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영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화성, 조영준 기자] "혹사는 중학교 때부터 했어요.(웃음) 고등학교 때도 운동을 정말 엄청나게 많이 했거든요. 볼을 많이 때리면 힘든 점도 있지만 그렇게 하면 재미있고 (경기를) 할 때는 빛나고 싶어요."

이재영(20, 흥국생명)은 국내 거포 기근 속에 등장한 보석 같은 존재다. 그는 선명여고 시절부터 한국 여자 배구의 기대주로 주목을 받았다. 그리고 어느덧 흥국생명의 기둥으로 성장했다.

흥국생명은 21일 화성체육관에서 열린 2016~2017 시즌 NH농협 프로 배구 V리그 여자부 3라운드 경기에서 IBK기업은행을 세트 스코어 3-0(31-29 25-17 25-20)으로 이겼다.

이 경기에서 이재영은 팀 최다인 19득점, 공격 성공률 41.46%를 기록했다. 공격은 물론 리시브와 수비에서도 몸을 아끼지 않았다. 이재영은 팀에서 가장 많은 24개의 리시브를 받아 14개를 세터 머리 위로 올렸다.

경기 내내 코트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인 그는 팀이 1위를 지키는 데 힘을 보탰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 IBK기업은행을 이긴 점은 기뻤지만 지난 16일 열린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완패한 점은 여전히 아쉽니다.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이재영은 9득점 공격 성공률 21.05%에 그쳤다. 흥국생명은 현대건설의 날카로운 서브에 리시브가 흔들리며 무너졌다. 이재영은 "현대건설과 경기에서 진 뒤 선수들이 뿔뿔이 흩어질 줄 알았다. 그런데 오히려 서로 다독이면서 격려했다. 서로 문자로 격려했는데 큰 힘이 됐다"고 말했다.

현대건설을 상대로 완패한 점은 '좋은 약'이 됐다. 박미희 흥국생명 감독은 "이번 경기를 앞두고 선수들에게 남은 체력을 다 쏟으라고 지시했다. 선수들의 컨디션이 모두 좋았다"고 설명했다.

▲ 이재영 ⓒ 스포티비뉴스 영상 캡처

어린 시절부터 팀 승리를 책임진 에이스, "힘든 것보다 즐기고 싶다"

이재영과 이다영(20, 현대건설) 쌍둥이 자매의 어머니는 김경희(50) 씨다. 김 씨는 1980년대 중반부터 1990년대 초까지 한국 여자 배구를 이끈 세터다. 김 씨는 마산제일여고 3학년 때 처음 태극 마크를 달았다. 실업팀 효성에서 활약했던 그는 1990년 국가 대표 팀 주전 세터가 됐다.

어머니의 우수한 유전자를 물려받은 이재영과 이다영 자매는 배구 선수의 길을 걸었다. 운동 신경과 힘이 좋은 이재영은 공격수가 됐고 다재다능한 이다영은 세터로 성장했다.

어린 시절부터 두각을 나타낸 이재영은 중학교 때부터 많은 볼을 때렸다고 회고했다. 선명여고 시절에는 공격은 물론 리시브와 수비에도 집중했다. 2014년 흥국생명에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1순위로 지명된 그는 2016년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을 경험하며 한층 성장했다.

이재영은 21일 현재 득점 7위(239점) 공격 종합 8위(38.18%) 퀵오픈 공동 2위(50%) 시간차공격 5위(44.12%) 백어택 7위(34.85%)에 올랐다. 눈여겨볼 내용은 리시브와 수비다. 이재영은 리시브와 수비 순위에서 1위를 달리고 있다.

IBK기업은행과 경기에서 그는 해결사로 나섰다. 외국인 선수 타비 러브(25, 캐나다)보다 이재영이 결정타를 많이 때렸다. 세트 막판 결정타를 때릴 때 긴장되지 않냐는 질문을 받은 이재영은 "전혀 긴장되지 않는다"고 당차게 말했다.

국내 몇몇 공격수들은 결정적인 상황에서 강타보다 연타나 페인트를 쓰는 경향이 있다. 이재영은 대범하게 볼을 때리며 알토란 같은 득점을 올렸다.

그는 "1세트 듀스 상황에서 어머니의 목소리가 들렸다"고 밝혔다. 이재영은 "어머니는 선수 시절 운동할 때 정말 강하게 하셨다. 그런 가르침과 생각이 그때 난 것 같다"고 웃으며 말했다.

이재영은 올해 쉬지 않고 앞만 보며 달려왔다. 지난 시즌을 마친 뒤 곧바로 대표 팀에 합류해 올림픽 예선과 본선을 치렀다. 그리고 코보컵에서 뛴 뒤 시즌에 들어갔다. 이재영은 "올해는 휴식한 적이 거의 없는 거 같다. 그래도 이렇게 해야 한다. 볼을 많이 때리지만 (경기를) 할 때는 빛나고 싶다. 그리고 즐기면서 하고 싶다"고 밝혔다.

프로 3년째인 그는 신인 시절과 비교해 많이 성장했다. 그러나 경기별로 기복이 심한 점 등 보완할 과제도 있다. 박 감독은 "(이재영은) 지금보다 더 많이 받고 더 많이 때려야 한다. 그게 (이)재영이의 운명이다"고 했다. 이어 "팀의 에이스라면 공이 항상 가게 돼 있다. 그런 것들을 재영이는 스스로 즐기는 것 같다"고 평가했다.

▲ 득점을 올린 뒤 환호하는 이재영 ⓒ KOVO

평소 체력 관리, "외출보다 잠으로 피로 해결해요."

호기심도 많고 하고 싶은 것도 많은 스무 살이다. 배구도 좋지만 다른 분야에 시선이 돌아갈 나이다. 그러나 이재영은 여전히 운동이 좋고 배구에 집중하고 싶다. 체력 관리에 대해 그는 "경기가 없을 때나 휴식일에는 밖에 잘 나가지 않는다. 숙소에서 자며 체력 관리를 한다"고 밝혔다.

평소 좋아하는 음식을 먹는 것도 그의 스트레스 해소법이다. 이재영은 "아이스크림을 가장 좋아하는 데 어떤 때는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먹을 때도 있다"고 웃으면서 말했다.

흥국생명은 단독 선두를 달리고 있다. 지난 시즌 흥국생명은 시즌 중반까지 순항했다. 그러나 시즌 막판 기세가 주춤했고 플레이오프에서 현대건설에 져 3위에 만족해야 했다.

이재영은 "우리 팀은 지난 시즌과 많이 달라졌다"며 "감독님을 비롯한 코치 선생님들이 잘 관리해 주신다. 남은 라운드에서는 지금보다 훨씬 나은 경기를 보여 드리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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