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일본 프로야구의 '인스턴트 리플레이'는 홈런과 홈 충돌 상황을 판정할 때만 적용된다(사진은 기사 내용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음).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인스턴트 리플레이', 즉 영상 검토에 의한 판정 번복은 미국 메이저리그와 한국 KBO 리그에 도입돼 자리를 잡았다. 세계에서 손꼽는 리그가 있는 일본은 이 흐름에 동참하지 않고 있다. 홈런 타구와 홈 충돌, 단 두 가지 상황에 대해서만 비디오 판정을 한다.

NPB(일본야구기구)는 1월 19일 이사회 실행위원회에서 '리플레이 영상 사용 규정'을 개정했다. 이하라 아츠시 사무국장은 "지금까지 홈런 여부를 확인할 때만 리플레이 영상을 확인할 수 있게 했지만, 올해부터 홈에서 충돌이 벌어졌을 때도 추가했다. 영상은 해당 경기 주심이 필요로 할 때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올 시즌 비디오 판정에 대한 논란은 주로 홈 충돌 상황에서 비롯됐다. 5월 11일 한신과 요미우리 경기, 3회초 2사 2루에서 요미우리 와키야 료타의 중전 안타에 2루 주자 고바야시 세이지가 홈으로 뛰다 야마토의 송구에 막혔다. 요미우리 쪽에서 비디오 판정을 요청했고, 심판진은 영상 검토 후 포수 하라구치 후미히토가 주자의 길목을 막았다는 이유로 판정을 번복했다. 한신 가네모토 도모아키 감독은 의견서를 제출해 센트럴리그 측의 의견을 물었다. 그는 '문제없다'는 답변을 듣고도 재차 "납득할 수 없다"며 항의했다.

▲ 5월 11일 한신-요미우리 경기에서 나온 문제의 판정

지난달 14일 히로시마와 세이부의 교류전(인터리그) 경기에서는 홈 충돌 규칙에 의한 끝내기 승리가 나왔다. 2-2 동점이던 9회말, 히로시마 아카마츠 마사토의 중전 안타에 2루에 있던 기쿠치 료스케가 홈으로 뛰다 아웃됐다. 비디오 판정을 거쳐 세이부 포수 우에모토 다쓰유키가 발로 홈 플레이트를 막았다는 결론이 나왔다. 세이부는 '홈 충돌 규칙의 판정 기준을 명확히 해 달라'는 내용의 질의서를 퍼시픽리그에 보냈다.

홈 충돌 규칙을 정확하게 적용하기 위해 비디오 판정을 도입했다. 정작 현장에서는 '리플레이 영상을 봐도 이해가 안 간다'며 심판진에 대한 불신만 키우고 있다. NPB는 4일 심판과 구단 대표들로 구성된 규칙위원회에서 홈 충돌 규칙에 대한 기준을 다시 검토하기로 했다. 

NPB는 지난해 9월 12일 열린 한신과 히로시마의 경기에서 역대 처음으로 비디오 판정을 거친 판정을 '오심'으로 인정했다. 12회초 나온 히로시마 다나카 고스케의 홈런을 3루타로 판정했고, 경기는 2-2 무승부로 끝났다. 게다가 0.5경기 차로 한신이 3위, 히로시마가 4위로 시즌을 마치면서 다시 논란이 됐다.

메이저리그의 '챌린지'나 KBO의 '합의 판정'이 자리를 잡으면서 일본 프로 야구에도 인스턴트 리플레이를 본격적으로 도입하자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인스턴트 리플레이에 대해 12개 구단 감독은 물론이고 선수들 사이에서는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심판부에서 난색을 보였다. 

리플레이 센터가 있는 메이저리그와 달리 NPB는 모니터링 장비가 비디오 판정에 적합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일본 '주간베이스볼'은 "여러 심판 위원들이 '모니터 장비가 잘 보이지 않고, 장비도 구장에 따라 제각각이라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며 장비의 개선이 필요하다고 보도했다.

흥미로운 사실은 일본 프로 야구에서 비디오 판정이 도입되고, 또 적용 범위가 확대되는 데 한국 선수들이 결정적인 계기를 제공했다는 점이다.

▲ 요미우리 시절의 이승엽

먼저 이승엽이 요미우리에서 뛰던 2006년 6월 11일 나온 사례다. 이승엽이 홈런을 쳤는데, 1루 주자 오제키 다쓰야가 3루를 밟지 않고 지나쳤다는 지바 롯데 3루수 이마에 도시아키의 어필이 받아들여졌다. 주자의 누의 공과로 홈런은 무효가 되고 단타로 처리됐다. 일본 프로 야구에서 홈런 이후 타자가 아닌 주자의 누의 공과는 이때가 처음이었다. 요미우리 구단 측은 영상 검토 후 "오제키는 3루 베이스를 제대로 밟았다"며 센트럴리그 측에 항의문을 보냈다.

일본 프로 야구를 움직이는 거대 구단 요미우리는 항의문에서 멈추지 않았다. 비디오 판정의 필요성을 주장하고 나섰다. 2006년 시즌이 끝난 뒤 홈런에 한해 비디오 판정을 하자는 합의가 이뤄졌다. 단 심판 대기실에 모니터 장비가 갖춰지지 않은 구장이 있어 2010년 시즌에 와서야 홈런에 대한 비디오 판정이 이뤄졌다. 이 역시 메이저리그에서 2008년 먼저 제도를 도입한 것이 영향을 끼쳤다.

그러나 맹점이 있었다. 규약에 리플레이 영상에 의한 홈런 판정은 심판 대기실에 모니터 장비가 있는 12개 구단 전용 구장과 호토모토필드고베에서만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지방 구장에 모니터 장비 설치를 강제하지 않았다. 이대호가 이 규정의 공백 때문에 홈런 하나를 잃었다. 지난해 6월 23일 사이타마현 오미야구장에서 열린 세이부와 경기에서 왼쪽 폴 근처를 지나는 홈런성 공을 쳤다. 판정은 파울. 지난해 10월 NPB 이사회와 실행위원회는 지방 구장까지 비디오 판정을 확대해 시행한다는 내용을 확정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