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김연아(26)가 6년 전 캐나다 밴쿠버에서 기록한 228.56점은 지금까지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종합 역대 최고 점수로 남아 있다.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홈페이지를 비롯한 피겨스케이팅 기록 목록에서도 6년 동안 역대 최고 점수 목록 최상단을 지키고 있다.

김연아가 2010년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이 점수를 받을 때 당분간 그 누구도 이 점수를 넘지 못할 것으로 전망됐다. 그러나 선수들의 점수는 시간이 흐를수록 높아졌다.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점수 인플레'란 말까지 나오고 있다.

선수들이 시도하는 기술 수준은 분명히 발전했다. 프로토콜에 나타나는 기초 점수는 6년 전과 비교해 높아졌다. 그러나 각 기술에 주어지는 수행점수(GOE)와 예술점수(PCS)의 폭등은 일관성이 없다는 말도 나오고 있다.

2016년 ISU 피겨스케이팅세계선수권대회가 30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보스턴에서 개막됐다. 이번 대회 여자 싱글 우승 후보는 시니어 1년째인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16, 러시아)다. 1999년생인 메드베데바는 지난 시즌 주니어 그랑프리 파이널과 주니어 세계선수권대회를 휩쓸었다. 올 시즌 시니어 무대에 데뷔한 그는 그랑프리 파이널과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메드베데바는 시니어 데뷔 시즌에 최고의 자리에 올라섰다. 그는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생애 첫 번째 세계 챔피언에 도전한다. 메드베데바는 지난해 12월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그랑프리 파이널에서 222.54점을 받았다. 이 점수는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점수다. 김연아의 228.56점에 이어 두 번째 순위를 차지하고 있는 이는 아델리나 소트니코바(20, 러시아)다. 소트니코바는 소치 동계 올림픽에서 224.59점을 받으며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메드베데바의 올 시즌 상승세는 무섭다. 그랑프리 파이널 우승에 이어 유럽선수권대회에서는 215.45점으로 정상에 올랐다. 210점은 메드베데바에게 넘기 어려운 점수가 아니다. 선수들의 경쟁이 치열할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그가 과연 몇 점을 받을지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신 채점제가 도입된 이후 여자 싱글에서 200점 돌파가 처음으로 이뤄진 해는 2009년이다. 이 해 열린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김연아는 207.71점을 받았다. 피겨스케이팅 역사에 새 장이 열린 순간이었다.

200점 돌파한 여자 싱글 선수는 모두 14명

2009년 이후 지금까지 200점 고지를 넘은 여자 싱글 선수는 김연아를 포함해 모두 14명이다. 200점을 넘은 선수 14명 가운데 러시아 선수가 6명(소트니코바 메드베데바 안나 포고릴라야 엘레나 라디오노바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 율리아 리프니츠카야), 일본 선수가 3명(미야하라 사토코 아사다 마오 안도 미키), 미국이 2명(그레이시 골드 애슐리 와그너) 한국(김연아) 이탈리아(캐롤리나 코스트너) 캐나다(조애니 로셰트)가 1명이다.

이들 가운데 2014년 이후 개인 최고 점수를 받은 이는 무려 10명이다. 소치 동계 올림픽을 기점으로 선수들의 점수가 높아진 것을 확인할 수 있다.

러시아의 어린 선수들은 기초 점수가 높은 기술을 경기에서 시도한다. 점수가 높아진 이유 가운데 하나로 꼽을 수 있다. 200점 돌파가 빈번하게 이뤄지고 있는 가운데 김연아의 228.56점이 어느덧 정복할 수 있는 고지로 변했다.

김연아와 메드베데바의 최고 점수 차이는 6.02점

김연아는 2010 밴쿠버 동계 올림픽에서 종합 점수는 물론 쇼트프로그램(78.50)과 프리스케이팅(150.06)에서도 역대 최고 점수를 올렸다. 그러나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의 주인공은 2014년  도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바뀐다. 자국에서 열린 대회에서 아사다 마오는 쇼트프로그램 점수 78.66점을 받았다. 4년 만에 쇼트프로그램 최고 점수가 경신됐다.

메드베데바의 쇼트프로그램 역대 최고 점수는 74.58점이다. 프리스케이팅 최고 점수는 147.96점이다. 김연아 다음으로 높은 점수를 기록한 소트니코바는 소치 올림픽이 끝난 뒤 날개가 꺾였다.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자인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는 부상으로 올 시즌 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이런 상황에서 김연아가 기록한 역대 최고 점수에 가장 가깝게 접근한 이는 메드베데바다. 그와 김연아가 기록한 최고 점수 차는 6.02점이다.

세계선수권대회가 열리는 북미 지역 언론도 메드베데바의 우승을 유력하게 점치고 있다. 캐나다 매체인 CBC스포츠는 30일 홈페이지에 "메드베데바가 여자 싱글 우승에 가장 가까운 선수라고 생각한다. 그의 꾸준한 경기력과 기술은 아주 훌륭하다"고 칭찬했다.

이 매체는 메드베데바가 여자 싱글 역대 세 번째로 높은 점수를 받은 점을 언급했다. CBC스포츠는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준우승을 차지한 미야하라 사토코를 메드베데바의 우승 경쟁자로 꼽았다. 아사다 마오 이후 일본 여자 싱글의 간판이 된 미야하라의 개인 최고 점수는 214.56점이다.

6.02점은 넘을 수 있는 점수다. 그러나 현실을 볼 때 결코 만만치 않다. 우선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러시아나 유럽 그리고 일본이 아닌 미국에서 열린다. 그레이시 골드와 애슐리 와그너가 홈 어드밴티지를 받을 것으로 여겨지기 때문에 메달 경쟁자인 메드베데바의 기록 행진은 쉽지 않다. 또한 김연아가 기술과 예술성에서 보여 준 놀라운 '올라운드 플레이어'의 기량을 생각할 때 메드베데바는 아직 여러모로 부족하다. 

내년 세계선수권대회는 핀란드 헬싱키, 그리고 평창 동계 올림픽이 열리는 2018년은 이탈리아(도시는 아직 미정)에서 개최된다. 탄탄한 선수층을 가진 러시아 선수들의 선전은 이어질 것으로 전망된다. 피겨스케이팅 열기가 뜨거운 일본도 지속적으로 기대주들을 배출하고 있다. 영원한 것이 없듯 기록은 깨지기 위해 존재한다. 위대한 기록은 오랫동안 유지될 때 가치가 높아진다.

2010년 이후 아직까지 세계 최고 점수로 남아 있는 김연아의 228.59점은 언제까지 유지될까.

[사진1,2,4] 김연아 ⓒ GettyImages

[사진3]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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