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골문 앞에서 방어하고 있는 이창근(하늘색 유니폼) ⓒ한국프로축구연맹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강등 위기에서 화려한 선방으로 팀을 살린 골키퍼 이창근(제주 유나이티드)의 마음은 여전히 무겁다.

제주는 지난 2일 인천 유나이티드와 '하나원큐 K리그1' 파이널B(7~12위) 36라운드를 치러 2-0으로 이겼다. 패했다면 K리그2(2부리그) 강등이 사실상 확정적이었다. 11위 경남FC가 상주 상무에 0-1로 패했어도 승점 5점 차라 승강 플레이오프도 어려운 상황이었다.

이날 이창근은 제주를 살린 공신 중 한 명이었다. 마그노와 이창민이 골을 넣었지만, 이창근이 중요한 상황마다 선방하며 제주를 위기에서 구했다.

특히 후반 40분 페널티킥을 허용한 상황에서 키커로 나선 무고사의 킥을 막아내며 집중력이 떨어지던 제주 수비에 힘을 불어넣었다. 막으면 본전, 실점하면 온갖 비판의 앞에 있는 골키퍼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더 극적이었다.

하지만, 경기 후 만난 이창근의 표정은 밝지 않았다. 제주가 있어야 할 순위가 아니기 때문이다. 그래서 경기 내내 선배들에게 욕설하며 볼을 막았다고 한다.

이창근은 "부담스럽지만, 무조건 막았다. 버텨주면 골을 넣어주리라 믿었다. (다수가) 형들이지만 욕도 하고 간절하게 경기했다. 선수들이 열심히 해주리라 봤고 힘도 받았다"고 전했다.

골키퍼는 경기 내내 소리를 지르며 수비진과 소통한다. 이창근은 "지금까지 욕을 하지 않았다. 코치진도 욕을 하라고 하더라. 위기 상황이라 형들도 이해하리라 생각했다. 다들 끝나고 쿨하게 이해했다"며 벼랑 끝에서 보인 행동이 승리로 이어진 것에 안도했다.

▲ 몸을 날려 무고사의 페널티킥을 막은 골키퍼 이창근(하늘색 유니폼) ⓒ제주 유나이티드

올해 제주가 가시밭길을 걸으며 강등 위기까지 몰린 이유는 무엇일까, 이창근은 "누군가 해주는 것이 아니라 다 같이 (수비)했어야 했다"며 "인천전은 제대로 되지 않았던 부분이 됐고 시너지 효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무고사의 페널티킥을 막은 비결은 무엇일까, 당연히 비디오 분석과 습관을 확인한 결과다. 이창근은 올해 3월2일 인천과 개막전에서 무고사에게 페널티킥 골을 내줬다. 재대결 전인 지난달 19일 성남FC전에서 무고사가 페널티킥으로 골을 넣은 것도 참고했다.

이창근은 "이전 겨루기에서 무고사가 페널티킥을 왼쪽으로 시도했는데 골을 내줬다. 이번에는 적절했던 것 같고 운도 좋았다. 페널티킥은 안다고 막는 것이 아니다"며 철저한 분석의 결과임을 전했다.
 
잔류 경쟁에 여름 이적 시장에서 울산 현대 유니폼을 벗고 온 오승훈과의 경쟁도 힘들었다. 이창근은 "프로 세계는 경쟁이다. 나도 반성했고 많이 발전했다고 본다. 남은 두 경기가 다 끝나고 나서 웃어야 한다. 지금 기분이 좋지는 않다"며 잔류에 모든 역량을 쏟아붓겠다고 답했다.

비기는 것은 의미 없다. 자존심에 상처를 입은 상태로 남은 경기에서 다 토해내겠다는 것이 이창근의 생각이다. 그는 "선수들 모두 똑같이 생각하고 있다. 엎질러진 것을 치워야 한다는 책임감을 가져야 한다"며 총력전을 예고했다.


스포티비뉴스=서귀포, 이성필 기자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