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코로나19로 소규모 후원사 모집에 애를 먹고 있는 K리그 구단들. 열성적인 팬층이 있어야 그나마 버틸 힘을 모으기가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사진은 수원 삼성 팬 모임인 그랑블루.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말도 꺼내기 어려운 상황입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이 확산에서 감소 추세로 접어들고 있지만 안심하기에는 이르다. 정부가 코로나19에 대해 계속 심각 단계를 유지하고 있어 프로축구나 프로야구는 언제 개막을 할 것인지 가늠조차 하기 어렵다.

상황은 녹록지 않다. 각 구단은 선수들의 건강 유지에 힘을 쓰고 있다. 클럽하우스가 있는 구단들은 미혼 선수들을 모두 불러 모았다. 사실상 합숙이나 마찬가지다. 기혼자들은 자택에서 클럽하우스나 훈련장을 자차로 오가며 최대한 안전에 힘쓰고 있다.

다수 구단은 방역에도 힘쓰고 있다. 광주FC는 주 3회 사무국, 훈련장에 방역을 통해 코로나19 침투를 막고 있다. 신천지로 인해 연고지 대구광역시 자체가 힘든 시간을 보낸 대구FC는 1월 중국 쿤밍 전지훈련부터 시작했던 체온 측정을 오전, 오후로 습관화했다.

선수단, 사무국은 철저한 방역과 관리로 버텨내고 있지만, 문제는 상업성 추구다. K리그는 지난해 K리그1. 2(2부리그)는 정규리그와 승강 플레이오프를 포함해 총 237만6천924명을 모았다.

세분하면 K리그1 182만7천61명, K리그2 53만6천217명, 승강 플레이오프(PO) 1만3천646명이었다. K리그1이 2백만을 모으지는 못했지만, 대구의 급성장 등 호재가 많았다는 점에서 올해가 기대됐다.

그러나 코로나19로 언제 개막을 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 각 구단은 한국프로축구연맹의 결정을 기다릴 뿐이다. 그 어떤 지침도 전달받은 것이 없어 그동안 준비했던 업무들을 차분하게 이어가며 개막에 대비하고 있을 뿐이다.

걱정스러운 것은 정규리그와 파이널 라운드를 포함해 총 38라운드 정상 개최가 가능하냐다. 4월 초에만 열린다면 12월 중순까지 38라운드 소화가 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프로연맹도 이를 염두에 두고 구단들이 A매치 기간에도 리그 소화를 승인하면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그러나 4월 초 개막이 어려워 중순이나 하순까지 밀린다면 라운드 축소는 불가피하다. 이 경우 구단들은 경제적 손실을 감수해야 한다.

대부분의 구단은 1월까지 후원사를 확정한다. 2월에는 지역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작은 후원사를 받아 움직이거나 사회공헌활동 등으로 관계를 구축하며 개막을 준비한다.

▲ 시민구단 대구FC의 오랜 후원 모임인 엔젤클럽 ⓒ한국프로축구연맹

하지만, 코로나19로 모든 활동은 중단됐다. 소상공인들이 경제적 타격을 입어 구단 후원은 언감생심인 경우도 있다. A 기업구단 고위 관계자는 "코로나19로 지역 경제가 얼어붙으면서 '후원사나 후원의 집'처럼 유대 관계를 만들 수 있는 움직임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후원을 부탁드린다'는 말도 꺼낼 수 없는 상황이다"며 쉽지 않다는 반응을 보였다. 이어 "그나마 대형 후원사들과 미리 계약했기 때문에 시즌 준비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시도민구단의 상황은 조금 다르다. B시도민구단 고위 관계자는 "구단에 소액 후원을 해왔던 소상공인들은 그나마 부담을 덜 느끼고 있다. 하지만, 장기화할 경우 지속 후원을 담보하기 어렵다. 또, 구단 예산에도 일정 부분 영향을 받을 수 있다. 위기를 주는 수준은 아니어도 장기적으로는 분명 문제가 될 수 있다. 모기업이나 지자체에 언제까지나 손을 벌릴 수 있는 것이 아니라 그렇다"며 답답한 마음을 숨기지 못했다.

평소 얼마나 지역 사회와 맞닿으려 했느냐가 관건이다. 대구의 경우 열성팬 모임인 '엔젤클럽'과 끈끈함을 유지해 후원에는 큰 문제가 없다. 오히려 서로 손잡고 '대구야 힘내자'는 현수막을 내걸며 격려하고 있다. 대구 관계자는 "지난해 여러 후원사와 장기 계약을 했다. 엔젤클럽의 지속 후원도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반면, 그렇지 않은 구단은 머리가 아프다. 영업일 수로 대표되는 경기 수가 줄어버리면 시즌권 일부 환불부터 후원사 노출 제약에 따른 보상금까지 계산해야 할 것들이 많다. 중계권료 등 부가 수입이 거의 없는 K리그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당장 후원사와 함께 하는 어린이 축구교실 등 각종 사업을 중단하거나 아예 하지 않는 결정을 내리는 경우도 있다. C구단의 경우 올해 소규모 후원사 영업을 하지 않기로 했다. 소액도 아쉬운 상황에서 작은 고통이 큰 고통으로 발전할 여지가 생긴 셈이다. 선수단 운영 비용이 전체 예산의 50%를 가볍게 넘어가는 구단들이 다수라는 점에서 더 그렇다.  

코로나19가 언제 종식될 것인지는 아무도 모른다. 분명한 것은 대규모 인원이 모이는 곳에 대한 두려움이 쉽게 가시지 않고 그중 한 곳이 경기장이라는 점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수익 등에서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매년 예산에 대한 어려움을 항상 겪는 구단들 입장에서는 역으로 현시점이 체질 개선의 기회가 될지도 모른다.  



스포티비뉴스=이성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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