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허경민(왼쪽) ⓒ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창원, 김민경 기자] 두산 베어스가 결국 '유격수' 허경민(27)을 그라운드에 세웠다.

허경민은 12일 마산 NC 다이노스전에 3루수로 선발 출전했다가 8-13으로 끌려가던 6회말 수비 때 유격수로 자리를 옮겼다. 2번 타자 유격수로 나섰던 류지혁이 경기에서 빠지고 최주환이 2번 타자 3루수로 들어갔다. 두산은 2번 타순에 적극적으로 대타 카드를 썼고, 빈 3루는 서예일 김민혁이 바통을 이어 받으며 지켰다. 허경민은 7회말 수비 때 오재원이 빠지면서 사실상 내야 수비를 이끌었다. 절반이 백업 선수로 채워진 내야는 큰 실수 없이 버텼고, 두산은 14-13으로 역전승했다.

김태형 두산 감독은 7월 말 김재호가 허리 통증으로 이탈했을 때부터 새로운 내야 조합을 고민했다. 백업 유격수 류지혁(24)이 흔들릴 때를 대비할 필요가 있었다. 3루수 허경민이나 2루수 오재원을 유격수로 기용하고 빈자리를 최주환, 서예일에게 맡기는 게 현실적이었지만, 물음표가 지워지지 않았다. 김 감독은 "그림이 딱 그려지진 않는다"고 했다. 류지혁은 걱정과 달리 8월 중순 김재호가 복귀할 때까지 공수에서 맹활약했다. 두산으로서는 다행이었다.

김재호가 지난달 29일 어깨 인대 손상으로 다시 이탈하면서 고민은 조금 더 깊어졌다. 김 감독은 "류지혁까지 다치면 정말 큰 일 난다"고 털어놨다. 김 감독의 눈은 자연히 오재원과 허경민에게 향했다. 

오재원은 올해 벤치에서 보낸 시간이 많았던 만큼 3루 수비 훈련까지 받으면서 언제든 팀에 보탬이 될 수 있게 준비를 하고 있었다. 김 감독에게는 "어느 포지션이든 다 뛸 수 있다"고 어필했다. 허경민은 지난해 주전 3루수로 자리 잡은 이후 유격수로 거의 뛰지 않았다. 유격수로 지난해 3타석, 올해는 12일 경기 2타석 출전에 그쳤다.

김 감독은 "(허)경민이가 아직 유격수를 자신 있어 하지 않는다. 다음 해 스프링캠프 때는 경민이를 멀티로 써보려 한다. 연습 없이 경기에 뛸 수는 없으니까. (오)재원이는 다 자신 있다고 하는데, 경민이는 아직 자신 없어 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약 한 달 반 동안 고민한 끝에 꺼낸 유격수 허경민 카드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 그러나 자기 자리에서 잘하고 있는 선수에게 변화를 줘야 했다. 대비는 했지만 원하지 않는 상황이었다. 지금까지 부담을 잘 이겨 낸 류지혁이 시즌 끝까지 씩씩하게 버티는 게 김 감독과 두산이 바라는 가장 좋은 시나리오가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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