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먹 불끈’ 아빠 보고 꿈 키웠다… 이제는 아들이 빛날 시간, “최선 다해야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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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티비뉴스=스캇데일(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의 역사적인 첫 대회였던 2006년. 한국은 숙명의 한일전은 여러 차례 치렀다. 그중에서도 가장 극적인 승부로 기억되는 건 3월 15일 열린 2라운드 경기였다.
박찬호와 와타나베 슌스케가 선발로 나선 가운데 7회까지는 양팀 모두 1점도 뽑지 못할 정도로 팽팽한 투수전이 이어졌다. 그 균형을 깬 건 8회 한국이었다. 한국은 8회 1사 후 김민재의 볼넷과 이병규의 안타, 상대 수비진의 실책성 플레이로 1사 2,3루 기회를 잡았다. 여기서 등장한 영웅은 이종범이었다.
이종범은 마운드에 오른 후지카와 큐지를 상대로 4구째 좌중간을 뚫는 안타를 쳐 두 명의 주자를 모두 불러들였다. 치는 순간 안타를 직감한 이종범은 오른팔을 들어 주먹을 불끈 쥐었고, 결국 한국은 이 적시타에 힘입어 2-1로 이겼다. 아직도 많은 팬들의 기억 속에 남은 그 역사적인 장면이다.
수많은 팬들이 여전히 회자하는 장면이고, 이종범의 아들인 이정후(25‧키움) 또한 그 장면을 생생하게 기억하고 있다. 이정후는 당시 9살 초등학생. 아버지의 경기를 보기 위해 TV 앞에 앉았고, 아버지가 환호하는 모습을 보며 선수로서의 꿈을 키웠다. 당시 장면에 대해 이정후는 “기억이 난다. 어렸을 때 아버지가 보여주셨던 모습을 보고 꿈을 키워왔다”고 미소 지었다.
WBC에 출전하는 선수들이 많지만, 부자(父子)가 대를 이어 WBC에 출전하는 사례는 결코 흔하지 않다. 아버지와 아들 모두 최고의 기량을 가지고 있어야 하는데 그게 쉽지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이정후도 “아버지가 뛰었던 그런 대회에 나갈 수 있다는 건 영광”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그냥 대표팀 멤버가 아니다. 대표팀 중심타선에서 찬스를 만들고 해결해야 하는 위치다. 이정후의 타격 컨디션에 따라 대표팀 공격력이 좌우될 가능성이 크다. 그렇다면 아버지처럼 명장면을 만들고 싶은 욕심이 있지 않을까. 막상 실감이 나지는 않는 듯 그렇지는 않다고 했다. 이정후는 “꼭 그런 멋있는 장면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보다는 그냥 한 경기, 한 경기 주어진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하는 게 목표다. 정말 열심히 하고 돌아오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최고의 자리에 있음에도 다시 타격폼에 손을 대며 더 높은 곳을 바라보는 이정후다. 지금까지는 순조롭다. 이정후는 “연습에 바뀐 폼을 적용하고 있다는 단계인데 느낌은 나쁘지 않다. 두 달 정도 연습을 했고, 이제 세 달째다. 이제 투수들 공을 보면 되는 시점인데 빨리 보고 싶은 마음”이라면서 “최고에 있다고 해도 더 잘하고 싶은 게 사람 욕심이다. 인플레이타구를 더 많이 치고 싶고, 좋은 타구로 인플레이를 날리고 싶은 이유가 컸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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