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데이나 화이트 대표가 급하게 구해다가 안겨 준 또 다른 챔피언벨트는 타이론 우들리의 것이었다.
- 맥그리거의 두 번째 벨트, 누가 준비했어야 하나?
- 맥그리거 vs 화이트, 운명적 맞대결이 시작된다

지난 13일(이하 한국 시간) 미국 뉴욕 맨해튼 매디슨 스퀘어 가든에서 열린 UFC 205.

코너 맥그리거가 라이트급 챔피언 에디 알바레즈를 손쉽게 꺾어 타이틀을 빼앗았다. 맥그리거는 페더급에 이어 라이트급까지 석권하며 사상 최초로 UFC 두 체급 타이틀을 동시에 보유한 선수가 됐다. 역사적 순간이었다.

경기 후 승자 선언을 기다리던 때였다. 웃음이 가득할 것으로 예상된 맥그리거의 표정에 격앙된 기색이 비쳤다. 맥그리거는 데이나 화이트 UFC 대표와도 큰소리를 대화를 주고받고 있었다. 자세한 내용은 확인할 수 없었지만 둘의 제스처, 표정, 어렴풋이 들리는 목소리의 억양과 강세로 볼 때 다정한 대화가 아니라는 것은 파악할 수 있었다.

당시 옥타곤 위에 준비된 벨트는 하나였다. 페더급과 라이트급을 동시에 석권한 후 "두 개의 벨트를 들어 올리고 역사적 사진의 주인공이 되겠다"던 맥그리거가 언짢아 보였던 것이 아마 이 때문이었을까.

○ "치사한 놈들"

미국 현지 해설자 조 로건이 마이크를 가져다 대자마자 맥그리거가 소리쳤다. "내 빌어먹을 두 번째 벨트는 어딨는 거야?" 망설임 없는 한마디에 관중들은 환호했고 그는 말을 이었다. "치사한 XX들(Cheap mo*her Fu*kers)."

놀라웠다. 당시 옥타곤에 UFC 대표가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더욱 그랬다. 특정인을 지칭하지는 않았지만 UFC를 향해 하는 말이라는 것이 자명했다. 대체 UFC와 맥그리거 사이에는 어떠한 긴장감이 오가고 있는 것인가.

○ "분명히 해 두자"

대회가 마무리된 후 같은 날 열린 기자회견에서 화이트 대표는 벨트와 관련한 소동에 대해 이렇게 얘기했다. "분명히 해 두고 싶은데, 두 번째 벨트를 준비했어야 하는 것은 주최 측이 아니라 맥그리거 본인이었다."

분명 맞는 말이다. 라이트급 챔피언이었던 알바레즈와 페더급 챔피언 맥그리거의 경기는 두 체급 통합 타이틀전이 아니었다. 맥그리거가 체급을 상향하여 알바레즈에 도전하는 라이트급 타이틀전이었다.

대결에 걸린 벨트는 하나였기에 하나의 벨트만을 준비했다는 UFC 측의 말이 일리가 있다. 다만 이와 관련한 양측의 사전 조율 내용이 있었는지, 있었다면 그 내용은 무엇이었는지 의문으로 남는다.

화이트 대표가 맥그리거의 두 체급 동시 챔피언 등극을 환영할 준비가 돼 있었는지도 알 수 없었다. UFC 205 이전부터 맥그리거가 두 체급 방어전을 번갈아 한다는 계획을 반대해 왔기 때문이다.

○ "두 벨트 중 하나는 포기해야 할 것"

화이트 대표는 "맥그리거가 UFC 205에서 페더급에 이어 라이트급까지 석권하게 되면 하나의 타이틀은 포기해야 한다"고 말해 왔다.

"맥그리거가 두 체급 타이틀 전선의 전개를 막아선 안 된다(He can't hold up two divisions)"는 것이 이유였다. 맥그리거가 두 체급의 벨트를 모두 보유할 경우, 두 체급을 오르내리며 활발한 타이틀 방어전을 치를 수 없다고 전망하고 있었다.

화이트 대표의 이 발언에 미디어와 팬들은 고개를 갸우뚱할 수밖에 없었다. 맥그리거는 모든 체급을 통틀어 가장 활발하게 경기에 나서는 챔피언이었기 때문이다. 맥그리거는 지난 11개월 동안 4경기(조제 알도 전·네이트 디아즈 1 2차전·에디 알바레즈 전)를 치른, 이례적으로 바쁘게 활동하는 챔피언이었다.

