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두산과 LG가 홈 구장으로 쓰는 서울 잠실구장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비슷한 값이라면 잠실보다는 수원으로 가지 않을까요?" 한 야구계 고위 관계자가 최근 자유계약 시장(FA)에 나온 내야수 황재균(30)의 계약을 전망하면서 한 말이다.

잠실 구장은 홈 플레이트부터 외야 펜스까지 거리가 가운데 125m, 왼쪽과 오른쪽이 각각 100m로 국내 10개 야구장 가운데 가장 규모가 크다. 메이저리그 30개 구장과 비교했을 때 미닛메이드파크(휴스턴), 코메리카 파크(디트로이트), 말린스 파크(마이애미), 쿠어스필드(콜로라도)에 이어 5번째로 크다.

잠실 구장은 타자들의 무덤으로 불린다.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홈런왕은 KBO 역사상 두 명뿐이다. 1995년 김상호, 1998년 타이론 우즈(이상 OB)다.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면서 2년 연속 30홈런을 넘긴 타자는 지난해와 올 시즌 김재환(두산)이 유일하다. 잠실 구장이 홈인 LG는 외부에서 타자를 데려왔을 때 실패 사례가 많다. 2001년 해태에서 LG로 이적한 홍현우는 4시즌 동안 14홈런에 그쳤다. 2006년 트레이드로 LG 유니폼을 입은 마해영은 그해 5홈런으로 11시즌 연속 두 자릿수 홈런이 끊겼다. 물론 반대로 투수들은 선호하는 구장이다. 투수들은 "잠실 구장에선 마음이 편하다"고 입을 모은다. 2015년엔 장원준이 롯데에서 두산으로, 올 시즌엔 차우찬이 삼성에서 LG로 이적했다.

LG에서만 뛰었던 박용택은 "잠실 구장 크기가 타자들에게 압박감을 준다"고, 대구 구장에서 뛰었던 양준혁 역시 잠실 구장에선 홈런을 치겠다는 생각을 해선 안 된다"고 말했다. LG에서 자리를 잡지 못하고 LG를 떠난 김상현과 박병호는 각각 KIA와 넥센에서 홈런왕으로 탈바꿈했다. 이들 역시 타격에 눈을 뜬 비결로 심리적인 변화를 꼽으면서 구장 차이를 빼놓지 않았다.

이번 겨울 LG는 자유계약(FA) 선수 시장에서 타선 보강을 선언하고 외야수 손아섭, 내야수 황재균 등과 연결되고 있다. 손아섭의 소속 팀인 롯데나 공개적으로 황재균 영입을 선언한 kt 등과 경쟁이 불가피하다. 단 잠실 구장을 홈으로 쓰는 만큼 LG는 타자 영입에선 다소 불리할 것이라는 관계자들의 설명. 두산 역시 마찬가지. 한 지방 팀 관계자는 "FA 선수들은 계약을 하고 나서라도 계약 전 이상으로 성적 부담을 느낀다. 또 선수라면 누구나 성적 욕심이 있지 않나. 구장 영향을 무시할 수 없는 이유"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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