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홍만과 마이티 모
[스포티비뉴스=이교덕 기자] "퍽!"

마이티 모의 주특기 오른손 오버 핸드 훅이 터졌다. 2라운드 50초 '테크노 골리앗' 최홍만은 K-1 데뷔 후 처음으로 펀치를 맞고 뒤로 넘어갔다. 일어나려고 안간힘을 써도 몸이 말을 듣지 않았다. 차가운 링 바닥을 온몸으로 느낀 첫 KO패. 어이없다는 듯 피식 웃었지만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최홍만은 탱크 같았다. 웬만한 타격에는 쓰러지지 않았다. 레미 본야스키나 제롬 르 밴너 같은 베테랑도 위험을 감수하고 굳이 218cm, 160kg의 최홍만과 정면 대결을 펼치지 않았던 때다. 어네스토 후스트를 마구잡이 펀치로 두 번이나 잡은 밥 샙도 최홍만의 니킥에 고개를 돌려 스탠딩 다운을 당했다.

그런데 마이티 모는 달랐다. 두려워하지 않고 훅을 휘둘렀다. 최홍만이 자신의 맷집을 너무 믿은 것일지 몰랐다. K-1 월드 그랑프리 요코하마 대회가 열린 2007년 3월 4일, 최홍만은 자신도 펀치를 맞고 주저앉을 수 있다는 걸 깨달은 날이었다. 어쩌면 이때부터 최홍만은 링 위에서 생각이 많아졌는지 모른다.

최홍만 "근육 키우고 힘 붙여 자신감 높아졌다"

최홍만은 숙적 마이티 모를 다시 만난다. K-1 입식타격기 경기가 아닌 로드FC 종합격투기 경기에서다. 오는 24일 서울 장충체육관에서 열리는 로드FC 33 메인이벤트에서 무제한급 토너먼트 챔피언벨트를 걸고 싸운다. 두 선수의 3차전.

2007년 9월 29일 K-1 월드 그랑프리 서울 대회에서 펼친 2차전에서 판정승으로 1차전 패배를 설욕한 최홍만, 상대 전적 1승 1패에서 이번엔 KO패를 되돌려주겠다는 각오다. 지난 4월 로드FC 30에서 아오르꺼러에게 KO승 한 상승세를 이어가려고 한다.

최홍만은 지난 20일 서울 압구정짐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오랜만에 마이티 모와 경기한다. 그에 대해 아는 것이 많은 편이다. 마이티 모를 상대로 그리면서 스파링 위주로 훈련했다. 결과로 보여 주겠다"고 말했다.

이어 "그에겐 펀치 한 방이 있다. 큰 펀치만 조심하면 된다. 방어 연습을 많이 했다. 그런데 지금 말할 수 있는 건, 지금은 내 펀치가 더 세다"며 자신감을 나타냈다.

최홍만이 지난해 격투기 무대 복귀를 선언했을 때, 우려 섞인 목소리가 컸다. 뇌하수체 종양 제거 수술을 받은 최홍만은 몸무게가 많이 줄어 있었다. 지난해 7월 140kg 정도 나간다고 밝혔지만 팔다리가 너무 가늘어 보였다. 저래서 싸울 수 있겠나 싶었다.

그런데 1년 동안 근육을 많이 키웠다. 예전 몸집으로 돌아왔다. 최홍만은 "몸무게는 전성기(155~160kg)에 근접했다. 힘이 많이 올라와 자연스럽게 자신감이 붙었다"고 말했다. "다른 생각할 겨를 없이 운동만 했다. 너무 고생했다. 이 고생한 걸 어디에다 하소연해야 하나. 마이티 모, 각오하는 게 좋을 것"이라고 엄포를 놨다.

최홍만, KO 트라우마 사라졌나?

10남매를 키우고 있는 마이티 모는 돈이 필요하다. 1970년생으로 만 45세에도 은퇴하지 못하고 있는 건 그 때문이다. 가장의 책임감이 무겁다. 그래서 최홍만에게 또 오른손 폭탄을 안기겠다고 한다.

