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최고 외국인 선수' 안드레 에밋이 마지막 문턱을 넘지 못했다. 그러나 그가 올 시즌 최고 외국인 선수다운 활약을 하지 못했다고 평가할 수는 없을 것이다.

전주 KCC 이지스는 29일 고양체육관에서 열린 고양 오리온 오리온스와 2015~2016 KCC 프로농구 챔피언 결정 6차전에서 86-120으로 크게 졌다. 정규시즌 우승의 기세를 플레이오프로 가져오는 데 실패했다. 통합 우승을 이루지 못한 원인 가운데 하나는 주 득점원 에밋이 오리온이 들고 온 올가미 수비에 걸려들었기 때문이다. 에밋은 6차전에서 21득점을 기록했다.

그를 챔피언 결정전 평균 25.7점으로 막은 오리온의 수비는 확실히 성공적이었다. 1차 저지선 김동욱과 뒤를 받쳐주는 장신 포워드 군단은 목표를 이뤘다. 추일승 감독은 에밋에게 매 경기 25점 정도는 줄 수밖에 없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에밋은 화려한 마침표를 찍지 못했다. 그러나 에밋은 김영기 총재의 '출제 의도'에 정확히 들어맞는 선수였다. KBL은 올 시즌 외국인 선수 선발 제도를 고쳐 각 구단이 장신과 단신 선수로 나눠 각각 1명씩 영입할 수 있게 했다. 하승진이 있는 KCC는 다른 구단과 달리 193cm 이하 단신 선수인 에밋을 먼저 지명했다. 테크니션의 1순위 지명만으로도 화제를 몰고 왔다.

이 선택은 신의 한 수가 됐다. 에밋은 정규시즌 54경기에 모두 출전해 평균 25.7득점으로 이 부문 1위 트로이 길렌워터(LG)에 약 0.5점 뒤진 2위에 올랐다. 팀 우승이라는 가산점까지 있었으니 지난달 22일 열린 KBL 시상식에서 외국인 선수상을 에밋이 받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일이었다.

KCC는 에밋을 100% 활용하기 위해 전자랜드와 시즌 중 허버트 힐과 리카르도 포웰을 맞바꾸는 트레이드를 하기도 했다. 그만큼 팀에서 차지하는 비중이 절대적이었다. KGC를 상대한 플레이오프에서는 도저히 막을 수 없는 선수처럼 보였다. 4경기 평균 33.8득점을 기록했다.

비록 우승 문턱에서 좌절했지만 에밋은 올 시즌 최고의 외국인 선수라 부르기에 손색이 없었다. 단지 득점력뿐만 아니다. 성실성과 냉철한 성격에서도 본보기가 되는 선수였다.

에밋은 경기 전 가장 먼저 코트에 나와 정해진 만큼 슛을 던지는 것으로 리듬을 유지한다. 많은 외국인 선수들이 거친 수비와 이해하기 어려운 판정에 흥분을 참지 못하지만 에밋은 늘 침착했다. 챔피언 결정 2차전 속공 상황에서 애런 헤인즈(오리온)에게 블록을 당하고도 곧바로 공격에서 3점슛으로 응수하는 장면은 그의 침착한 성격을 보여주는 좋은 예다.

에밋은 성공했지만 팀은 졌다. KCC가 다음 시즌 전까지 채워야 할 빈자리는 (재계약이 유력한)에밋의 확실한 서포터를 찾는 일이 될 전망이다.

[사진] KCC 안드레 에밋 ⓒ KB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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