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북미 프로 스포츠 역사상 첫 현역 선수 커밍아웃 사례로 이름을 올린 제이슨 콜린스
[스포티비뉴스=조현일 기자] (1편에서 계속) 미국 프로 농구(NBA)는 성소수자 차별을 막는 데 각별한 노력을 기울여 왔다. NBA 사무국은 흑인 비하 발언으로 구설수에 오른 도널드 스털링 전 LA 클리퍼스 구단주를 영구제명시켰다. 지난 3월에는 노스캐롤라이나주가 인종 또는 성차별 소송을 원천 봉쇄하는 법안을 제정하려고 하자 2017년 올스타전 개최지를 애초 샬럿에서 뉴올리언스로 바꾸기도 했다. 리그 수뇌부는 어떠한 차별과 편견에도 단호히 대응하겠다는 의지를 분명히 했다.

3년 전 한 현역 운동선수가 동성애자라는 사실을 고백해 큰 관심을 모은 적이 있다. 제이슨 콜린스(38)는 언론 인터뷰에서 자신의 성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발표해 많은 이들의 눈길을 끌었다. 콜린스는 북미 프로 스포츠 역사상 최초로 커밍아웃을 한 현역 남자 선수로 이름을 올렸다.

◆ 98번 그리고 또 다른 존재 가치

콜린스는 네츠 유니폼 등번호로 98번을 선택했다. 레이커스전에선 46번을 달고 뛰었는데 그땐 아직 구단이 98번을 준비하지 못했기 때문이었다. 콜린스는 이르면 포틀랜드 트레일 블레이저스 또는 덴버 너게츠 원정에서 98번 유니폼을 입고 활약할 예정이다.

98이라는 숫자는 콜린스를 비롯해 동성애자들에게 각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1998년 와이오밍주립대학교 매튜 쉐파드라는 동성애자 학생이 사망해 충격을 줬다. 사인은 과다 출혈. 동성애를 혐오하는 무리들로부터 치명적인 폭행을 당한 그는 다음 날, 울타리에 묶인 상태로 발견됐다. 그러나 심각한 머리 부상으로 4일 만에 숨을 거두고 말았다. 쉐파드의 억울한 죽음을 기리고자 콜린스는 이전 소속팀이었던 보스턴 셀틱스, 워싱턴 위저즈 시절부터 98번을 달고 코트를 누볐다.

네츠 구단은 10일 계약 선수로는 이례적으로 콜린스의 98번 유니폼을 판매했다. 여러 NBA 스타들을 제치고 일일 판매 1위를 달성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많은 이들이 놀랍다는 반응을 보였다. 추가 주문 요청이 끊임없이 들어올 정도였다.

▲ 제이슨 콜린스 등 번호 98번은 특별한 의미가 담겨 있다.

2014년 2월 말 애리조나주는 꽤 혼란스러웠다. 동성애자를 차별할 수 있다는 법안이 통과 직전에 놓였기 때문이었다. 미국 전역에서 반대 움직임이 일었다. 전문가들은 "동성애자인 콜린스가 NBA 팀과 계약을 맺으면서 화제를 모았고 애리조나주 결정에 반대 의사를 표현하는 움직임과 결합되면서 이상 판매현상이 일어났다"고 분석했다.

2001~2002시즌 뉴저지 유니폼을 입고 NBA에 데뷔한 콜린스는 멤피스 그리즐리스, 미네소타 팀버울브스, 애틀랜타 호크스, 보스턴 셀틱스, 워싱턴 위저즈를 거쳤다. 전형적인 저니맨 행보다. 기록도 보잘 것 없다. 네츠와 계약을 하기 전까지 713경기 평균 3.6득점 3.8리바운드에 그쳤다.

713경기에서 2596점을 넣는 동안 2026개의 반칙을 저질렀다. 득점-반칙 비율은 현역 선수 가운데 가장 낮다. 여기에 NBA 데뷔 이후 그 어떤 부문에서도 상위 10위 안에 오른 적이 없다. 2004~2005시즌 322개의 반칙으로 불명예 1위를 이뤘을 뿐이다. 평균 7점 7리바운드 이상을 기록한 시즌도 전무하다.

그러나 그의 가치는 기록지에 100% 반영되지 않는다. 2005년 8월 노스캐롤라이나대학교 댄 로젠바움 경제학 교수는 새로운 도구를 개발해 팀 수비에 공헌하는 기록을 수치화했다. 연구 결과 콜린스는 내로라 하는 빅맨들을 제치고 리그에서 네 번째로 수비 기여도가 높은 선수에 이름을 올렸다. 2011년 플레이오프에서 5번 시드 애틀랜타 호크스가 4번 시드 올랜도 매직을 6차전 끝에 잡아낸 것도 콜린스가 드와이트 하워드를 지속적으로 괴롭힌 덕분이었다. 당시 올랜도를 이끌었던 스탠 밴 건디 감독은 "콜린스는 올 시즌 통틀어 하워드를 가장 잘 막은 수비수"라며 그의 수비력을 크게 칭찬했다.

콜린스가 가장 존경하는 선수는 하킴 올라주원이다. NBA 역사를 빛낸 슈퍼스타로 올라주원은 농구공을 잡기 전 조국인 나이지리아에서 축구 골키퍼로 활약한 바 있다. 상대의 무차별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 내던 올라주원처럼 콜린스는 자신을 둘러싼 편견과 고정관념, 얼토당토않은 비판과 정면으로 맞서 싸웠다. 어느덧 불혹을 바라보는 이 동성애자 베테랑이 걸어온 길은 그래서 더욱 위대하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