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인천, 조영준 기자] 743일의 공백이 무색할 정도로 펄펄 날았다. 팀 승리를 이끌지 못했지만 만족할 만한 복귀전을 치렀다.

한국 남자 배구를 대표하는 왼손 거포인 박철우(31, 삼성화재)가 돌아왔다. 그는 2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NH농협 프로배구 V리그 남자부 2라운드 대한항공과 경기에 출전했다. 이 경기에서 박철우는 5세트까지 뛰며 22득점 공격성공률 55.88%를 기록했다.

박철우는 한국 배구에 기억될 몇 가지 기록을 세웠다. 그는 V리그 개인 통산 3,648점을 기록했다. 이 기록은 역대 3위에 해당한다. 국내 선수 한 경기 최다 득점인 50점도 박철우가 수립한  기록이다.

외국인 선수가 팀 공격을 책임지는 상황에서 박철우는 국내 공격수의 자존심을 세웠다. 2005년 프로 배구 출범 시즌에 현대캐피탈 유니폼을 입은 그는 어느덧 10년 넘게 코트를 누비고 있다. 박철우는 2014년 11월 20일 OK저축은행전을 마지막으로 코트를 떠났다. 공익근무요원으로 복무하기 위해서였다.

군 복무를 하는 동안 박철우는 몇 가지 변화를 겪었다. 두 딸의 아버지가 됐고 서른을 넘었다. 배구 선수로 적지 않은 나이에 코트에 복귀한 그는 자신의 실력을 유감 없이 발휘했다. 743일의 공백이 박철우에게는 그저 숫자일 뿐이었다.

▲ 박철우 ⓒ KOVO 제공

공백이 길었던 만큼 박철우가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했다. 그러나 박철우는 리그 1위를 달리고 있는 대한항공을 상대로 제 몫을 다했다. 대한항공은 선수들의 공격력이 뛰어나고 블로킹 높이도 좋다. 박철우가 복귀전으로 치르기에 만만치 않은 상대였다.

'거포 기근'에 시달리고 있는 삼성화재에 박철우의 복귀는 가뭄의 단비 같았다. 그동안 삼성화재 라이트 공격수 자리는 김명진(26)이 대신했다. 박철우는 김명진과 비교해 경험이 풍부하고 사이드 블로킹 높이가 뛰어나다. 이런 장점은 대한항공전에서 고스란히 나타났다.

1세트와 2세트에서 대한항공은 박철우를 비롯한 삼성화재의 서브에 고전했다. 이 경기에서 박철우는 서브 득점 2개를 기록했고 블로킹 득점도 올렸다. 또한 삼성화재 공격 절반 이상을 책임진 타이스 덜 호스트(25, 네덜란드, 삼성화재)의 어깨도 가벼워졌다. 그동안 삼성화재를 만나는 팀은 타이스를 집중 마크했다. 그러나 박철우가 들어오면서 경계해야 할 공격수가 늘어났다.

대한항공전에서 타이스는 두 팀 최다인 35점을 올렸다. 공격 성공률은 56%를 기록했다. 결정적인 상황에서 타이스는 뼈아픈 실책을 하는 아쉬움을 남겼다. 그러나 타이스에 의존했던 삼성화재의 공격은 박철우의 가세로 '원투 펀치'를 형성했다.

임도헌 삼성화재 감독은 "(박)철우가 연습할 때처럼 해 주면 만족할 것 같다"고 말문을 연 뒤 "경기를 앞두고 특별한 얘기는 하지 않았다. 단지 부담감을 갖지 말라고 이야기했다"고 덧붙였다.

경기를 마친 뒤 임 감독은 "첫 경기치고 잘했다. 한 경기 한 경기를 할수록 더 좋아질 것"이라며 박철우를 격려했다.

▲ 임도헌 감독 ⓒ 곽혜미 기자

이어 "3세트에서 체력적으로 부담이 보였다. 철우가 좋아지면 타이스의 공격 부담도 줄어든다"고 기대감을 나타냈다.

과거 박철우는 V리그를 평정한 뛰어난 외국인 공격수와 호흡을 맞췄다. 가빈 슈미트(캐나다)와 레오나르도 레이바 마르티네스(쿠바)와 해결사 소임을 했다. 박철우와 외국인 선수의 공격력이 동시에 살아날 때 삼성화재는 좀처럼 흔들리지 않았다.

삼성화재는 5승 7패 승점 19점으로 5위에 머물러 있다. 박철우의 활약에 큰 기대를 걸고 있는 삼성화재는 3라운드부터 상위권에 도전한다. 아직 박철우의 활약을 장담할 수 없다. 그러나 대한항공전에서 펼친 기량을 꾸준히 유지하고 팀에 녹아들면 삼성화재의 전력은 한층 탄탄해진다.

박철우에 앞서 공익근무요원 복무를 마치고 팀에 복귀한 김학민(32, 대한항공)은 "박철우가 생각보다 몸 상태가 좋았다. 적응도 잘하는 것으로 보였고 복귀전에서 잘하는 점도 보기 좋았다"고 말했다.

[영상] 박철우 복귀전 삼성화재 VS 대한항공 ⓒ 촬영, 편집 정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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