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올 시즌 처음 문을 열고 야구 팬을 맞이한 고척스카이돔. 건설 때부터 잡음이 많았다. 애초 고척돔의 태생은 한국 야구의 역사인 동대문야구장 철거를 위한 방패막이에 지나지 않았다.

동대문야구장 철거에 반대하는 야구계의 비난을 막기 위해 서울시가 2만 석 규모의 야구장을 약속했고 '교통 혼잡의 결정체'라고 볼 수 있는 고척동에 부지를 선정했다. 부지 옆으로는 안양천이 흐르고 있고 뒤로 초등학교 근처에는 3000세대에 가까운 아파트가 서 있다. 

시공 과정과 건설 후 실제 경기 때 각종 불편 사항이 나올 것은 불 보듯 뻔한 일이었다. 서울시는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일반 야구장에서 하프 돔구장으로, 완전 돔구장으로 건설 계획을 변경했다.

첫 삽을 떴지만 확실한 활용 주체가 결정되지 않았던 상황. 애초 아마추어 전용 구장으로 시작했지만 돔구장 확정 이전의 이야기였다. 시간이 흐르고 넥센 히어로즈가 고척돔을 사용하는 것으로 됐다. 

그러나 입주 과정에서 다른 문제가 발생했다. 서울시는 고척돔으로 수익을 내려 했다. '네이밍 스폰서'로 다른 9개 구단과 비교해 재정적으로 힘든 넥센이 서울시의 요구를 따라 고척돔을 홈구장으로 사용하게 되면 구단 운영이 힘들어지는 것은 불 보듯 뻔한 이야기였다. 결과적으로 넥센은 1일 대관 형식으로 서울시에 사용료를 지불하며 목동구장을 떠나 돔구장에 들어갔다.

비판의 목소리는 넥센이 들어가기 전부터 나왔다. 고척돔의 지붕에는 철골이 가득했고 지붕은 반투명 막으로 덮였다. 자연 채광이 가능하지만 경기 때 타구 판단이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중의 '생리 현상'을 생각하지 않은 좌석의 연이은 배치도 비판의 화살을 피할 수 없었다.

 

우여곡절이라는 설명으로도 부족한 건설과 입주 과정이 마무리되고 2016년 KBO 리그가 막이 올랐다. 넥센을 응원하는 야구 팬과 고척돔이 보고 싶은 팬이 하나둘씩 찾았다. 각종 잡음은 시즌과 더불어 점점 사그라들었다.

이유 중 하나로 장마철과 한여름이라는 한국 계절의 특수성이 있었다.

돔은 한여름의 폭염을 피할 수 있는 최적의 장소였다. 시원한 곳을 찾아 헤매던 야구 팬이 고척돔으로 몰렸다. 선수들도 웃었다. 넥센 염경엽 전 감독은 "확실히 체력 관리 측면에서 좋다. 한여름 인조 잔디가 깔린 외야에서 1분만 서 있어도 땀이 비 오듯 흐른다. 너무 더울 때는 외야 워밍업을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며 "돔에 오니 더위 걱정을 할 필요가 없다"고 말했다.

비로 경기 취소가 잦은 KBO 리그에서 넥센의 홈 경기는 예외였다. 하루에 5경기가 열리는 가운데 전국적인 비로 고척돔만 경기가 열리는 경우도 많았다. 잠실 경기가 비로 취소된 후 고척으로 발걸음을 옮겨 응원 팀과 상관없이 야구를 관람하는 팬도 볼 수 있었다.

날씨와 관계없이 야구를 볼 수 있는 경기장의 존재는 KBO 리그가 800만 관중 시대를 여는 데 힘을 보탰다. 지난 시즌 목동구장에서 관중 수 51만 802명을 기록한 넥센은 올 시즌 78만 2121명을 고척돔으로 불렀다. 지난 시즌 10개 구단 가운데 관중 수 최하위를 기록한 넥센은 올 시즌 6위로 점프했다.

'무대포' 같았던 서울시의 건축 진행과 야구계의 마찰로 천둥 같은 굉음이 나왔다. 건축 이후에는 태어나서는 안 되는 아이가 태어난 것처럼 고척돔을 향한 비판의 화살이 날아다녔다. 그러나 이미 지어진 것을 되돌릴 수는 없다. 과정의 호불호는 갈릴 수 있으나 결과적으로 팬의 야구 갈증을 풀어 줄 수 있는 새로운 야구장이 태어났다. 

이제 KBO 리그는 800만을 넘어 900만, 1000만 관중 시대를 바라볼 것이다. 한국 프로 스포츠 역사에 남을 기록적인 흥행 성적을 위해 고척돔은 없어서는 안 될 존재가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