여기에 화이트 대표의 발언 시점이 맥그리거와 알바레즈의 경기가 열리기 전이었다는 것에 사람들은 주목했다.

○ "군부대를 소집해야 할 것이야"

맥그리거가 아직 두 개의 벨트를 획득하지 못했고, 획득하리라는 보장도 없었으며, 획득할 경우에도 그가 어떤 방식이나 스케줄로 두 체급 방어전을 치러 나갈지에 대한 계획이 전무한 상황에서 "맥그리거는 두 개의 벨트 중 어떤 벨트를 반납할지 정해야 할 것"이라는 화이트 대표의 발언은 다소 성급해 보였다.

일각에서는 이미 UFC와 종종 힘겨루기를 할 정도로 성장한 맥그리거가 더욱 '거물'로 크는 것을 UFC가 경계하여 성장세에 제동을 걸려 한다는 평도 나왔다.

화이트 대표의 발언에 맥그리거의 태도는 명확했다. UFC 205 기자회견에서 "내가 획득한 벨트를 가져가려면 그들은 군부대를 소집해야 할 것이다(They're going to have to gather an army)"라며 두 타이틀 모두 포기하지 않겠다고 밝혔다.

○ "UFC 지분을 가져와라"

대회 이후에도 맥그리거와 UFC 및 화이트 대표의 태도 차이는 유지되고 있다. 화이트 대표는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맥그리거의 두 타이틀에 대한 기존 생각에 변화가 있느냐"는 질문에 "없다"고 답했다.

사상 초유의 업적을 남긴 맥그리거는 여론전에 나서는 모양새다. "새로 UFC를 매입한 소유주 측에서 날 먼저 찾아와서 비즈니스를 얘기해야 할 것이다. 난 계약서를 초월했다(I have outgrown the contract). 내가 UFC에 계속 머물기를 진정으로 원한다면 지분이든 뭐든 가져오라"고 한 것.

'UFC 최초의 선수 출신 주주'가 되겠다는, 어떤 의미에서는 벨트보다도 더욱 크고 높은 차원의 요구를 공개하며 먼저 치고 나갔다.

(폐쇄적이고 한정된 지분 구조를 가지고 있던 UFC는 지난 7월 WME-IMG에 합병된 이후 벤 애플렉, 마리아 샤라포바를 비롯한 23명의 스타들을 UFC의 주주로 받아들였다.)

파격적이지만 어이없는 요구는 아니다.

UFC는 이번 UFC 205에서 역대 입장료 수입, PPV 수입을 비롯한 거의 모든 기록을 경신했다고 화이트 대표 본인이 밝혔다. 그리고 이 기록 행진의 '키맨'이 맥그리거였다는 것을 부인하는 것은 무의미하다. 맥그리거의 한마디 한마디에 힘이 실리는 이유다.

때문에 당장 UFC가 맥그리거의 벨트를 반납하게 만드는 것 역시 힘들어 보인다. 명분도 부족하고 여론도 맥그리거 편이기 때문이다.

○ "일단 승리를 즐겨라"

UFC가 현재 종합격투기계는 말할 것도 없고 스포츠계는 물론, 엔터테인먼트계까지 통틀어 가장 ‘핫’한 인물 가운데 하나인 맥그리거에게 함부로 손을 대는 것은 쉽지 않아 보인다. 팬들로부터 역풍까지도 생각해야 한다. 

반면 맥그리거는 교섭에서 강력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주도권이 본인에게 있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이를 십분 활용할 것이다.

화이트 대표는 기자회견에서 웃으며 "맥그리거에게 승리를 만끽할 시간을 주겠다"고 했다. 맥그리거의 기세를 누를 만한 복안을 갖고 있을까, 아니면 작전을 짜기 위한 시간 끌기일까?

UFC와 맥그리거의 힘 싸움이 어떻게 진행될지 알 수 없다.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그 결과를 예측할 수 없다. 하지만 어지간한 옥타곤 안 대결보다 양측의 '비즈니스 대결'이 더 흥미로울 것은 확실하다.

필자 소개- KBS N SPORTS 격투기(벨라토르·글로리) 해설 위원. 전 엠파이트 칼럼니스트. 중국식 냉면을 사랑한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격투기 커뮤니티 'MMA 아레나(www.mmaarena.co.kr)'도 론칭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SPOTV NEWS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