강산이 한 번 바뀌었어도, 마이티 모의 스타일은 바뀌지 않았다. 거리를 좁혀 오른손 훅을 휘두른다. '부산 중전차' 최무배는 지난해 마이티 모와 두 번 싸워 모두 KO로 졌다. 마이티 모의 뻔한 작전을 알고서도 당했다. 그게 더 무섭다.

관록도 무시 못한다. 지난 3월 명현만과 경기에서 손이 부러지는 위기에 빠졌으나 레슬링 싸움을 걸어 3라운드 넥 크랭크로 이겼다. 자신의 비교 우위를 이용해 싸움에서 이기는 방법을 잘 알고 있다.

물론 최홍만과 레슬링 싸움은 무의미하다. 예밀리야넨코 표도르도 최홍만을 넘어뜨리려고 자신만만하게 붙었다가 되치기로 테이크다운을 허용해 깔렸다. 천하장사의 균형감은 대단하다. 마이티 모도 그것을 잘 알고 있을 터. 역시 타격전에서 결판이 날 분위기다. 마이티 모는 기회를 엿보다가 훅을 휘두를 것이고, 최홍만은 거리를 두면서 카운터 니킥이나 스트레이트로 반격할 가능성이 크다.

관건은 최홍만에게 KO 트라우마가 남아 있느냐다. 최홍만은 지난해 7월 복귀전에서 카를로스 도요타에게 실신 KO패 했다. 정상급 선수와 대결에서 맞지 않고 이기기란 불가능에 가깝다. 줄 건 주고 얻을 걸 얻어야 하는데, 최홍만은 가드 없이 상대의 공격을 피하기만 하다 보니 펜스에 몰리기 일쑤였다.

장신의 파이터는 거리 싸움에서 유리하다. 그러나 최홍만은 기동력이 좋지 않아 능수능란한 아웃 파이트를 기대하기 힘들다. 최근 3경기에서 상대 카를로스 도요타, 루오췐타오, 아오르꺼러의 압박에 펜스를 등졌다. 사이드 스텝을 살리지 못하니 배수진을 치고 '너 죽고 나 죽자' 식의 난타전을 펼쳤다.

이런 그림에선 앞 경기 3명의 상대들보다 정확도가 높은 강한 펀치를 지닌 마이티 모가 더 유리하다.

최근 경기의 두 선수 전력으로 보면 마이티 모의 6대 4를 점친다. 최홍만에겐 차라리 케이지 중앙에서 정면 승부가 낫다. 주저주저하다가 뒷걸음질 치는 것보다 마이티 모의 압박에 밀리지 않고 카운터 잽이나 스트레이트, 니킥으로 KO를 노리는 게 효과적이다.

최홍만이 K-1에서 활약할 때를 떠올려보자. 대부분 상대들이 뒤로 빠졌다. 상대를 추격했고 스텝이 잡히지 않을 때 넥 클린치를 잡고 니킥을 차올렸다. 전성기 때 몸무게를 회복해 신체적인 준비를 마쳤다면, 전성기 때 무모한 저돌성도 필요하다.

챔피언 권아솔의 다음 상대는 누구?

라이트급 챔피언 권아솔은 지난해 3월 이광희에게 TKO승 한 뒤 타이틀 방어전을 치르지 않고 있었다.오는 12월 드디어 타이틀 2차 방어전에 나설 전망이다. 정문홍 대표는 스포티비뉴스와 인터뷰에서 "로드FC 33 사사키 신지와 브루노 미란다의 경기 승자와 권아솔을 오는 12월 10일 붙이겠다"고 밝혔다.

