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백승희 칼럼니스트] 결전이 3일 앞으로 다가왔다. '코리안 슈퍼 보이' 최두호(25, 부산 팀 매드/사랑모아 틍증의학과)는 오는 11일(이하 한국 시간) 캐나다 토론토에서 열리는 UFC 206에서 컵 스완슨(32, 미국)과 경기한다. 랭킹 4위인 스완슨을 넘으면 페더급 타이틀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 수 있다.

지금부터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는 시기다. 9일 미디어 데이에 참가하는 것 빼고는 10일 계체 때까지 특별한 일정이 없다. 양성훈 감독에 따르면, 선수마다 다르지만 슈퍼 보이의 경우 경기 주간 월요일부터 훈련을 따로 하지 않는다. 근육의 손실을 막기 위해서란다. 마음을 가다듬고 이미지 트레이닝에 열중한다고 한다.

그래서 슈퍼 보이는 감량을 진행하면서 시간이 남을 때 스마트폰을 많이 본다. 하지만 그 순간에도 경기를 그리면서 칼을 갈고 있을 터. 최두호는 타고난 승부사기 때문이다. 이번 경기가 파이터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경기라는 걸 슈퍼 보이도 잘 알고 있다.

최두호는 UFC에서 3경기 연속 1라운드 TKO승을 기록했다. 두호는 지난달 부산에서 가진 미디어 데이에서 "1라운드에 무조건 끝내야겠다고 욕심을 내본 적은 없습니다. 그런데 결과가 좋았어요. 스완슨과도 판정까지 가는 장기전이 될 수 있다고 예상하지만, 막상 경기하면 1라운드에 KO시킬 수 있을 것 같습니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슈퍼 보이의 또 다른 무기는 '근거 있는' 자신감이다.

▲ 8일(한국 시간)은 아무 일정이 없어 호텔 방에서 쉬고 있다는 코리안 슈퍼 보이. 지금쯤 내가 쓴 칼럼을 보며 지난 당구 대결을 생각하고 있을까?
지금쯤 슈퍼 보이의 심정은 어떨지, 랭킹이 높은 스완슨과 대결을 앞두고 혹 두려워하고 있지는 않은지 여러 가지 생각을 하다가 올봄에 있었던 당구 대결을 떠올리게 됐다.

주말을 앞둔 어느 금요일 저녁, 부산에서 혼자 자취를 하며 운동하던 슈퍼 보이가 본가가 있는 대구로 오던 날 필자와 저녁 식사를 하기로 약속했다. 모처럼 만난 우리들은 그냥 밥만 먹고 헤어지기가 아쉬워 저녁 내기 당구를 하기로 했다. 과거 두호가 운동하고 스트레스를 풀기 위해 가끔 들렀다는 당구장으로 향했다.

내기 당구에는 내심 자신이 있었다. 대학교 때부터 당구를 쳤기 때문에 '그래도 내가 당구 구력이 얼만데'라고 생각했다. 예상대로 슈퍼 보이는 하수였다. 3쿠션 경기를 하게 된 우리들, 나는 6점 이상을 앞섰다. 오랜만에 큐대를 잡은 슈퍼 보이는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었다.

경기 시간이 점점 길어지자 나는 슈퍼 보이에게 승산이 없으니 기권할 것을 권했다. 배도 고프니 이만 포기하고 빨리 저녁 먹으러 가자며. 하지만 뜻밖에도 내게 돌아온 슈퍼보이의 대답은 이랬다.

▲ 회심의 3점 짜리 빈쿠션치기(가락구)로 필자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던 코리안 슈퍼 보이. 그의 타격 자세도 그렇지만 당구 포즈도 멋지다.
그는 웃으며 "원장님! 저는 이 게임을 진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이길 수 있어요"라고 말했다.

'이 무슨 근자감(근거 없는 자신감)이람? 쿠션 경기는 자신감만 있다고 되는 건 아닌데, 아무리 슈퍼 보이라도 당구장에선 내가 코너 맥그리거인데…' 생각했다.

큰 목소리로 "아줌마, 났어요"를 외치게 될 것이라고 예상하던 나는 그로부터 5분 뒤 카운터로 향했다. 씁쓸한 표정을 지으며 당구장을 나서게 됐다. 그에게 3점짜리 빈쿠션치기(일본 용어로 가락구) 3방을 연속으로 허용하고 순식간에 역전패한 것이다.

방심하다가 그에게 카운터펀치를 맞고 순식간에 옥타곤에 뻗어 버린 그의 상대 선수들의 심정이 이런 거였을까?

비록 하찮은 저녁 내기 당구지만, 지고 있는 상황에서도 절대 포기하지 않고 끝내 자신이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저 자신감이 오늘날의 슈퍼 보이가 있게 한 원동력이구나 감탄했다.

현 페더급 세계 랭킹 4위 컵 스완슨과 랭킹 11위 코리안 슈퍼 보이의 맞대결. 스완슨은 슈퍼 보이가 지금껏 상대한 선수들과는 레벨이 다르다며 이번에는 최두호가 어려운 경기를 할 거라 예상하는 사람들이 많다.

필자는 스완슨의 랭킹이 높다고 슈퍼 보이가 주눅들 거라고는 절대 생각하지 않는다. 상대를 무시하거나 깔보는 게 아니라 어떤 상대든 결국 자신이 승자가 될 거라는 믿음이 슈퍼 보이의 마음 한구석에 굳건히 자리하고 있다는 걸 잘 알고 있기 때문이다.

필자는 비록 격투기가 아닌 내기 당구에서 그걸 알게 되었지만….

▲ 순식간에 역전패하고 난 뒤 어리둥절한 상태로 슈퍼 보이와 함께 포즈 취한 필자.
캐나다 토론토에서 결전의 날을 앞두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슈퍼 보이는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을까? 오늘 필자의 칼럼을 읽고 내기 당구에서 역전승을 거둔 그날을 생각하며 미소 짓는 두호를 상상한다.

D-3, 12월 8일 새벽에.

<필자 주> 사랑모아 통증의학과의 백승희입니다. UFC 206 경기를 앞둔 최두호의 현지 소식과 과거 그의 일화를 묶어 소개합니다. 아마추어의 글이지만 최두호를 사랑하는 격투기 팬 여러분이 재미있게 읽어 주셨으면 합니다.

필자 소개- 사랑모아 통증의학과 원장. 대구테니스협회장. UFC 페더급 파이터 최두호와 테니스 국내 여자 랭킹 1위 장수정을 후원하면서 매주 대구시립희망원 진료 봉사를 나서는 동네 의사. 수필집 '사랑모아 사람모아'에 이어 소설 '내 친구 봉숙이' 집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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