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경환 두산 코치(왼쪽)와 호세 톨렌티노 전 멕시코 감독. ⓒ기장, 이준혁 SPOTV 캐스터.

지난달 30일부터 이달 9일까지 부산 기장 현대차 드림볼파크에서는 야구 꿈나무들의 축제 '18세 이하 야구 월드컵'이 열렸습니다. 전세계 12개국 청소년들이 그라운드에서 흘리는 구슬땀을 대회 내내 현장에서 생생하게 중계한 이준혁 SPOTV 캐스터가 기장에서 추억을 담아 재미있는 소식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부산 기장에서 대회를 중계하며 많은 선수들을 만났다. 외국인 선수들을 상대할 흔치 않은 기회에 우리 선수들은 한국을 대표한다는 자부심으로 경기에 나섰다. 뜻깊은 경기에 최선을 다하는 선수들을 보는 것은 현장 중계의 또 다른 재미였다.

어린 친구들은 앞으로 어디서 재회할지 모를 새 인연을 만들었다면, 옛 인연을 다시 만난 이들도 있었다.

대회 동안 WBSC의 영어 중계진과는 매일 중계석에서 마주치며 어느 정도 가까워졌다. 그들 중 한 명인 제이슨 슈와츠가 대회 결승전이 시작되기 전 내게 소개하고 싶은 사람이 있다고 했다. 호세 톨렌티노라는 건장한 중년 외국인 남성은 내가 한국의 중계 아나운서라는 말을 듣더니 "혹시 최경환이라는 이름을 아냐"고 물었다. 두산 베어스 2군 타격코치였다. 그는 "나와 20년 전에 함께 뛰었던 친구"라며 놀랄 만한 이야기를 해줬다.

톨렌티노는 2008 베이징올림픽 당시 멕시코 대표팀 감독을 맡았던 인물이다. 2006년, 2009년 WBC에서는 멕시코 1루 및 벤치코치를 맡아 한국과 맞붙기도 했다. 현재 메이저리그 해설가로 활동하고 있는 그는 이번 대회에 미국 청소년 국가대표로 출전한 유격수 밀란 톨렌티노의 아버지다. 아들의 경기를 보기 위해 아내, 딸과 함께 멀리 기장까지 찾아왔다가 과거의 인연을 소환한 것.

그는 "미스터 초이는 멕시칸리그에서 뛸 당시 술타네스 데 몬테레이의 팀메이트였다. 내가 여기 있다는 소식을 듣고 그가 오고 있다"고 했다. 잠시 뒤 결승전이 시작될 무렵 도착한 최 코치는 “이천에 있다가 이 친구가 여기 있다는 말을 듣고 바로 달려왔다. 내일 일정 때문에 3시간 정도밖에 못 있을 것 같다. 그래도 이렇게 오랜만에 만날 수 있어 정말 반갑다”며 환하게 웃었다. 

최 코치는 톨렌티노와 반갑게 인사를 나누고 준비해 온 두산 유니폼도 톨렌티노 부부에게 선물했다. 최 코치는 "보스턴 레드삭스에 있을 때 마이너 팀에서 멕시코로 임대를 보냈다. 영어는 할 줄 알지만 멕시코에서는 말이 안 통했는데 이 친구가 영어를 할 줄 알았고 처음부터 잘 다가와줬다. 친해진 후 매일 차로 호텔까지 데려다주고 함께 식사도 하면서 나를 많이 도와줬다"고 말했다.

▲ 최경환 코치(오른쪽)는 톨렌티노에게 두산 베어스 유니폼을 선물했다. ⓒSPOTV 중계화면

최 코치가 멕시코를 떠나 KBO 리그에 가게 되면서 두 사람은 한동안 연락이 끊겼다. 하지만 이후 NC 코치가 된 그가 애리조나 스프링캠프에 갔다가 톨렌티노를 떠올렸고 수소문 끝에 다시 연락을 주고 받는 사이가 됐다고. 아들의 대회를 보러 톨렌티노가 한국에 온 덕분에 두 사람의 재회가 이뤄질 수 있었다. 

최 코치를 만나자마자 "미스터 초이! 마이 코리안 브라더!"를 외친 톨렌티노는 "나보다 초이가 열 살 어려서 예전에는 코리안 선(son) 같은 느낌이었는데 이제는 브라더다. 옛날에는 열 살 차이가 굉장히 컸는데 나이 들어 보니 별거 아닌 것 같다. 초이를 다시 만나게 돼 너무 기쁘다”며 “1993년 엑스포 후 처음으로 한국에 왔는데 한국이 정말 좋다. 어울리는 걸 좋아하고 흥도 많은 한국 사람들은 멕시코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많다. 아들 덕분에 이곳에 와서 기쁘다"고 했다.

다시 얼굴을 본 건 딱 20년 만이라는 두 사람. 최 코치는 "얼굴은 그대로인데 흰머리가 많이 자랐다. 여전히 유쾌한 친구"라며 반가운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경기가 끝나자마자 최 코치는 팀 일정 때문에 바로 다시 이천으로 향했다. 톨렌티노는 아들의 팀이 결승에서 패한 것만큼이나 옛 친구와의 짧은 재회가 못내 아쉬운 듯했다.

이준혁 SPOTV 캐스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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