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인턴 기자]'파도같은' 첼시의 역습의 힘은 결국 튼튼한 수비에서 나온다. 역습 전술은 '공을 빼앗는 것'을 전제 조건으로 하기 때문이다. 

첼시는 6일(한국 시간) 영국 런던 스탬포드브릿지에서 열린 2016-17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에버튼과 11라운드 경기에서 5-0으로 이겨 스리백 전환 뒤 리그 5경기 모두 무실점으로 마쳤다. 첼시는 역습에서 압도적인 공격력을 뽐냈지만 장기인 '역습'을 살리려면 수비가 반드시 견고해야 한다. 스리백을 중심으로 한 수비 전술을 분석한다.
 
◇개성 살린 스리백 조합&'박스 투 박스' 미드필더
 
첼시의 스리백 선수들은 개성이 강하다. 게리 케이힐은 제공권과 몸싸움을 갖춘 정통파 센터백이다. 다비드 루이스는 종종 수비형 미드필더로 나설 정도로 기술과 공격적 재능을 갖췄다. 주력도 빠른 편이다. 세사르 아스필리쿠에타는 원래 측면 수비수로 활약하는 선수다. 예측력이 좋고 발이 빨라 1대1 상황에서 강점이 있다.
 
콘테 감독은 서로 장점이 다른 수비수로 스리백을 조합해 다양한 상황에 서로 보완하도록 했다. 예를 들면 아스필리쿠에타의 부족한 제공권은 케이힐과 루이스가 있어 보완이 되고, 케이힐의 주력은 루이스와 아스필리쿠에타가 보완하는 식이다. 수비 조직을 갖추고 있을 때 첼시가 수비에서 수적 우위를 점하기 때문에 스리백은 비교적 자유롭게 움직이며 서로를 커버한다. 
 
스리백이 뒤를 단단하게 지킨다면 기동력이 뛰어난 두 미드필더 네마냐 마티치와 은골로 캉테는 첼시의 엔진과 같다. 두 미드필더는 많은 활동량을 보여 스리백을 보호함과 동시에 측면 커버까지 한다. 첼시는 2명만 미드필더로 기용하고도 4-2-3-1이나 4-3-3 포메이션을 구사하는 팀과 중원 싸움에서 밀리지 않는다.
 
오스카, 세스크 파브레가스 등이 콘테 감독 체제에서 기회를 잡지 못하는 것은 수비력과 활동량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지역 수비+대인 마크 - 밀어내는 수비
 
첼시의 수비는 공을 빼앗는 것을 목표로 하지 않는다. 기본적으로 수비는 중앙선 아래서부터 시작한다. 최전방 디에고 코스타까지 포함해 모든 선수들이 수비에 가담한다. 그리고 두 줄로 구축한 '수비 블록' 안으로 공을 투입하지 못하도록 막는다. 이른바 '두 줄 수비'의 형태로 지역 방어를 펼친다.
 
첼시는 부분적으로 대인 마크를 한다. 첼시의 스리백은 미드필더와 수비 사이에서 공을 받으러 움직이는 공격수 또는 공격형 미드필더는 철저하게 대인 마크를 해서 수비 조직 밖으로 밀어낸다. 미드필더와 수비수 사이에서 공격수가 공을 잡게 되면 연계 플레이를 통해 위기를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첼시는 수비 블록 밖으로 상대를 밀어내면 다시 물러나 지역을 지킨다. 공의 점유권은 상대에게 내주더라도 위협적인 공격 기회를 주지 않는 것이 먼저다. 상대가 무리한 패스를 할 때까지 기다려 공을 빼앗은 뒤 역습으로 연결한다. 지난 9라운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전과 10라운드 사우스햄튼전 모두 점유율에서 밀렸지만 각각 4-0, 2-0으로 완승을 따냈다.
 
◇공을 골문을 향해 잡지 못하게 하라
 
첼시는 수비 때 자신이 마크하는 선수가 첼시의 골문을 향해 공을 잡지 못하도록 한다. 수비가 2선을 유지하는 것이 첼시 팀 차원의 수비 전술이라면, 상대의 트래핑 방향을 뒤로 하도록 유도하는 것은 개인적 차원의 수비 전술이다.
 
