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배제성은 초심을 잃지 않은 자세로 지난해 상승세 연장을 다짐한다 ⓒkt위즈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딱 지난해 이맘때였다. 메이저리그(MLB) 마이너리그 팀과 상대한 한 투수는 1회부터 타자일순에 가깝게 얻어터지고 있었다. 던지면 공은 외야로 쭉쭉 뻗었다. 그러나 마운드에 서 있는 투수, 그리고 그를 지켜보는 코칭스태프도 모두 미동이 없었다.

투수는 이강철 kt 감독이 “올해 일을 낼 것”이라고 극찬했던 우완 배제성(24·kt)이었다. 마무리캠프에서 눈도장을 받기는 했지만 1군에 어떤 자리가 있다고 보기는 어려웠던 선수였다. 형편없는 결과에 상심할 법한 상황이었다. 그러나 배제성은 크게 신경 쓰지 않는 듯 자신의 짐을 쌌다. 그는 조심스러운 질문에 “오늘은 다른 변화구를 던지지 않고 슬라이더를 계속 실험했다”고 했다. 맞으면서 뭔가 얻은 게 있다고도 덧붙였다. 강심장이었다.

먼지 나게 맞은 기록지가 화제가 됐던 이 투수는, 2019년 kt의 최고 히트상품 중 하나로 떠올랐다. 28경기에서 131⅔이닝을 던지며 10승(10패)을 거뒀다. 본격적으로 선발에 고정된 후반기 9경기에서는 54⅔이닝 동안 6승3패 평균자책점 2.30을 기록했다. 후반기 성적만 놓고 보면 ‘에이스’였다. 

kt 관계자들은 “배제성이 캠프부터 모든 계획을 가지고 착실히 자신의 플랜을 만들었다”고 칭찬한다. 연습경기에서의 난타 또한 그 연장선상이었다. 그래서 선수도, 코칭스태프도 실망하지 않았다. 그런 배제성은 이번 캠프도 ‘계획’을 가지고 들어왔다. 

배제성은 “작년에 잘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통 정도만 했다고 생각한다. 올해는 작년보다 더 좋아야 한다. 그러려면 더 많이 해야 한다”고 각오를 다진다. 지난해 늘어난 투구이닝 때문에 올해는 조금 늦게 시작하지만, 그에 맞는 계획대로 움직이고 있다. 그는 “몸 컨디션은 초중반보다는 훨씬 좋아졌다”고 자신했다.

올해 캠프에서도 변화구 연마는 계속된다. 배제성은 “구종을 새로 추가한다기보다는 기존의 슬라이더, 체인지업을 더 정교하게 던지려고 생각하고 있다”고 했다. 컴퓨터의 도움도 받는다. 이른바 ‘피치 터널’이 자신의 장점이라고 확인했고, 장점을 더 살린다는 생각이다. 그는 “작년에 좋았던 것이 피치 터널이었다. 변화구가 직구처럼 가다 꺾여서 치기 힘들다고 하더라. 데이터로 나오는 문제인데, 피치 터널을 길게 끌고 가야 한다”고 주안점을 설명했다.

적극적인 승부도 예고했다. 배제성은 지난해 좋은 승수와 준수한 평균자책점(3.76)에 비해 퀄리티스타트(선발 6이닝 이상 3자책점 이하)가 그리 많지 않았다. 6회를 넘기기가 쉽지 않았다. 투구 수와 연관이 있었다. 배제성도 “적극적으로 카운트를 먼저 잡으려고 생각한다. (지난해) 잘된 경기들을 봤을 때는 카운트를 적극적으로 잡았는데 그렇지 않은 경기는 내가 스스로 안 된 게 있었다”고 보완을 다짐했다.

지난해와 지금의 위치는 완전히 달라졌다. 지난해에는 1군 엔트리 고정을 장담하기 어려웠다. 올해는 개막 로테이션에서 시작한다. 배제성은 “기대도 되고, 걱정도 솔직히 좀 된다”면서 “체인지업을 슬라이더처럼 자유자재로 활용할 수 있게끔 준비하는 게 목표”라고 웃으며 털어놨다. 어쩌면 올해는 체인지업이 캠프에서 난타를 당할 수도 있다. 그러나 지난해 경험이 있는 배제성은 그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대신 준비는 철저히 했다고 자부한다. 그는 “올해는 작년보다 준비를 더 많이 했다. 준비가 안 돼 있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준비는 되어 있는데 경기에서 어떻게 풀어나가느냐가 관건”이라고 고 남은 스프링캠프 관전포인트를 뽑았다. “캠프와 시범경기에서 던지며 확신이 생길 것 같다”고 말하는 배제성의 멘트와 표정은 지난해 이맘때와 같았다. 안주를 모르는 이 투수의 2020년이 기대되는 이유다.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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