브루노 미란다는 무에타이 타격가. 8승 1패 전적을 쌓았다. 로드FC에서 김원기 이광희 정두제를 차례로 꺾었다. 사사키 신지는 16승 3무 9패의 베테랑이다. 지난 4월 일본 라이진에서 UFC 출신 대런 크뤽생크에게 사커킥으로 TKO패 했지만, 로드FC에서는 김창현 최종찬 박원식에게 3연승 하고 있다.

권아솔은 최홍만을 도발하다가 지난 5월 로드FC 31에서 이둘희의 부상으로 대회 일주일 전 대체 선수로 들어온 구와바라 기요시에게 18초 만에 KO로 졌다. 여기서 "후두부를 맞아 정신이 없다"는 말을 남겨 '권두부'라는 별명도 얻었다.

현재 권아솔은 사람들에게 말만 많은 떠버리가 돼 있다. 그러나 권아솔이 국내 라이트급 정상급 파이터라는 건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인지도를 쌓기 위해 무리한 SNS 도발로 이미지를 많이 깎아 먹었지만 실력까지 폄하할 선수는 아니다.

권아솔은 12월 경기에서 챔피언의 위용을 증명해 보여야 한다. 최근 tvN '소사이어티 게임' 출연이 확정됐다. 방송에서 입담을 자랑할 기회다. 하지만 타이틀을 잃으면 나중에 방송 활동의 명분을 잃는다. 권아솔은 미란다 브루노와 사사키 신지의 경기를 주의 깊게 지켜볼 것이다.

김민우 vs 네즈 유타, 주목해야…기원빈 상승세 어디까지?

전 밴텀급 챔피언 이윤준이 뇌경색으로 챔피언벨트를 반납해 밴텀급은 미궁 속에 빠졌다. 새 챔피언을 가려야 한다. 정문홍 대표는 김수철을 챔피언 결정전에 미리 올려놨다. 상대 선수를 고심하고 있는데, 로드FC 33에서 맞붙는 김민우와 네즈 유타 가운데 한 명이 맞은편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크다.

김민우는 만 23세의 젊은 나이로 7승 2패 전적을 쌓았다. 최근 사토 쇼코와 문제훈에게 이겨 타이틀 도전권에 가까이 다가간 상태. 19승 1무 8패의 베테랑 네즈 유타를 꺾고 김수철과 싸울 기회를 얻겠다며 이를 갈고 있다.

눈여겨볼 만한 경기는 난딘 에르덴과 기원빈의 라이트급 경기다. 두 선수 모두 공격적인 타격가로 누군가 한 명은 쓰러질 게 분명하다. 로드FC 영건스에서 메인 카드로 올라가는 문은 좁은 편이다. 기원빈은 좁은 문을 통과한 젊은 파이터다. 그만큼 그의 실력과 발전 가능성이 높게 평가 받고 있다는 방증이다.

홍영기는 로드FC에서 확실히 밀어주는 파이터다. 화려한 발차기를 장착한 국기 태권도 국가 대표 상비군 출신이라는 확실한 캐릭터가 있기 때문이다. 코메인이벤트에서 기대에 부응하는 경기를 펼쳐야 할 과제를 안고 있다. 

로드FC 33 대진

[무제한급 토너먼트 결승전] 최홍만 vs 마이티 모
[페더급] 홍영기 vs 우에사코 히로토
[72.5kg 계약 체중] 사사키 신지 vs 브루노 미란다
[밴텀급] 김민우 vs 네즈 유타
[라이트급] 박원식 vs 아베 우쿄
[라이트급] 난딘에르덴 vs 기원빈
[54kg 계약 체중] 린허친 vs 김해인
[미들급] 김내철 vs 박정교

로드FC 영건스 29 대진

[63kg 계약 체중] 장대영 vs 김용근
[64kg 계약 체중] 양쥔카이 vs 장익환
[페더급] 이후선 vs 김세영
[페더급] 이정영 vs 조경의
[미들급] 오재성 vs 김지훈
[플라이급] 김규화 vs 김태균
[웰터급] 스튜어트 구치 vs 최원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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