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윤규진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선발로 고정되니 너무 좋아요. '내일은 뭐 할까, 모레는 뭐 할까'라는 계산이 섭니다. 컨디션을 관리할 수 있어요. 꾸준히 하고 싶어요."

지난해 8월 한화 오른손 투수 윤규진의 말이다. 2003년 데뷔한 윤규진이 프로 12년 동안 쌓은 통산 성적은 40승 37패 37홀드 30세이브. 지난 12년 동안 보직이 자주 바뀌었다. 불펜으로 출발했다가 시즌 도중 임시 선발을 맡는 일도 잦았다. 따라서 휴식일이 고르지 않았다. 윤규진으로선 루틴을 유지하기가 어려웠다. 그러나 내색하지 않았다. "인정받는 것 같아 좋다"고 공을 던졌다. 이상군 전 감독 대행이 미안하다고 했을 정도다.

그래서 지난 시즌 "앞으로 선발로 던지게 될 것"이라는 이 대행의 말에 윤규진은 설레고 반가워했다. "선발이 된다면 15승을 목표로 하겠다고 생각했다"던 그다. 윤규진은 선발로 돌아선 지난 시즌 후반기에 팀 내에서 가장 많은 선발 등판(11회)을 해 평균자책점 4.86을 기록했다. 알렉시 오간도(5.05), 카를로스 비야누에바(5.75)보다 평균자책점이 낮다. 올 시즌 유력한 선발 후보로 자리매김했다.

한용덕 한화 감독은 올 시즌 윤규진을 선발로 분류했다. 그러나 그는 "정확한 보직은 송진우 투수 코치와 상의해 결정한다"며 다른 가능성을 열어 뒀다. 팀 내에 선발 유형이 많고 확실한 오른손 투수가 없는 사정 때문이다. 한화는 제이슨 휠러, 키버스 샘슨, 김재영으로 3선발까지 확정했다. 남은 한 자리는 FA 협상을 하고 있는 안영명이 유력하다. 5선발 후보가 윤규진을 비롯해 여럿. 지난 시즌 꾸준히 선발 로테이션을 돌아 128이닝을 던졌던 배영수와 지난해 복귀한 김민우 여기에 김진영, 그리고 신인 김병현도 한 감독이 선발감으로 눈여겨보고 있는 투수들이다. 이태양도 재활하고 돌아오면 선발 후보다.

반면 불펜 전력은 약하다. 한화는 지난 몇 년 동안 오른손 불펜 투수가 고민이었다. 지난 시즌 송은범은 제 공을 못 찾았고 후반기에 등장했던 강승현은 제구가 불안하다는 문제점을 갖고 있다. 송창식 홀로 고군분투하다가 성적이 나빠졌다. 윤규진은 오른손 투수 가운데 가장 제구력, 구위가 좋다는 점 때문에 선발로 뛰다가 불펜으로 옮겨졌다. 한화가 윤규진 불펜 카드를 놓지 못하는 이유다.

윤규진은 이번 시즌을 마치면 생애 처음으로 FA 자격을 얻는다. 올 시즌 보직에 따라 시장에서 평가도 달라질 수 있다. 그의 보직은 팀에나 스스로에게나 중요한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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