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왼손 에이스들이 많다. 거기에 대항할 오른손 영건들이 자라고 있다. 임기영-박세웅-장현식-최원태(왼쪽부터 시계방향) ⓒ 곽혜미,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박성윤 기자] 2017년 규정 이닝 투수를 기준으로 평균자책점이 낮은 순서로 이름을 나열했을 때 볼 수 있는 특징이 있다. 국내 선수 톱 3가 모두 왼손 투수다. 두산 베어스 장원준이 평균자책점 3.14로 국내 선수 1위, LG 트윈스 차우찬이 3.43으로 2위, KIA 타이거즈 양현종이 3.44로 3위에 이름을 올리고 있다. 

제구를 앞세워 늘 6, 7이닝을 던져 '꾸준한 투구의 대명사'로 불리는 장원준, 20승 고지를 점령하며 명실상부 리그 최고 투수가 된 양현종, 투수 FA 최고액 대우를 받고 이적 첫해를 연착륙에 성공한 차우찬까지 모두 왼손 투수다. 거기에 올해에는 SK 와이번스 김광현이 대진에 합류한다. 바야흐로 '왼손 투수 전성시대'다. 

당장 그들과 어깨를 나란히 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미래 성장 가능성이 충분한 오른손 투수들이 자라고 있다. 리그부터 국가대표까지 오른손 투수 기근 현상을 없애줄 유망주들이 올 시즌 왼손 전성시대에 과감하게 도전장을 던진다. 주인공은 KIA 타이거즈 임기영, 롯데 자이언츠 박세웅, NC 다이노스 장현식, 넥센 히어로즈 최원태다.

박세웅은 3년 만에 꽃을 피웠다. 2015년 kt 위즈에서 1군에 데뷔해 트레이드로 롯데 유니폼을 입은 박세웅은 경험 쌓기를 목표로 1군 선발투수 로테이션을 돌았다. 2015년, 2016년 평균자책점 5.76에 그쳤지만 2승에서 7승으로 승수는 늘리는 데 성공했다. 1군 데뷔 3년째인 지난해 박세웅은 데뷔 첫 10승 고지에 올랐고 3점대 평균자책점을 기록했다. 시즌 후반부에 체력적인 문제가 제기됐지만 이제 겨우 세 시즌을 뛴 만 22세 투수다. 던진 시간보다 남은 시간이 더 많다. 발전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 

임기영은 지난 시즌 잊기 어려운 한 해를 보냈다. 헥터-양현종-팻딘에 이어 4선발로 시즌을 시작한 임기영은 배짱 넘치는 공격적인 투구를 앞세워 타자들을 상대했다. 시즌 중반 부진으로 퓨처스리그에 갔고 팔꿈치 부상까지 겹쳐 악재가 쌓였으나 9월 초에 성공적으로 복귀해 KIA 1위 싸움에 큰 힘을 보탰다. 올 시즌 23경기 등판해 완봉승 2회 포함 8승 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했다. 부상이 아쉬울 수밖에 없는 빼어난 성적. 올 시즌 데뷔 첫 두 자릿수 승수를 노린다.

장현식은 묵직한 속구를 앞세워 타자들과 대결한다. 시속 150km대까지 찍히는 빠른 볼은 장현식을 NC 주축이 될 선발투수로 만들었다. 지난 시즌 장현식은 22경기에 선발 등판해 9승 9패 평균자책점 5.29를 기록했다. 밸런스가 완벽하지 않아 제구가 흔들리는 투구가 종종 나왔고 두 자릿수 승리 문턱에서 미끄러졌다. 속구 비율이 높은 투구를 보완하고 밸런스를 잡으면 정상급 투수들과 경쟁할 수 있는 재목이다.

최원태는 이미 넥센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가장 잘 던지는 투수다. 지난 시즌 25경기에 등판해 11승 7패 평균자책점 4.46을 기록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무리했지만 넥센 국내 선발투수 가운데 유일한 두 자릿수 승리고 외국인 선발투수를 포함해도 다승 부문 1위다. 투심 패스트볼을 던져 땅볼을 끌어내는 것이 최원태 장기. 경기당 6이닝을 책임지며 '이닝 이터'로 제 몫을 다했다. 1997년생으로 열거한 투수들 가운데 가장 어리다. 해가 뜰 일만 남았다.

양현종-김광현-장원준-차우찬이 버티고 있는 왼손 라인과 나란히 서기에는 시간이 더 필요할 수 있다. 그러나 가까운 시일 내에 '왼손 투수 전성시대'보다는 '신구 좌우 에이스 맞대결'이라는 단어가 흔히 사용되는 날이 올 가능성이 커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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