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스캇데일(미 애리조나주), 김태우 기자 / 이강유 영상 기자] 타석에 선 타자는 말을 하지 않았다. 대신 손짓으로 뭔가의 메시지를 전했다. 마운드의 투수는 알았다는 신호를 보냈다. 18.44m를 사이에 둔 두 선수는 간단하게, 또 긴밀하게 소통하고 있었다.

투수는 오승환(37), 타자는 놀란 아레나도(28)였다. 두 선수는 21일(한국시간) 구단 캠프지인 솔트리버필드의 3번 구장에서 만났다. 라이브게임 일정이었다. 오승환은 이날 놀란 아레나도, 데이빗 달 등 동료 타자를 타석에 세우고 공 30개를 던졌다. 세트포지션에서 변화구를 중점적으로 점검했다.

라이브게임에 임한 타자들은 생각보다 적극적으로 방망이를 휘둘렀다. 대개 이맘때는 조금 지켜보며 투수의 공을 눈에 익히려고 노력한다. 콜로라도 타자들은 조금 달랐다. 히팅존에 들어왔다고 생각하면 그대로 풀스윙을 돌렸다. 아레나도도 그랬다. 조금이라도 가운데 들어오면 벼락같은 스윙이 나가곤 했다. 그 때문에 실전을 방불케 하는 연습이 이어졌다. 긴장감이 감돌았다.

속이기 위해, 치기 위해 노력한 두 선수였지만 동료애는 남달랐다. 아레나도는 첫 타석에서 오승환의 패스트볼에 크게 헛스윙했다. 두 번째 타석에서는 달랐다. 헛스윙도 한 차례 있기는 했지만 끝내 오승환의 공을 받아쳐 좌측 담장을 넘기는 홈런포를 터뜨렸다. 팬들의 짧은 함성이 들렸다. 오승환도 멀리 날아가는 공을 보며 놀랍다는 듯 미소를 지었다.

▲ 라이브게임 후 이야기를 나누고 있는 오승환과 아레나도
그때 아레나도는 오승환에게 뭔가를 조언했다. 말없이 손을 위아래로 흔들었다. 오승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런 아레나도는 마지막 훈련까지 도왔다. 마지막 2구는 좌우 타자 피치아웃이었다. 우타자인 아레나도는 피치아웃 훈련을 한 뒤, 마땅히 들어설 좌타자가 없자 직접 타석을 바꿔 서기도 했다. 덕분에 시간을 더 아껴 훈련이 끝날 수 있었다.

라이브게임이 끝난 뒤에도 다시 만났다. 아레나도가 오승환을 먼저 찾았다. 잘된 점, 그렇지 않은 점을 이야기했다. 생각보다 오래 의견을 주고받았다. 모든 의사소통이 끝나자 두 선수 모두 환하게 웃으며 다음 만남을 기약했다.

라이브피칭 후 오승환은 “손짓은 ‘조금 높다’는 의미였다. 그리고 체인지업의 궤도를 이야기했다. 아레나도가 체인지업이 좀 더 밑으로 떨어졌으면 좋겠다, 혹은 더 옆으로 휘었으면 좋겠다고 하더라. 나도 그 이야기를 들었다”면서 “모든 타자에게 적용되는 건 아니다. 타자들의 성향에 따라 나도 조금씩 다르게 생각을 할 수 있다. 공부가 된다고 생각한다”고 고마워했다.

어느덧 팀 내 최선임이지만 배움에는 연차가 없다. 오승환은 “타자와 이야기를 하다 보면 투수가 가진 생각과 타자의 생각이 다를 때가 있다. 나는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타자가 보면 높다고 생각할 때도 있더라. 그런 소통이 좋은 것 같다”면서 흐뭇하게 웃었다. 리그 최고 타자 중 하나인 아레나도의 조언은 오승환 시즌 준비에 좋은 자양분이 될 것이다. 체인지업을 집중 연마하고 있는 오승환이라 더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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