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양궁 '노골드 대참사→8연패 실패' 위기 속 韓 남자 리커브 단체전, 2연패 성공..."3연패, 4연패, 5연패 도전할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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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오카자키(일본), 신인섭 기자] 2010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처음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던 김우진(청주시청)이 16년 만에 다시 아시아 정상에 섰다. 이우석(코오롱)과 김제덕(예천군청)은 2022 항저우 대회에 이어 2연패에 성공했다. 2024 파리 올림픽부터 호흡을 맞춰온 세 명의 궁사가 또 한 번 금메달을 합작했다.
김우진, 이우석, 김제덕으로 구성된 한국 남자 리커브 대표팀은 2일 일본 아이치현 오카자키 중앙종합공원 다목적광장에서 열린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남자 단체전 결승에서 인도를 세트 스코어 5-1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한국은 랭킹 라운드부터 강력한 우승 후보다운 경기력을 보여줬다. 김제덕이 693점으로 전체 2위, 이우석이 687점으로 4위, 김우진이 684점으로 6위에 올랐다. 세 선수의 합계 2064점은 아시안게임 신기록이었다.
1번 시드를 받은 한국은 16강에서 타지키스탄을 세트 스코어 6-0으로 완파했고, 8강에서는 몽골을 5-3(57-51, 57-54, 55-57, 58-58)으로 제압했다. 준결승에서는 대만을 6-0(57-54, 55-53, 58-55)으로 돌려세우며 결승에 올랐다.
마지막 상대는 인도였다. 한국은 이우석-김제덕-김우진 순서로 사대에 섰다. 첫 세트에서는 양 팀이 56-56으로 비기며 세트 포인트 1점씩을 나눠 가졌다. 2세트에서는 이우석과 김제덕, 김우진이 첫 세 발을 모두 10점에 꽂으며 기선을 제압했다. 결국 57-50으로 승리하며 세트 스코어는 3-1이 됐다.
3세트에서는 인도가 먼저 쐈다. 10점-9점-9점으로 기선 제압에 나섰지만, 이우석이 10점으로 응수했다. 이어 김제덕과 김우진이 9점을 맞히면서 동률을 이뤘다. 인도는 9점-7점-10점으로 54점에 그쳤으나, 한국이 10점-9점-9점을 쏘면서 56대 54로 금메달을 확정했다.
세 선수에게 같은 금메달이지만 의미는 조금씩 달랐다. 이우석과 김제덕은 2022 항저우 대회에서 오진혁과 함께 남자 단체전 정상에 오른 데 이어 2회 연속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반면 김우진이 아시안게임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따낸 것은 무려 16년 만이다.
김우진은 2010 광저우 대회에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이후에도 세계 최정상급 궁사로 활약하며 아시안게임 무대를 꾸준히 밟았지만 단체전 금메달과는 좀처럼 인연이 닿지 않았다. 2022 항저우 대회에서도 대표팀에는 선발됐으나 현지 랭킹 라운드에서 한국 선수 가운데 4위에 그치면서 남자 단체전 출전 기회를 얻지 못했다.
어느덧 다섯 번째 아시안게임. 2010년 이후 16년이 흘러 김우진은 다시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손에 넣었다.
김우진은 "아시안게임에 다섯 번 출전했다. 본의 아니게 처음 (금메달을) 따고 나서 단체전 금메달까지 16년이 걸렸다. 그렇다 보니 이번 단체전 메달을 굉장히 뜻깊게 생각한다"며 "16년 동안 두 번밖에 못 땄으니까 앞으로 더 열심히 하겠다"고 말했다.
2연패를 이룬 이우석은 벌써 그 이상의 기록을 바라봤다. 그는 "3연패, 4연패, 5연패까지도 계속 도전할 생각이다. 이 멤버 이대로 계속 갔으면 좋겠다"고 웃었다.
김제덕에게도 두 선배와 함께 이룬 금메달은 특별했다. 어린 시절 롤 모델로 바라봤던 김우진, 성장 과정에서 형 같은 존재였던 이우석과 함께 태극마크를 달고 단체전을 뛰는 것 자체가 자신에게는 영광이라고 했다.
