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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남주는 왜 단테의 신곡을 되뇌었나 "스스로 지옥불로"[초점S]

작성일: 2024.03.02 12:44 김현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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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출처|MBC '원더풀 월드' 방송화면 캡처
▲ 출처|MBC '원더풀 월드' 방송화면 캡처

[스포티비뉴스=김현록 기자]"이것이 나의 대답이다."

김남주의 복귀작 '원더풀 월드'가 베일을 벗었다. 첫 방부터 찬사가 이어진다. 역시 김남주다. 스스로 지옥으로 뛰어든 자의 서늘한 내레이션은 지켜보는 이들을 소름돋게 했다. 

1일 방송된 MBC 새 금토드라마 '원더풀 월드'(극본 김지은, 연출 이승영 정상희)는 주인공 은수현(김남주)의 삶이 곤두박질치는 과정을 강렬한 드라마와 함께 풀어냈다. 성공한 교수이자 작가이면서 남부러울 것 없는 가정을 꾸리고 살아가던 은수현의 삶은 아들의 죽음과 함께 하루아침에 뒤바뀌었고, 그녀는 살인자가 되고 말았다. 

오프닝부터 강렬했다. 권선율(차은우)는 은수현을 향해 가속페달을 밟으며 돌진했고, "모든 것은 그해 여름, 그날의 사건으로 시작됐다"는 은수현의 내레이션과 함께 수현의 과거가 그려졌다. 

한국 최초로 로잘린 상을 수상하며 승승장구하던 수현은 기자인 남편 강수호(김강우), 아들 강건우(이준)과 함께 행복을 만끽하던 중이었다. 그러나 수호가 정치인을 취재하다 기자일을 그만두고, 마당에서 놀던 아들이 갑자기 사라진 그날 그녀의 세계는 곤두박질쳤다. 

어린이 보호구역에서 교통사고를 당한 아들은 가해자가 아이를 데려가 도주하다 유기한 탓에 골든타임을 놓쳐 결국 숨지고 말았다. 설상가상 재판에서 가해자 측은 "집 문은 확실하게 닫았냐"며 수현의 죄책감을 파고들었고, 그녀는 자신의 부주의로 아들이 죽었을지 모른다는 생각에 사로잡혔다. 재판 결과는 집행유예. 풀려난 뒤에도 사과를 거부하며 적반하장으로 화를 내는 가해자를 향해 수현은 엑셀을 밟으며 돌진했다. 오프닝과 수미상관 하는 1회 엔딩이었다. 

이날 김남주는 행복의 끝에서 절망의 끝으로 떨어진 여인의 모습을 탁월하게 표현해냈다. 실제로도 두 아이의 어머니이기도 한 김남주는 '모성애'라는 코드를 섬세하고도 사무치게 그려내면서 시청자들을 사로잡았다. 배우의 내공이 고스란히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특히 아들을 잃고 영정을 들고 찾아간 가해자 앞에서 모멸적인 언사를 당하면서 영정사진까지 깨진 상황. "죽을 거면 다른 차에서 죽지 하필 내 차에서 죽냐"는 가해자의 막말, 분노와 복수심에 사로잡힌 그녀가 마지막 선택과 함께 남긴 내레이션은 그녀가 앞으로 걸어갈 길에 대한 예고나 다름없었다. 

"내 대답이 세상으로 돌아갈 사람에게 하는 것이라 생각한다면 이 불길은 더 이상 흔들리지 않으리라. 그러나 내가 들은 바로는 어느 누구도 이 심연에서 살아 돌아간 사람이 없으니. 나는 당신에게 아무런 수치심 없이 대답할 것이다.…. 이것이 나의 대답이다."

수현의 내레이션은 단테의 '신곡' 지옥편에 등장하는 구절에서 따 온 것으로 보인다. 화염이 일렁이는 불의 지옥 구덩이에서 만난 이의 이야기다. 

"나의 대답이 세상으로 돌아갈 사람에게 하는 것인 줄 알았더라면 이 불꽃은 나풀거리지 않았을 것이오만. 이 깊은 바닥에서 산 채로 돌아갈 사람은 아무도 없을 터인즉. 아무렴 그럴 테지. 불명예를 두려워 않고 다 말하겠소" ('신곡' 지옥편, 27곡 중)

"이것이 나의 대답이다"라는 그녀의 내레이션은 이 순간 뻔히 보이는 지옥불을 향해 스스로 걸어가겠다는 수현의 분노에 찬 각오이자 선언인 셈. 이는 아이를 잃은 어머니가 뻔뻔한 죄인을 그대로 풀어준 세상을 대신해 가해자를 살해하면서 벌어지는 강렬한 드라마의 서곡이기도 했다. '원더풀 월드'라는 드라마의 제목과 같은 감미로운 팝송이 흘러나오는 가운데 벌어진, 수현의 충격적인 선택은 시청자들에게 더욱 강렬한 감흥을 선사했다.

▲ 제공|MBC '원더풀 월드'
▲ 제공|MBC '원더풀 월드'

'원더풀 월드' 2회는 살인을 저지른 대가로 교도소에 갇힌 수현의 이야기를 담는다.  선공개 영상에는 그 곳에서도 세상을 떠난 아들을 그리워하며 눈물짓는 수현의 모습이 답겨 보는 이들의 가슴 저미게 했다. 수현과 선율의 첫 만남도 그려질 예정이다. '원더풀 월드'라는 반어적 제목의 드라마가 담아낸, 스스로 들어간 김남주의 지옥이 어떻게 펼쳐질지 더욱 기대가 쏠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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