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해 kt 외국인 투수로 뛰었던 돈 로치는 kt의 보류 명단에서 풀린다. ⓒ한희재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에이스급 투수. 100만 달러 이상. 헥터 노에시 또는 라이언 피어밴드급. 대대적인 전력 보강에 나선 kt가 피어밴드와 짝을 맞출 두 번째 외국인 투수를 설명한 단어다. 전력 보강에 의지가 확고했던 kt는 눈을 높였다. 이름값있고 압도적인 선발 투수를 미국 현지에서 찾았다. 메이저리그 윈터 미팅에서 이름이 오르내리는 투수들이 대상이었다.

동시에 kt는 이렇게 말했다. "플랜B는 돈 로치입니다."

로치는 지난 시즌 최다패 투수. 28경기에서 4승 15패 평균자책점 4.69를 기록했다. 단 후반기만 놓고 보면 다른 투수다. 전반기에 평균자책점이 5.72였는데 후반기엔 3.46으로 낮아졌다. 리그 8위에 해당한다. 스트라이크 존에 적응하고 김진욱 감독의 조언을 들어 커브 비율을 늘리는 등 완급조절을 익힌 결과다. 김 감독은 시즌 말미에 "로치의 투심 패스트볼은 리그 최고다. 완급조절도 배웠다. 다음 시즌 같이 하면 좋을 것 같다"고 밝혔다.

kt는 로치를 보류 선수 명단에서 제외하지 않았다. 새 외국인 선수 영입이 안됐을 때 로치와 재계약하겠다는 뜻이었다.

그러나 kt의 플랜B는 로치가 아니었다. KBO 리그 최장수 외국인 투수 더스틴 니퍼트(37)였다. kt 관계자는 지난달 초 니퍼트가 두산과 재계약이 결렬됐을 때 많은 나이 때문에 영입 의사가 없다고 선을 그었다. 니퍼트는 로치보다 9살이 많다. 연봉은 니퍼트가 210만 달러, 로치는 85만 달러에 불과하다. 그런데 후반기 평균자책점은 로치가 니퍼트보다 낮다. 성적과 동시에 육성을 꾀하는 kt의 외국인 투수 상으론 로치가 적합하다. 

kt 스카우트 관계자는 "A급으로 분류를 해 놓은 투수 3명과 협상을 했는데 이들이 메이저리그 팀과 계약을 하면서 무산됐다"며 "니퍼트는 한국 야구에서 오래 뛰었고 검증이 된 투수다. 경험이 많고 여유가 있다. 반면 로치는 올해가 더 나을 수 있지만 아직 적응 문제가 남아 있다는 점에서 니퍼트를 선택하게 됐다"고 말했다. 김 감독은 "로치와 니퍼트를 놓고 시뮬레이션을 했는데 니퍼트가 더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설명했다.

게다가 니퍼트가 몸값을 낮춘 점도 한몫했다. 지난해 210만 달러를 받았던 니퍼트는 규약에 따라 두산과 재계약하려면 원래 157.5만 달러를 보장받을 수 있었다. 게다가 니퍼트의 에이전트시는 '협상의 달인' 스캇 보라스가 운영하는 보라스 코퍼레이션이었다. kt는 니퍼트가 나이에 비해 몸값이 비싸다는 점에서 일찌감치 영입 대상에서 배제했다. 그런데 니퍼트가 스스로 몸값을 낮추고 들어왔다. 시장에서 니퍼트를 찾는 팀이 없었고, 니퍼트 본인이 현역 생활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다. kt는 불과 100만 달러에 니퍼트를 품었다. 

또 니퍼트와 김진욱 감독은 2011년부터 3년 동안 함께 했다. 그해 니퍼트가 두산에 새 외국인 투수로, 김 감독이 두산 신임 사령탑으로 부임했다. 니퍼트는 2011년 15승, 2012년 11승, 2013년 12승으로 김 감독의 확실한 오른팔이 됐다. 니퍼트가 두산과 협상이 결렬됐을 때 은사와도 같았던 김 감독을 찾았던 것도 연결고리가 있었기 때문이다.

김 감독은 "두산에서 같이 있었을 때를 기억하면 인성도 좋고 워낙 자기가 해야 할 일을 잘 아는 선수다. 나와 니퍼트가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서로 조금 더 편하게 다가갈 수 있을 것이다. 김 감독은 "니퍼트가 지난해 좋지 않았지만 올해는 충분히 안정적으로 될 소지가 있다. 기복이 있었지만 올해는 더 괜찮을 것"이라고 확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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