김제덕은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이어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까지 2연패를 했는데 제가 이 자리에 있는 것 자체로도 굉장히 영광스럽게 생각한다"며 "어릴 때 보고 배우면서 롤 모델로 잡았던 우진 선수, 또 성장 과정을 거쳐오면서 형 같은 존재였던 우석 선수와 함께 선수촌에 들어왔을 때부터 영광이었다"고 밝혔다.
이어 "그런 자리에서 제가 옆에 같이 있으면서 단체전을 뛴다는 것 자체가 영광이었고 금메달까지 따니까 더 뿌듯했다. 저한테는 그냥 고맙다는 말밖에 못 했던 것 같다"고 덧붙였다.
세 선수의 호흡은 하루아침에 만들어진 것이 아니다. 김우진과 이우석, 김제덕은 2024 파리 올림픽 남자 단체전에서 함께 금메달을 합작했다. 이후 세계선수권대회를 거쳐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주요 국제대회에서 함께 정상에 오르며 한국 남자 양궁의 중심을 지키고 있다.
발사 순서도 파리 올림픽 때부터 변하지 않았다. 이우석이 첫 번째, 김제덕이 두 번째, 김우진이 마지막을 책임진다. 이미 익숙한 조합처럼 보이지만 정작 맏형 김우진에게는 작은 불만(?)이 있었다.
김우진은 "사실 저는 2번을 가고 싶은데 앞에 있는 두 선수들이 도저히 안 보내주더라"며 "'제발, 제발. 나이가 먹어 가는데 형 좀 보내달라'고 애원을 해도 그냥 거기 있으라고 하더라. 그래서 제가 강제로 적응하고 있다"고 웃었다.김제덕 역시 "중간에 헷갈릴 때도 있어서 순서를 변경하려고 많이 노력했다. 그런데 결국 돌고 돌아 다시 이 순서 그대로 돌아오더라"며 "안 될 때나 잘될 때나 항상 이 순서였고 우진 선수가 2번으로 가고 싶다고 정말 많이 이야기했다. 연습할 때 제가 3번을 쏴 본 경험이 있는데 3번은 진짜 쉽지 않다. 또 1번도 쏴 봤는데 1번도 쉽지가 않더라"고 설명했다.
익숙한 발사 순서만큼이나 세 선수가 공유하는 생각도 확실했다. 결과에 집착하기보다 지금까지 준비해 온 과정을 믿자는 것이었다. 이우석은 이것이 세 선수가 파리 올림픽부터 꾸준하게 좋은 결과를 만들어낼 수 있었던 이유라고 설명했다.
이우석은 "서로의 목표가 정확히 같다는 말이 가장 맞을 것 같다. 세 선수 모두 목표 설정이 뚜렷했고 그 과정들을 서로 알고 있다"며 "'결과론적으로만 생각하지 말자. 우리가 계속 시합을 뛸 때마다 과정을 생각하자'는 말을 반복해서 많이 했다"고 말했다.
이어 "결과만 계속 따라가다 보면 몸이 굳고 자기 경기를 잘 펼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그런 경우들도 있었다"며 "그래서 시합에 들어갈 때마다 우리가 지금까지 연습했던 과정을 생각하자는 말을 계속 되새겼다. 그런 부분 때문에 좋은 결과가 있지 않았나 싶다"고 밝혔다.
이번 대회에서는 실력만큼이나 변화무쌍한 바람에 얼마나 빠르게 적응하느냐가 중요했다. 산 중턱에 자리 잡은 경기장에는 방향을 쉽게 예측하기 힘든 바람이 계속 불었다. 수많은 국제대회를 경험한 김우진조차 손에 꼽을 정도였다고 했다.
김우진은 "오늘 바람은 제가 경기하면서 정말 '톱3' 안에 들 정도로 굉장히 알 수 없는 바람이 많이 불었다"며 "오늘 오전에 제덕 선수가 많이 고전했다"고 돌아봤다.
