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조영준 기자] 은반 위의 흑진주로 불린 데비 토마스(49)와 동양계 첫 올림픽 챔피언 크리스티 야마구치(44), '전설'로 남은 미셸 콴(35)과 최연소 올림픽 금메달리스트 타라 리핀스키(33) 그리고 '빙판의 요정' 사샤 코헨(31). 1980년대와 1990년대 세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을 장악한 미국 선수들이다.

그 무렵 미국에서 피겨스케이팅은 인기 종목으로 주목을 받았고 콴과 코헨은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최근 미국 피겨스케이팅 열기는 뜨겁지 않다. 피겨스케이팅의 중심이 북미에서 러시아와 일본으로 넘어갔기 때문이다.

올해 국제빙상경기연맹(ISU) 피겨스케이팅세계선수권대회는 미국 매사추세츠주 보스턴에서 열렸다. 미국은 2009년 로스앤젤레스 대회 이후 7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를 유치했다. 그러나 미국 선수가 홈 팬의 갈채를 받으며 우승하는 장면은 기대하기 어렵다.

남자 싱글은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 금메달리스트인 하뉴 유즈루(22, 일본)와 패트릭 챈(26, 캐나다) 그리고 진보양(19, 중국) 등이 금메달을 놓고 경쟁한다. 여자 싱글은 올 시즌 그랑프리 파이널과 유럽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16, 러시아)가 유력한 금메달 후보로 평가 받는다. 같은 국적 동료인 엘레나 라디오노바(16)와 지난해 세계선수권대회 2위 미야하라 사토코(18, 일본)도 메달권에 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여자 선수들은 도전자 처지가 됐다. 올해 전미선수권대회 우승자인 그레이시 골드(20)와 애슐리 와그너(24)는 홈에서 열리는 세계선수권대회에서 메달 획득을 노린다.

여러 미국 언론은 메드베데바가 여자 싱글 정상에 오를 것으로 전망했다. NBC스포츠는 30일(이하 한국 시간) 홈페이지에 "메드베데바는 지난 시즌 주니어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그는 타라 리핀스키 이후 시니어 데뷔 첫 시즌에 세계선수권대회 우승을 차지할 가능성이 크다"고 보도했다.

1998년 나가노 동계 올림픽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금메달리스트인 타라 리핀스키는 메드베데바가 여자 싱글 금메달을 획득하고 라디오노바가 은메달을 차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리고 남은 동메달 한 자리는 골드나 와그너가 목에 걸 것으로 내다봤다. 리핀스키는 "그레이시 골드는 스케이팅이 깨끗하고 프로그램을 표현하는 능력이 있다"고 평가했다. NBC 피겨스케이팅 해설 위원인 조니 위어도 리핀스키와 똑같이 전망했다.

메드베데바의 개인 최고 점수는 222.54점(2015년 그랑프리 파이널)이다. 미야하라는 지난달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4대륙선수권대회에서 개인 최고 점수 214.56점을 받고 우승했다. 이 대회에 출전한 골드는 급격하게 흔들리며 5위에 그쳤다. 보스턴 글로브는 31일 "골드가 세계 챔피언이 되려면 강한 정신력이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현실적으로 미국 선수들의 메달 획득은 쉽지 않다. 골드의 개인 최고 점수는 205.53점이고 와그너는 202.52점이다. 이들이 홈 어드밴티지를 받을 것으로 예상되지만 메드베데바와 미야하라 그리고 라디오노바(개인 최고 점수 : 211.32)의 개인 최고 점수에는 미치지 못한다.

2006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키미 마이스너(26, 미국)가 우승한 뒤 미국 피겨스케이팅은 여자 싱글에서 우승하지 못했다. 한국에서는 김연아(26)가 등장했고 피겨스케이팅 저변이 탄탄한 일본에서는 꾸준하게 상위권 선수들이 나타났다. 

러시아는 이리나 슬루츠카야(37)가 2005년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한 뒤 한동안 잠잠했다. 러시아는 2014년 소치 동계 올림픽을 앞두고 유망주들을 육성했다. 지난해 엘리자베타 툭타미셰바(19)가 정상에 오르며 러시아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은 10년 만에 세계선수권대회 금메달을 거머쥐었다.

미국 매체 'Team USA'는 '미국 피겨스케이팅 여자 싱글 선수가 10년 동안의 가뭄을 해결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의 기사를 게재했다. 와그너는 이 매체에 "나는 미국에도 재능 있는 선수들이 많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적으로 예전에 볼 수 없었던 경쟁이 펼쳐지고 있다. 많은 나라에서 강한 선수들이 나오고 있다. 러시아와 일본 선수들은 특히 강하다. 2000년대 초반부터 이러한 흐름이 진행됐고 미국은 10년 동안 가뭄을 겪었다"고 덧붙였다.

[사진1] 그레이시 골드, 애슐리 와그너, 폴리나 에드먼드(왼쪽부터) ⓒ GettyImages

[사진2] 에브게니아 메드베데바 ⓒ GettyImages

[사진3] 애슐리 와그너(왼쪽) 그레이시 골드 ⓒ GettyImag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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