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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고야 NOW 리마인드⑥] "한국을 낮게 보길래 화가 났다" 韓 '넘버원' 슈팅가드의 독기…WNBA 박지현 없어도 나고야엔 '넘버 나인' 있었다

작성일: 2026.09.28 22:25 박대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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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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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포를 떼고 출발한 한국 여자농구의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중심에는 '등번호 9번'이 있었다. 이소희(오른쪽)다. ⓒ 연합뉴스
▲ 차포를 떼고 출발한 한국 여자농구의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중심에는 '등번호 9번'이 있었다. 이소희(오른쪽)다. ⓒ 연합뉴스

[스포티비뉴스=인천국제공항, 박대현 기자] 미국여자프로농구(WNBA)에서 뛰는 동갑내기 친구 박지현이 없었지만 빈자리는 느껴지지 않았다. 

6경기 평균 17.0점, 3점슛 성공률 51.6%. 

'차포'를 떼고 출발한 한국 여자농구의 12년 만의 아시안게임 금메달 중심에는 '등번호 9번'이 있었다. 이소희(26·부산 BNK 썸)다.

그럼에도 정작 본인은 만족을 거부한다. 

"아직 대표팀 주축이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앞으로 확고한 중심 선수로 자리 잡을 수 있도록 더 노력하겠다는 각오를 다졌다.

한국 여자농구 대표팀은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에서 완전체를 꾸리지 못했다. 박지현이 WNBA 일정으로 불참했고 '기둥' 박지수마저 발목 부상에서 회복하지 못했다. 

12인 엔트리조차 채우지 못한 채 11명으로 일본행 비행기에 올랐다.

험난한 여정이 예상됐다.

그러나 박수호 감독과 11명의 태극전사는 예상을 보기 좋게 뒤집었다. 

대회 준결승에서 '226cm 초장신 센터' 장쯔위가 버틴 중국을 85-80으로 꺾었고, 결승에서는 개최국 일본마저 75-70으로 제압했다. 

한국 여자농구가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것은 2014년 인천 대회 이후 12년 만이었다.

반전극 중심에 이소희가 있었다.

이번 대회 6경기에서 평균 17.0점 4.0리바운드 3.0어시스트를 기록했다. 경기당 3점슛 2.8개를 성공했고 외곽슛 성공률은 무려 51.6%에 달했다.

대표팀 핵심 가드였던 박지현의 공백을 사실상 지워냈다.

27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이소희는 "박지현과 나는 장점이 서로 다른 선수"라고 짚었다. 

"(박)지현이의 부재로 모든 선수가 더 큰 책임감을 갖고 대회에 임했고, 나 역시 같은 마음으로 코트를 누빈 것이 경기력으로 잘 드러났다"며 금메달의 공을 동료들에게 돌렸다.

나고야 전장 최대 승부처는 역시 중국과의 준결승이었다.

한국 앞에는 220㎝가 넘는 '거인 빅맨' 장쯔위가 버티고 있었다. 높이에서 절대적인 열세가 예상됐지만 한국은 강력한 압박 수비와 빠른 발, 정확한 외곽포로 맞불을 놨다.

그 선봉장이 이소희였다.

양국 통틀어 가장 많은 23점을 폭발시켰다. 3점슛만 5개를 꽂았고 6리바운드 2어시스트까지 보탰다. 
한국은 이소희 화력을 앞세워 중국을 85-80으로 따돌리고 결승행 티켓을 거머쥐었다.

이소희는 중국전이 이번 대회에서 가장 힘든 경기였다고 돌아봤다. 

"상대보다 신장이 작은 만큼 활동량으로 열세를 메워야 했고, 정말 이를 악물고 정신력으로 버텼다"며 "그래서 더욱 기억에 남는 경기"라고 설명했다.

말 그대로 '죽기 살기로' 뛰었다.

그만큼 오기도 있었다. 국제 무대에서 한국 여자농구를 바라보는 시선이 이전 같지 않다는 사실을 선수단도 체감했다.

이소희는 "국제대회에 나가면 한국을 다소 낮게 평가하는 시선에 화가 나기도 했다"며 "그 오기를 열정으로 바꿨다"고 털어놨다.

선수들이 똘똘 뭉쳐 많은 훈련량을 소화한 것이 결국 승첩으로 이어졌다고도 강조했다. 

▲ 이소희(등번호 9번)는 대표팀 핵심 가드인 박지현의 공백을 사실상 지워냈다. ⓒ 연합뉴스
▲ 이소희(등번호 9번)는 대표팀 핵심 가드인 박지현의 공백을 사실상 지워냈다. ⓒ 연합뉴스

중국을 넘자 자신감은 더욱 커졌다.

결승 상대는 개최국 일본이었다. 한국은 최근 맞대결에서 연이어 고개를 숙였던 난적을 적지에서 만났다. 

하나 한번 불붙은 이소희 '손끝'은 식는 법을 잊었다.

16점 6리바운드 4어시스트를 기록하며 공수를 휘저었다. 전반 막판에는 3점 라인에서 한참 떨어진 위치에서 과감한 '딥쓰리'를 꽂아 일본의 추격 분위기에 얼음물을 끼얹었다.

이소희는 "평소 분위기를 타는 편인데 결승전에서는 코트 안에서 좋은 흐름을 느꼈다"며 "내면적으로도 자신감이 컸던 것이 좋은 경기력으로 이어졌다"고 돌아봤다.

'젊은 피'의 동반 폭발도 한국에 큰 힘이었다.

2003년생 포워드 이해란(삼성생명)은 중국과 준결승에서 22점 6리바운드를 기록한 데 이어 일본과 결승에선 24점 9리바운드를 쓸어 담았다. 이소희와 이해란이 연이어 폭발하면서 박지수와 박지현 부재에도 한국은 날카로운 '창'을 유지할 수 있었다.

금메달은 그렇게 완성됐다.

하나 아직 실감은 나지 않는다.

이소희는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는 사실이 아직 크게 와닿지는 않는다"면서도 "결승전이 끝난 뒤 휴대전화가 뜨거워질 정도로 많은 축하 연락을 받으면서 조금씩 우승을 실감하게 됐다"고 웃었다.

이번 대회는 이소희 개인에게도 중요한 전환점이 됐다.

박지현이 없는 대표팀 백코트에서 공격의 한 축을 책임졌고 중국과 일본이란 아시아 최정상급 상대를 만나 자신의 득점력을 증명했다. 51.6%라는 높은 3점슛 성공률까지 남기며 향후 대표팀을 이끌 주축 가드로서 존재감을 확실히 각인했다.

그럼에도 '대표팀 주축으로 올라섰다'는 평가에는 손사래를 쳤다.

이소희는 "그런 평가가 정말 감사하다"면서도 아직 자신을 "주축 선수라 생각하진 않는다"며 선을 그었다. 

"이번 대회 활약에 만족하기보다 앞으로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대표팀의 중심으로 성장하기 위해 더욱 노력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박지수도, 박지현도 없었다. 12명도 아닌 11명이었다.

그래도 한국은 중국을 넘고 일본까지 꺾었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한국 여자농구는 금메달 하나만 얻은 게 아니었다. '누군가의 빈자리'를 메우는 선수를 넘어 스스로 대표팀 기둥으로 치고 올라갈 수 있는 새로운 동력을 발굴했다.

금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온 이소희에게도 만족은 아직 이르다.

나고야에서의 질주는 어쩌면 시작에 불과할지도 모른다.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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