, 하지만 일정이 빠듯했다. 팬 사인회는 급하게 진행됐고 이 와중에 유벤투스는 전술 미팅을 실시했다. 유벤투스는 전술 미팅을 실시한다고 통보했다. 이미 지연된 팬 미팅, 팬 사인회로 이때 출발해도 도착할 수 있을지 알 수 없었다. 더구나 경기는 금요일 저녁, 어느 한 곳 안 막히는 곳이 없는 세계 최고의 교통체증을 자랑하는 서울 한복판이었다. 교통 상황을 감안하면 용산에서 서울월드컵경기장까지 차로는 절대 도착할 수 없는 시간이었다.

주최사 주장에 따르면 유벤투스는 경찰의 에스코트를 요구했다고 한다. 주최사 말이 사실이라면 유벤투스의 요구는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경찰의 에스코트는 국빈이 받을 수 있는 대우다. 방한한 대통령 및 관료, 혹은 교황이 아닌 이상 받을 수 없는 대우다. 하물며 이 경기는 A매치도 아니고 친선전이었다. 설령 경찰이 이를 받아들였다고 해도 당일 요구한 걸 어떻게 당일 들어줄 수 있을까? 이미 꽉 막힌 서울 도로에 있는 차들을 하나하나 들어 옆으로 옮길 수도 없는 노릇이고 홍해 갈라지듯 옆으로 빠지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그 차들이 호날두를 보기 위해 서울월드컵경기장으로 가는 차가 아닌 이상 불금 퇴근 시간에 빨리 집에 가려는 차들이 참 잘도 비켜줬겠다.

이탈리아에서 온 사람들은 모를 수도 있으나 친선전 관계자, 그리고 주최 측 관계자가 킥오프 시간에 도착하지 못할 수 있다는 것을 모를 수 없었다. 교통 상황도 이야기 했을 것이고 상황도 설명했을 것이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전술 미팅을 진행했다. 늦을 수도 있다는 판단이 충분히 가능했다. 하지만 전술 미팅을 실시했다. 즉 제때 올 생각이 없었다. 유벤투스는 킥오프 시간이 지난 후 도착했다. 버스 3대 중 1대만 킥오프 전에 도착한 것으로 알려졌다.

▲ 팬들이 보여준 정성, 그에 반비례하는 태도를 보여준 호날두 ⓒ 한희재
▲ 가장 돋보였던 부폰 ⓒ 한희재 기자
이후 상황은 모두 알고 있듯이 역사에 길이 남을 경기가 됐다. 45분을 뛰기로 계약에 명시됐다는 호날두는 벤치에서 한 번도 일어나지 않았다. 선발 명단을 보며 '후반에 나오겠지'라는 생각을 했고 기자석에서 그런 이야기를 나눴다. 하지만 후반이 시작됐을 때도 호날두는 나오지 않았다. 그래도 나오겠지라는 생각이 있었다. '후반 시작과 동시에 내보내면 아무래도 분위기도 어수선하니 박수를 받으면서 들어가 분위기를 띄우려면 한 5분 후 쯤 내보내겠구나'라고 생각했으나 얼마 지나지 않아 곧 그 생각은 망상이었음을 깨달았다.

서울월드컵경기장은 만원이었다. 6만 명이 넘는 팬들이 헛수고를 했다. 먼 지방에서 올라온 팬도 당연히 있을 것이다. 이들은 허무하게 발걸음을 돌렸다. 킥오프는 오후 9시가 되기 조금 전 시작했다. 경기가 끝났을 때 11시가 다 됐다. 경기만 보고 바로 내려가려 했던 팬들은 당연히 버스, 혹은 기차로 교통편을 마련했을 것이다. 경기가 지연됐으니 취소를 했을 것이고 다시 표를 구하지 못한 팬도 있었다. 팬들은 경기가 끝난 후에도 실망을 느꼈다. 실망의 연속이었다. 서울에 연고가 없는 팬들은 발을 동동 굴렀을 것이다. 팬들은 정말 최악의 선물을 받았다.

그나마 출전한 유벤투스 선수들이 열심히 뛰었다는 것, 최고령 잔루이지 부폰이 경기가 끝난 후 경기장을 한 바퀴 돌며 팬들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는 것 외에는 남는 게 없었다.

대우를 받으려면 대우를 받을 행동을 해야 한다. 가는 게 있어야 오는 게 있고 오는 게 있어야 가는 게 있다. 세상 모든 이치가 그렇다. 하물며 이번 친선전은 비즈니스다. 비즈니스 관계는 '기브 앤 테이크'가 당연하다. 하지만 유벤투스는 대우만 받으려 했고 대우를 받기 위한 행동은 단 하나도 하지 않았다.

스포티비뉴스=김도곤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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