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홍영현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잠실, 김민경 기자] 꿈같은 열흘을 보냈다. 1군 2경기 만에 첫 승을 이룬 홍영현(25, 두산 베어스)의 이야기다.

홍영현은 19일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KIA 타이거즈와 시즌 6차전에 0-3으로 끌려가던 4회 2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홍영현은 5회까지 2이닝 1피안타 1볼넷 1탈삼진 무실점을 기록하며 8-3 역전승의 발판을 다졌고, 승리투수가 되는 기쁨을 누렸다.

배명고와 동국대를 졸업하고 2014년 육성선수로 두산에 입단한 홍영현은 데뷔 3년 만에 1군 무대를 밟았다. 지난 10일 정식 선수로 등록됐고, 14일 고척 넥센 히어로즈전에 구원 등판해 1이닝 무실점을 기록하며 성공적인 데뷔전을 치렀다. 2경기에서 3이닝 동안 볼넷 3개를 내준 건 아쉽지만 아직 실점은 기록하지 않고 있다.

홍영현은 경기를 마치고 "잠실에서 꼭 등판하고 싶었는데, 첫 승까지 챙겨서 정말 기쁘다. 선배들이 좋은 수비로 잘 막아 주셔서 덕을 봤다. 부모님께서 경기장에 오셨는데 승리를 챙겨서 더 기쁘다"고 소감을 말했다.

1군에 합류하는 꿈을 이룬 순간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홍영현은 "일요일이고 쉬는 날이었다. 저녁을 먹다가 들었는데 얼떨떨했다. 부모님께 전화하니까 어머니께서 바로 우셨다"며 "부모님께서 정말 고생을 많이 하셨다. 에드먼턴 우승 멤버들 부모 모임이 있는데, 제가 못하니까 늘 죄송했다"고 속마음을 털어놨다.

어렵게 기회를 얻은 만큼 놓치지 않기 위해 늘 준비했다. 홍영현은 "오늘(19일) 니퍼트가 선발에서 갑자기 교체되면서 모든 투수가 캐치볼을 하면서 미리 다 몸을 풀었다. 첫 경기보다 긴장을 덜 해서 자신은 있었다. (양)의지 형이 베테랑이고 한국 최고의 포수여서 형만 믿고 사인대로 던진 게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했다.

좋은 투구를 펼치고 있지만 아직 1군 마운드가 낯설다. 홍영현은 "데뷔전 때는 긴장 안 할 거라 생각했다. 불펜에서 몸을 풀 때만 해도 긴장을 안 했는데, 마운드에 올라가니까 관중이 정말 많아서 긴장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이어 "야구를 하면서 첫 번째 목표가 1군에서 던지는 거였는데 이뤄서 뿌듯하다"고 말하며 웃었다.

▲ 홍영현 ⓒ 두산 베어스
2008년 캐나다 에드먼턴에서 열린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대회 우승을 함께한 1990년생 친구들 허경민과 정수빈, 박건우는 홍영현이 1군에 빨리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왔다. 특히 룸메이트 허경민의 도움을 많이 받고 있다. 홍영현은 "이제부터 시작이다. 친구들을 따라가려면 한참 멀었다. 큰 목표를 세우기 보다는 친구들에게 붙어서 많이 배울 생각"이라고 각오를 다졌다.

가장 자신 있는 구종으로 커브를 꼽았다. 구속은 130km까지 나온다. 홍영현은 "커브가 제일 자신 있고, 체인지업도 많이 던진다. 패스트볼은 입단할 때 시속 134km 정도 나왔는데 지금은 시속 147km 정도로 빨라졌다. 예전에는 변화구를 자신 있게 던졌는데, 지금은 빠른 공도 자신감이 생겼다"고 설명했다.

제구를 조금 더 다듬을 생각이다. 홍영현은 "2군에서도 가장 많이 신경 쓴 게 볼넷이다. 정재훈 선배께서 처음 올라왔을 때 좋은 말을 많이 해 주셨다. '스피드가 떨어져도 제구가 되면 싸움이 되니까 너도 그런 투수가 되라'고 조언해 주셨다"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어렵게 온 만큼 감사한 이도 많다. 홍영현은 "문동환 퓨처스리그 투수 코치님과 한용덕, 권명철 1군 투수 코치님에게 정말 감사 드린다. 한 코치님은 맨투맨으로 신경을 정말 많이 써 주셨다. 문 코치님은 기술적으로 제가 배운 걸 잊어버리지 않게 도와주셨다"고 했다.

두산에는 홍영현을 비롯해 정수빈과 허경민, 박건우, 허준혁 등 에드먼턴 키즈 5명이 1군에서 뛰고 있다. 퓨처스리그에 있는 성영훈까지 합류하면 6명 모두 1군에서 함께할 수 있다. 홍영현은 "(성)영훈이가 실전에 나설 준비가 거의 다 된 거로 알고 있다. 영훈이도 어서 1군에서 같이 공을 던졌으면 좋겠다. 다 같이 1군에서 뛸 수 있을 때까지 저도 최선을 다해 버티겠다"고 힘줘 말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