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합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어요"

운동을 했던 어린 친구들이나 자신이 강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멋있어 보여서' 혹은 '몸을 움직이기를 좋아한다'는 이유로, 주변에선 종합격투기 선수인 필자에게 이런 질문을 한다.

필자는 이렇게 대답한다.

"네가? 아니야…잘 생각해."

말리고 싶다. 하지만 희망이 간절해 말릴 수 없으면 그제야 종합격투기 선수가 필요한 조건들을 알려 준다.

하드웨어

- 쇠뭉치를 들어 던질 수 있는 근력.

- 아프게 맞아도, 몸이 꺾여도 견딜 수 있는 맷집.

- 타격, 그라운드, 레슬링 세 박자를 잘 버무려 기막힌 맛을 내는 능력.

- 하루에 최대한 오래 운동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체력.

정신력

- 나 자신을 이겨 내야 한다.

- 다치거나 지더라도 다시 일어서야 한다.

- 무너진 정신력을 다시 세울 수 있어야 하며 경기가 다가올 때 상대에게 집중해야 한다.

기타

- 최소한의 생활비를 마련할 수 있는 돈벌이. (종합격투기는 돈 되는 운동이 아니다)

- 어른들이 '싸움박질 왜 하냐' 비아냥대도 웃으며 넘기는 여유.

- 취직한 친구들이 외제 차 끌고 해외여행 다닐 때 두 발, 자전거, 대중교통 타고 다녀도 굳건히 운동하는 의지.

- 일을 마치고 늦은 저녁 집에 들어와 새벽 감성에 젖다 잠들고 다음 날 아침 다시 운동을 가는 습관.

기타 2

- 재미있는 인터뷰, 퍼포먼스 등 팬들의 관심을 끌 수 있는 언행.

- 여자 친구와 데이트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와 삐친 여자 친구를 풀어 줄 수 있는 애교.

- 내조 잘하는 여자 친구를 만날 수 있는 카사노바 같은 말재간.

여기서 몇 가지가 없어도 종합격투기 선수로 사는 데 지장은 없다. 다만 필수 조건은 있다. 성공을 목표로 하고 앞으로 나아가야 한다는 점이다.

종합격투기 선수는 수차례 깨진다. 쌓아 놓은 모래성이 한순간에 무너질 수 있다. 그래서 항상 자신을 시험하고 단련해야 한다. 혼자 이길 줄 알아야 하고, 모두가 함께 이길 수 있어야 한다.

오늘날 종합격투기 선수들의 위상이 예전에 비해 크게 올랐다 해도 여전히 대부분에게는 고달프고 외롭고 쓸쓸한 길이다. 무대에선 스포트라이트를 받아도 종합격투기 선수들은 육체적으로 정신적으로 많이 지쳐 있는 불쌍한 영혼이다. 선수들은 '흙길'을 묵묵히 걷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이 길에는 엄청난 매력과 원피스가 숨겨져 있다. 종합격투기를 하다가 다른 어떤 무언가를 해도 갈증은 쉽사리 사그라지지 않을 것이다.

격투기 선수가 되고 싶다면 언제든 시작해도 된다. 단 돌아갈 생각을 해선 안 된다.

■ 필자 소개- TFC 페더급 파이터 조성원. 부산 팀 매드 소속으로 선수 출신 기자를 꿈꾼다. 등장 퍼포먼스도 연습하는 흥미로운 캐릭터다. "선수들의 삶을 가까이서 전하고 싶습니다."

<기획자 주> 스포티비뉴스는 매주 수요일을 '격투기 칼럼 데이'로 정하고 다양한 지식을 지닌 격투기 전문가들의 칼럼을 올립니다. 격투기 커뮤니티 'MMA 아레나(www.mmaarena.co.kr)'도 론칭합니다. 앞으로 많은 관심과 성원 부탁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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