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원주, 이교덕 기자] "어이, 저팔계!" 

11일 원주 인터불고 호텔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35)은 다음 달 16일 로드FC 30 중국 베이징 대회에서 만나는 아오르꺼러(21, 중국)를 이렇게 불렀다.

일주일 전 최홍만, 아오르꺼러, 명현만, 마이티 모 등 무제한급 토너먼트 출전자를 서유기 주인공들처럼 합성한 로드FC 30 티저 포스터가 공개됐다. 여기서 아오르꺼러는 저팔계, 최홍만은 삼장법사 역이었다. 최홍만은 이 포스터를 인상 깊게 본 모양이었다.

아오르꺼러는 지난해 12월 로드FC 27 상하이 대회에서 심판이 경기를 중단했는데도 KO된 '전직 야쿠자' 김재훈을 계속 공격해 빈축을 산 파이터다. 최홍만은 무제한급 토너먼트 준결승전 상대가 아오르꺼러로 결정되기 전부터 "버릇 없는 녀석을 혼내 주겠다"고 말해 왔다.

최홍만은 이날도 아오르꺼러의 옆자리에서 못마땅한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러다가 목소리가 계속 높아졌다. '이 자리에서 공식적으로 사과할 생각이 없는가?'라는 한 기자의 질문에 아오르꺼러가 "지난해 12월 대회가 끝나고 현장에서 선수와 세컨드, 로드FC 직원에게 이미 사과를 했다"고 반복했기 때문이다.

최홍만은 "운동 선배로서 볼 때, 아오르꺼러가 진심으로 사과하는 것이 아닌 것 같다. 자세도 삐딱하고 다리도 떨고 있다. 어린 친구가 예의가 없다. 그걸 가르쳐 주고 싶다. 경기도 좋지만 예절을 배워야 할 필요가 있다. 알겠니? 아오르꺼러"라고 소리쳤다.

아오르꺼러는 "긴장되고 화가 난다"면서도 이미 사과했다는 말만 되풀이했다. 최홍만이 "진심을 이야기하라고, 진심을! 장난치지 말고!"라고 몰아붙이자 아오르꺼러는 그제야 "이 자리에서 진심으로 사과 드린다"고 고개를 꾸벅했다.

그래도 성이 풀리지 않은 최홍만은 "1년 선배라도 무서워하는 게 운동선수들이다. 그날 아오르꺼러의 행동에 내가 뛰어 올라가 싸우고 싶었다. 알겠니? 아오르꺼러"라고 윽박질렀다.

아오르꺼러는 갑자기 저자세로 나오는 듯했다. 하지만 최홍만의 이름도 모르고 있었다는 것처럼 "최홍만? 이름이 최홍만이지? 경기를 봤는데, 최홍만은 훌륭한 선수다. 아무리 도발을 해도 오늘 난 화내지 않을 것이다. 경기장에서 보자"고 받아쳤다.

최홍만이 "저팔계"라고 불러도 아오르꺼러는 "절대 화를 내지 않겠다. 중국에서는 저팔계 뿐 아니라 모든 요괴를 좋아한다. 중국에서 저팔계가 돼 삼장법사 최홍만을 잡아먹겠다"며 웃었다.

둘이 파이팅 포즈를 취할 때 드디어 사고가 났다. 최홍만이 '잘해 보자'라는 뜻으로 아오르꺼러의 얼굴을 잡았는데, 아오르꺼러가 약을 올리는 '메롱' 제스처를 취했다. 최홍만은 어이가 없는 듯 피식 웃다가 갑자기 폭발해 테이블을 엎었다.

주변 관계자들이 모두 무대 위로 뛰어 나와 두 거구를 떼어 놓았다. 최홍만은 계속해서 "어린 놈이 버릇이 없어"라고 고함쳤다.

최홍만과 아오르꺼러는 다음 달 16일 로드FC 30 중국 베이징 대회에서 맞붙는다. 여기서 이기면 명현만과 마아티 모 경기 승자와 곧이어 결승전에서 만난다.

[영상] 배정호 기자 ⓒ스포티비뉴스

[사진] 로드FC 제공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