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9일 두 번째 정규 앨범 '커넥티드'를 발표하는 가수 권순관. 제공| 해피로봇레코드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권순관이 두 번째 솔로 앨범을 발표한다. 우스갯소리로 강산도 약 70%는 바뀌었을 정도의 시간인 7년 만에 두 번째 정규 앨범 '커넥티드'를 들고 돌아왔다. 첫 정규 앨범 '어 도어'가 하나의 관문을 통과한 권순관의 내면을 담았다면, '커넥티드'는 권순관을 둘러싸고 있는 관계와 사람들에 대해 노래한다.

7년이라는 시간은 결코 짧지 않다. 9일 발표되는 두 번째 정규 앨범 '커넥티드'에는 7년간 그가 보고, 듣고, 느끼고, 새롭게 깨달은 것들이 집약돼 있다. 가장 큰 변화는 결혼을 하고 그에게 가족이 생겼다는 것이다. 혼자가 아닌 그는 내면으로 침잠하는 대신, 사랑하는 사람들을 돌보고 염려하면서 새로운 세상을 알게 됐다.

'커넥티드'는 '사람들을 만나야만 하기 때문에 만난다'는 권순관의 운명론적인 생각에서 출발했다. 그는 "'커넥티드'라는 단어 그대로 '모든 것이 다 연결돼 있다'는 이야기에서 출발했다. 제가 만나고 있는 사람들, 사랑하는 사람들, 이전에 있었던 관계들, 쓰고 있는 노래들, 하고 있는 일들이 공통된 흐름을 가지고 지금이 됐다는 생각을 했다"며 "저라는 사람이 단순이 저 혼자만이 아니라 관계를 통해 존재한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예전에는 음악이라는 것만 저를 나타낼 수 있는 매개체였어요. 그래서 음악에 더 집착하고 모든 걸 다 혼자서 하려고 하고, 마음에 조금만 안 들어도 편협했던 시절이 있었죠. 이제는 음악에서 권순관도 있고, 가족 안에서 권순관도 있어요. 예전에는 음악을 완성하는 게 저를 완성하는 것처럼 느껴졌는데 이제 그러지 않다도 음악하는 저와 일상의 저를 균형있게 가져갈 수 있게 됐죠. 그렇다고 예전처럼 노력하지 않는다는 건 아니지만 집착을 버렸다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 9일 두 번째 정규 앨범 '커넥티드'를 발표하는 가수 권순관. 제공| 해피로봇레코드

음악을 하는 것도, 사랑을 하는 것도 모두 다 정해진 운명이라는 그의 깨달음은 잊었던 관계를 회복하고 잃어버린 사람을 되찾고 싶다는 소망으로 발전했다. 권순관은 "원래는 우리 모두가 하나였는데 따로 떨어져 개인으로 존재하고 있는 것 아닌가 싶었다. 많은 사람들과 이제 다시 연결되고 싶다는 마음을 담았다. 혼자서 작업을 하다 보니 잃어버리고 놓친 사람들도 많다. 그런 이들과 다시 연결됐으면 하는 마음"이라고 고백했다.

노리플라이로 메마르고 날선 20대 청춘들의 고민을 노래했던 그는 30대가 됐다. 서른보다는 이제 마흔이 가까워져 가는 나이, '커넥티드'는 조금 더 커진 감정의 진폭을 노래한다. 완벽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버리고, 보다 단순명료하게 전달하고 싶은 음악과 메시지에만 집중했다.

"비울 때 비우고, 에너지가 나올 땐 나오게 하려고 신경을 많이 썼어요. 예전에는 '명반을 만들어야겠다'는 강박관념이 있었죠. 특히 노리플라이 3집은 영혼을 갈아넣었다고 해도 될 만큼 심혈을 기울였어요. 그러다 보니 원래 형태보다 이것저것 추가되고 부풀려졌죠. 제 개인적으로는 못내 아쉬운 부분이었어요. 이번 앨범은 과감히 뺄 건 빼고 과감한 시도에도 도전했죠. 편안하게 어디서 틀어놔도 잘 어울렸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면서 작업했어요. 빽빽하게 채우려고만 했던, 완벽주의적으로 도맡아서 했던 작업들을 조금 내려놓고 느슨하게 작업했습니다."