공교롭게도 오전 혼성 단체전에서 김제덕이 겪은 시행착오가 남자 단체전에서는 중요한 정보가 됐다. 김우진은 "오늘 단체전의 1등 공신이라고 생각하는 게 제덕 선수의 데이터로 저희가 이 경기장을 빠르게 파악할 수 있었다"며 "경기를 치르면서 다른 나라 선수들에 비해 저희가 현저하게 실수하는 화살이 적었다. 제덕 선수에게는 조금 아쉽겠지만 그래도 감사하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했다.
김제덕에게는 길었던 하루였다. 오전 강채영(현대모비스)과 출전한 리커브 혼성 단체전에서는 중국에 패해 결승 진출이 좌절됐다. 일본과 동메달 결정전에서 승리해 메달은 확보했지만 김제덕은 자신의 경기력에 만족하지 못했다. 평소 사대에서 쩌렁쩌렁하게 울리던 특유의 '파이팅'도 혼성 단체전에서는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김제덕은 "솔직히 혼성 단체전을 할 때는 조금 기가 죽었다. 헷갈리기도 했고 제 경기를 못 하다 보니까 앞서 인터뷰에서도 말씀드렸듯 초보적인 실수 같은 것들이 많이 나왔다"고 털어놨다.
그러나 오전의 부진을 오후까지 끌고 가지 않았다. 김제덕은 "한 번 실수하면 한 번 한 것으로 끝내고 두 번 실수는 하지 말자는 마음가짐으로 남자 단체전을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여기에 김우진과 이우석의 격려도 큰 힘이 됐다.
김제덕은 "우진 선수와 우석 선수도 계속 이야기해줬다. '네가 처음 경기에서 안 풀린 것은 거기서 그냥 잊어버려라. 아직 세 경기가 있지 않느냐. 끝까지 너 자신을 만들어 나가라'고 계속 이야기해줬다"며 "그러면서 자신감이 더 생겼고 단체전에서는 파이팅을 크게 외쳤던 것 같다. 제 자신이 기죽지 않도록 오히려 더 끌어내보자는 마음으로 크게 파이팅을 외쳤다"고 말했다. 결과적으로 김제덕은 오전의 아쉬움을 몇 시간 만에 털어냈다.
우승 직후 세 선수가 선보인 세리머니에도 의미가 있었다. 항저우 대회에서 12년 만에 남자 단체전 금메달을 되찾은 데 이어 이번 대회까지 2회 연속 정상에 올랐다는 의미로 손가락을 이용해 숫자 '2'를 표현했다.
이제 자연스럽게 시선은 다음 올림픽으로 향한다. 2024 파리 올림픽부터 세계선수권대회와 이번 아시안게임까지 함께 정상에 오른 세 선수가 2028 로스앤젤레스(LA) 올림픽에서도 나란히 사대에 설 수 있을지가 관심을 모은다.
하지만 한국 양궁에서 과거의 성적은 다음 대회 출전을 보장하지 않는다. 세계 정상에 오른 선수들도 매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처음부터 다시 치러야 한다. 지금은 한 팀이지만 새로운 시즌이 시작되면 다시 태극마크를 놓고 경쟁해야 하는 사이다.
김제덕은 "매년 국가대표 선발전을 처음부터 0점에서 다시 시작한다. 파리 올림픽 때부터 지금까지 이 세 멤버가 계속 함께했지만 매번 똑같다"며 "처음 만날 때는 상대고 적이고 모두 경쟁자다. 그런데 선발되고 나서 다시 붙으면 '작년에도 했으니까 올해도 다시 시작하자. 잘해보자. 잘 부탁한다'고 이야기하면서 한 해 한 해를 맞이하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자 옆에서 듣고 있던 김우진이 웃으며 끼어들었다. "난 적이라고 생각한 적 없는데?"라고 말해 현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결국 화기애애한 분위기 속 믹스트존 인터뷰는 마무리됐다.
이제 한국은 개인전으로 시선을 옮긴다. 3일 남, 녀 각각 리커브 개인전을 소화한다. 여자부에서는 강채영과 오예진이 각각 8강에 진출했다. 개인전은 각 국가당 2명씩 출전이 가능한 가운데, 남자는 김제덕이 떨어지면서 이우석이 금메달을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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