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KBO 리그도 명암이 엇갈린 한 해였다. 두산이 구단 첫 2년 연속 우승을 차지한 가운데 국내 프로 스포츠 사상 처음으로 800만 관중이 경기장을 찾았다. 돔구장이 개장됐고, 프로 야구 출범 후 FA 100억 원 시대도 열었다. 스포트라이트 뒤에는 감추고 싶은 그림자도 짙었다. 팬은 불법 도박과 승부 조작 사건에 차가운 눈길을 보냈고, 김성근 한화 감독은 '지도 철학' 논란에 휘말렸다. 스포티비뉴스는 올 시즌 프야구에 드리운 빛과 그림자를 10대 뉴스로 정리했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2012년 2월 13일 프로 배구 승부 조작 혐의로 대구지검에서 조사를 받던 브로커는 "프로 야구와 농구에서도 승부 조작이 있다고 들었다"고 진술했다. 투수 김성현과 박현준이 자백하는 것으로 마무리되는 듯했던 승부 조작. 4년이 지나 검은 그림자가 다시 리그를 휘감았다. 규모는 더 커졌다.

NC 이태양은 지난해 10승(5패)을 올린 '영건'이다. 올해 10경기에서 2승 2패, 평균자책점 4.21을 기록했다. 이 숫자들은 그의 선수 생활 마지막 흔적이 될 것이다. 이태양은 6월 말 창원지검에 승부 조작 혐의를 인정했고 법원은 징역 10개월, 집행유예 2년, 추징금 2,000만 원과 사회봉사 200시간을 내렸다. 함께 승부 조작을 모의한 혐의를 받은 문우람은 결백을 주장하고 있다.

올해 KBO 리그를 흔든 역대 두 번째 승부 조작 스캔들은 여기서 시작됐다. 문제가 터지자 KBO는 7월 22일 부정 행위를 저지른 프로 야구 관계자들에게 자진 신고의 기회를 줬다. 이 기간 KIA 유창식이 한화 시절 승부 조작을 했다고 털어놨다.

▲ ⓒ SPOTV NEWS 디자이너 김종래

한국프로야구선수협회(이하 선수협)는 8월 구단 대표자 회의를 거쳐 승부 조작 사건과 관련해 야구 팬들에게 사과하고, 강도 높은 재발 방지책을 내놨다. 앞으로 새로운 승부 조작 행위가 발견되면 모든 선수가 연대 책임을 지겠다며 벌금 20억 원을 내놓겠다고 밝혔다.

한국시리즈가 끝난 뒤 더 큰 태풍이 불었다. 경기북부지방경찰청은 지난달 7일 승부 조작 사건 수사 결과를 발표했다. 전, 현직 선수와 브로커, 구단 관계자 등 모두 21명을 검거했다는 내용이다. 새로운 선수들이 거론됐다. NC 구단 관계자 2명은 2014년 소속 선수였던 이성민의 승부 조작 사실을 알고도 은폐하고, 시즌 후 kt의 20인 외 특별 지명 때 뽑히도록 유도했다는 혐의로 조사를 받았다.

이때를 틈타 '브로커'를 자처하는 이들이 등장했다. MBC '피디 수첩'과 KBS2 '추적 60분'에 등장한 제보자가 그런 인물이다. 선수협에서는 "신뢰할 수 없는 제보자의 일방적인 주장과 일부 야구 관계자의 사후 판단만으로 해당 선수를 승부 조작 선수로 몰아간 것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게 생각한다"며 "방송 내용은 이미 신뢰할 수 없는 것으로 판명됐다"고 밝혔다.

더불어 경찰 수사로 현직 선수들의 불법 스포츠 도박 베팅이 밝혀졌다. 승부 조작만큼이나 중징계가 예상되는 일이다. 경찰이 검거한 수사 대상 21명 가운데 상당수가 불법 스포츠 도박에 베팅한 혐의를 받았다. 수사를 담당한 박민순 경감은 "승부 조작에 가담한 선수들은 대부분 스포츠 도박을 한 것으로 파악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검찰, 경찰의 수사 대상이 된 승부 조작 관련 선수는 이태양 문우람(이상 검찰 수사), 유창식 이성민(이상 경찰 수사) 등 모두 5명이다. 불법 스포츠 도박에 돈을 건 선수로는 위 승부 조작 관련 선수를 빼고 적어도 3명. 앞서 승부 조작 의심 선수로 꼽혔던 NC 이재학은 두산 시절 진야곱과 함께 도박한 혐의를 받았는데 공소시효가 만료돼 불기소됐다.

▲ 승부 조작 사건 재발에 사과하는 선수협회 대위원들 ⓒ 한희재 기자

▲ 음주 운전, 도박…KBO 상벌위 7번, 2009년 이후 최다

한편 KBO는 올해 11월까지 모두 7차례 상벌위원회를 열었다. 2009년 8차례 상벌위가 열린 이후 가장 많다. 1월 8일 임창용, 오승환의 외국 원정 도박에 대한 징계, 3월 14일은 오정복, 4월 28일에는 손영민의 음주운전에 대한 징계를 내렸다.

6월 23일 벤치 클리어링 도중 주먹을 쓴 SK 김강민, LG 류제국에 대해 징계했고 7월 4일에는 금지 약물을 쓴 롯데 짐 아두치, 8월 29일에는 주자를 향해 위협구를 던진 KIA 임창용에 대한 내용을 다뤘다. 9월 30일에는 NC 에릭 테임즈가 음주운전으로 징계 대상이 됐다.

KBO 징계를 받지는 않았지만 7월에는 kt 김상현이 퓨처스 팀 선수단 숙소 앞에서 '음란 행위'를 해 경찰에 붙잡혔고, 결국 팀에서 임의탈퇴 됐다. 빅리거 강정호는 2일 음주운전과 뺑소니로 경찰 조사를 받았다. 피츠버그에서는 "실망스럽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런 악재에도 KBO 리그는 올해 한국 프로 스포츠 사상 최초로 800만 관중을 돌파했다. 프로 야구는 여전히 사랑받는 스포츠지만, 팬들이 모든 문제를 눈감아 줬기 때문은 아니다. 실망이 반복되면 언제든 식을 수 있는 게 사랑이다.

[영상] 그라운드에 드리운 검은 그림자 승부 조작 ⓒ SPOTV NEWS 장아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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