타이틀곡 '너에게'는 아내에게 바치는 헌사이기도 하다. 권순관은 "가사 내용이 가장 개인적이면서 아내 한 사람에게 하는 얘기다. 개인적으로 하는 얘기가 가장 큰 이야기일 수도 있다고 생각해서 내가 가장 진솔하게 표현할 수 있는 얘기를 썼다"고 말했다.

아내는 '커넥티드'라는 새 앨범을 탄생시키고 완성하게 해 준 동력같은 존재다. 아내를 만나 사람의 소중함에 눈 떴고, 관계가 얼마나 사람의 세계를 확장시킬 수 있는지 깨달았다는 권순관은 "예전에는 고집불통처럼 굳이 혼자를 자처했다. 사랑을 줘야 하는 사람들이 있고, 필요로 하는 사람들이 있었는데 제 할일만 좇았던 것 같다. 아내의 삶을 보면서 그렇게 살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을 했다. 아내는 사람을 정말 많이 챙기는 스타일이다. 이게 같이 하는 삶이라는 생각이 들었다"고 말했다.

'커넥티드'는 그런 아내에게 '권순관 최고의 앨범'이라는 칭찬을 받았다. 차트의 순위도 중요하지만, 그에게 있어 더할 나위 없는 성취다. 권순관은 "저는 여태까지 냈던 모든 앨범이 다 내 자식 같아서 꼽을 수가 없다. 그런데 아내는 단호하게 이번 앨범이 최고의 앨범이라고 해주더라. '따뜻해졌고 부담을 내려놓은 것 같은 느낌, 메시지가 깊어졌다는 생각이 든다'고 해주더라"고 웃었다.

▲ 9일 두 번째 정규 앨범 '커넥티드'를 발표하는 가수 권순관. 제공| 해피로봇레코드

7년간 많은 것들이 바뀌었지만 가장 극명하게 바뀐 것 중 하나는 그가 몸담고 있는 음악시장의 흐름이다. 많은 가수들이 정규 앨범보다는 한 곡의 디지털 싱글을 던지는 것이 익숙해진 지금 시류에서, 권순관은 오래 공들여 온 곡들을 정규 앨범으로 한 권의 책처럼 묶어 공개한다. 권순관에게는 당연한 것들이, 이제는 꽤 멋있는 선택처럼 보이기도 한다.

권순관은 "요즘 음악은 소비 형태가 한 번 듣고 잊혀지는 형태가 된 것 같지만 이상하게 저는 음악을 한 번 들으면 오래 듣게 된다. 분명히 요즘에는 자극적으로, 한 번 들었을 때 딱 사로잡는 음악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첫인상이 멋있어서 좋은 사람이 있다면, 진중하게 얘기를 해봐야 좋은 사람도 있지 않나. 제 음악은 후자다. 오래 이야기해야 이 사람의 매력이 느껴지는 것, 그래서 앨범 형태로 준비했다. 정공법이라기엔 웃긴 말일 수도 있지만, 마케팅과 세상이 변해도 변하지 않는 형태는 있다고 믿는다. 다시금 LP가 주목받는 것처럼 내가 해왔던 것들을 계속 하면서 내 역할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권순관의 음악들은 분명히 화려하지 않을 수 있다. 그러나 느리지만 단단하게 커져가는 그의 세계 속에서 음악과 메시지는 더 견고해지고 있다. "더 발전해서 돌아왔다고 해주면 기쁠 것 같다. 잠시 잊고 있다가 돌아왔다고 하는 분들도 반갑다"는 권순관이 오래 눌러쓴 편지처럼 준비한 이 앨범이 음악 팬들에게 어떤 의미로 다가갈지 지켜보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장진리 기자 mari@spotv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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