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우승컵을 앞에 두고 포즈를 취한 홍명보 대한축구협회 전무, 콜린 벨 여자대표팀 감독, 파울루 벤투 남자대표팀 감독, 박용수 EAFF 사무총장(오른쪽부터)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이강유 영상 기자] "문제없어요."

어눌한 한국어로 북한의 불참에 대해 개의치 않는다는 콜린 벨 여자 축구 대표 팀 감독의 발언에 기자회견장에는 웃음이 터져 나왔다. 영국 출신 벨 감독에게 북한의 무례한 태클은 큰 문제가 아니었다.

30일 서울 신문로 축구회관에서는 2019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 기자회견이 열렸다. 파울루 벤투 남자 축구 대표 팀 감독, 벨 여자 대표 팀 감독이 동석해 E-1 챔피언십에 대한 계획을 밝혔다.

E-1 챔피언십은 국제축구연맹(FIFA) 의무 차출 대회가 아니라 유럽이나 서아시아에서 뛰는 선수들은 합류가 어렵다. 하지만, K리그, WK리그 선수들을 중심으로 일본, 중국 등에서 뛰는 선수들은 얼마든지 합류할 수 있다.

2017년 12월 도쿄에서 열린 대회의 경우 남자부는 중국과 2-2로 비겼고 북한에는 1-0으로 이겼다. 대미를 장식한 일본전에서는 전반 시작 3분 만에 장현수(알 힐랄)의 핸드볼 파울로 페널티킥을 내줬지만, 김신욱(상하이 선화)의 두 골로 4-1 역전승을 거뒀다.

특수성에 넘치는 한일전에서의 승리는 2018년 러시아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있던 대표 팀에는 일종의 희망으로 다가왔다. 당시 정우영(알사드)이 묵직한 프리킥 한 방으로 골을 터뜨리는 등 앞선 중국, 북한전에서 다소 아쉬웠던 경기력을 완전히 덮었다.

여자부는 일본 2-3, 북한 0-1. 중국 1-3으로 3전 전패를 기록했지만, 이후 여자 아시안컵과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아시안게임의 전력을 점검하는, 최고의 대회로 자리 잡았다. 이번에도 내년 2월 도쿄 올림픽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을 앞두고 중요한 점검 무대가 됐다.

이번 대회의 경우 북한의 참가가 중요 관심사였다. 남자부의 경우 북한은 2차 예선에서 홍콩에 밀려 본선에 올라오지 못했다. 그러나 지난 15일 2022년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평양 원정을 통해 이유 없이 몽니를 부린 것을 확인하면서 감정이 많이 상한 것을 제대로 확인했다. 차라리 오지 않는 것이 나았다는 반응이 주류였다.

여자부는 북한이 시드국이라 한국이 예선을 치러 본선에 진출했다. 북한이 FIFA 랭킹에서 9위로 가장 높고 10위 일본, 16위 중국, 20위 한국 순이다. 북한과 내년 2월 제주 서귀포에서 예선을 통해 만난다는 점을 고려하면 미리 간을 보기에 좋았지만, 스스로 불참했다.

박용수 EAFF 사무총장은 "지난 5월 20일 EAFF 사무국에서 참가 의향서 신청을 받았다. 북한은 참가 의향을 보이지 않았다. 이메일과 각종 채널로 북한 참가 의향서 제출을 요구했다. 9월 중순에 북한축구협회는 공문을 통해 불참 의사를 밝혔다"고 말했다.

이어 "지난 15일 2차 예선 중 북한축구협회 관계자를 만나 다시 참가를 요청했는데 힘들다는 답변을 들었다. 이후에도 아시아축구연맹(AFC)을 통해 여자 팀 참가를 위해 노력했는데 출전 불가라고 최종 판단했다. 2라운드 2위 팀인 대만에 참가 자격이 주어졌고 지난 20일 참가 신청서를 제출했다"고 말했다. 

남녀부 모두 북한이 참가했다면 최근의 상황을 고려하면 재미있는 구도와 관심을 끌기에 충분하다. 그렇지만, 북한이 굳이 오지 않아도 재미있는 카드가 많다.

▲ 파울루 벤투 남자대표팀 감독(왼쪽)과 콜린 벨(오른쪽) 여자대표팀 감독 ⓒ한희재 기자

한국 기준으로는 남자부의 경우 중국, 일본전 모두 관심을 갖기에 충분한 경기다. 중국은 한국을 어떻게든 이겨보겠다고 덤빌 것이고 일본과는 경기 자체가 관심사다. 대회 최종일 최종전으로 잡힌 것으로 충분히 설명된다.

정치적으로 민감한 상황인 중국과 홍콩의 겨루기. 중국-일본전도 있다. 중국-홍콩전의 경우 팬들이 충돌할 우려도 있다. EAFF 관계자는 "중국-홍콩전은 만일의 상황에 대비해 팬 동선이나 안전 문제에 각별히 신경쓰고 있다. 중국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들도 대거 관전하고 국내 유학생들의 관전 독려도 있는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여자부도 대한축구협회가 경기력 향상에 신경을 쓰고 있다. 지소연(첼시 레이디스), 조소현(웨스트햄 유나이티드 WFC), 이금민(맨체스터 시티 WFC)이 빠지지만 이민아(고베 아이낙), 장슬기(인천 현대제철) 등 주요 선수들이 자리잡고 있다. 이들이 중국, 일본을 넘는 모습을 보여준다면 상당한 재미를 줄 것으로 예상된다.

벨 감독은 "북한 불참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지금은 참가팀에 집중한다. (북한과는)올림픽 최종예선에서 만나기를 기대한다"며 한국어로 "문제 없어요"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축구협회 고위 관계자는 "벨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처음 치르는 경기라 경기력은 물론 분위기까지 신경쓰고 있다. 최근 여자 축구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어 부산 축구 팬들의 많은 관전이 기대된다"고 답했다.

일정도 절묘하게 배치했다. 1. 2차전은 남녀부를 혼합했고 3차전은 결승전 성격이라 분리 배치, 집중도를 높였다. 3차전의 경우 남녀부 모두 한일전이 장식한다. 팬들이 재미난 경기를 보고 돌아가기를 배려한 것이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이강유 영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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