첼시는 절대 먼저 상대 선수에게 접근하지 않는다. 패스를 받을 타이밍까진 여유를 준다. 수비가 접근하지 않기 때문에 상대 선수는 공을 발 앞에 잡아 놓으려고 한다. 첼시는 상대가 '서 있는 상태'에서 공을 발 앞에 잡아놓도록 하는 미묘한 타이밍에 압박을 가한다. 서 있는 상태에서 공을 받으면 빠르게 다음 동작으로 연결할 수 없다. 첼시의 순간적인 압박에 대부분의 경우 공을 안전한 위치로 트래핑한다. 첫 트래핑이 첼시의 골문을 향하지 못하기 때문에 백패스를 하거나 압박을 피해 뒤로 드리블을 해 다시 빌드업을 시작해야 한다. 첼시의 골문 앞은 평온하다.
 
첼시는 상대에 점유율은 내주더라도 구축해놓은 수비 조직의 외곽만 돌도록 유도한다.
 
◇첼시의 수비를 깨려면?
 
파훼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가장 쉬운 방법은 개인기를 이용해 1대1 돌파를 하는 것이다. 그러나 이것이 본질적인 방식이라고 보긴 어렵다.
 
비록 첼시전에서 0-4로 대패했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지난 9라운드에서 실마리를 보여줬다. 가장 중요한 것은 첼시의 미드필더와 수비의 사이로 공을 투입해야 한다. 위험 지역에서 공을 잡아야 첼시의 수비 조직에 균열을 만들 수 있고 다른 선수들이 침투할 틈을 줄 수 있다.
 
그러나 빠른 템포로 공격을 전개하지 못한다면 첼시의 수비수에게 밀려나기 일쑤이다. 중앙으로 공을 투입했을 때 잡지 않고 원터치 패스를 연결해야 한다. 그리고 패스에 맞춰 먼저 움직이는 선수가 있어야 한다. 첼시가 대인 마크해야할 선수를 확실히 찾기 전에 공격을 전개해야 한다.
 
◇영상 분석
 
 
첼시의 수비력을 확인할 수 있는 몇 장면을 모았다.
 
장면1(00:00~00:37) - 첼시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지난 9라운드 경기 동영상이다. 캉테는 수비를 적당히 쫓다가 뒤로 물러난다. 첼시 수비의 목적은 공을 빼앗는 것이 아니라 공격을 밀어내는 것이다. 아스필리쿠에타는 린가드가 공을 잡아놓으려고 할 때 빠르게 접근해 압박한다.
 
장면2(00:38~01:28) - 위 경기 후반전이다. 포그바에게 접근하는 마티치의 움직임이 중요하다. 너무 저돌적으로 접근했다면 포그바가 마티치를 제칠 수도 있다. 마티치는 적당한 거리를 두고 포그바를 압박해 공을 뒤로 돌리도록 유도한다. 이어 아스필리쿠에타는 의도적으로 린가드가 공을 잡도록 내버려둔 뒤 빠르게 접근해 공을 빼앗는다. 린가드가 공을 지켰다고 하더라도 아스필리쿠에타는 린가드가 첼시의 '두 줄 수비' 바깥으로 물러날 때까지 압박했을 것이다.
 
장면3(01:30~02:11) 첼시는 무리한 수비를 하지 않지만 사우스햄튼의 공격을 완벽히 차단한다. 1분 이상 공을 점유하지만 사우스햄튼은 첼시의 페널티박스 근처에 접근하지 못한다. 이것이 첼시 수비의 전형을 보여준다. 마지막 알론소의 파울은 옥에 티다.
 
장면4(02:12~02:42) 첼시의 수비 공략을 위한 실마리를 이 장면에서 찾을 수 있다. 즐라탄이 공을 받으러 내려올 때 캉테와 아스필리쿠에타의 눈은 즐라탄과 공을 향한다. 공간을 찾아 움직인 포그바에게 정확한 패스가 연결됐다면 더 위협적인 찬스가 될 수도 있었다. 이어지는 에레라의 원터치 패스도 좋았지만 포그바의 반응이 조금 늦다. 반복된 연습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영상] [EPL] 리그가 거듭될수록 견고해지는 첼시 수비진 파괴 방법은? ⓒ배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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