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티비뉴스=유현태 기자] "리버풀, 빅 클럽 아니야." 2014년 여름 영국 언론 '데일리스타'는 "리버풀이 카림 벤제마의 영입을 타진하자, 벤제마의 대리인이 벤제마를 유혹하기엔 리버풀이 충분히 큰 클럽이 아니라는 대답을 내놨다"고 보도했다. 국내에서 이 보도가 확대되면서 "리버풀 빅 클럽 아니야"라는 말이 최근까지도 유행어처럼 돌고 있다.
리버풀은 위르겐 클롭 감독과 '헤비메탈 축구'로 우승 사냥에 나섰지만 28일(한국 시간)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와 26라운드에서 1-3으로 패하면서 또다시 우승과 멀어졌다. 어느새 순위는 5위까지 밀려났다. 레스터전 시티전은 리버풀의 수비 문제를 단적으로 보여 준 경기였다. 정상급 수비수 보강이 없다면 리버풀은 벤제마가 이적하기엔 부족한 클럽으로 남을 수도 있다.
디펜딩 챔피언이 저력을 발휘했지만 리버풀의 경기력이 좋지 않았다. 경기 전까지 레스터 시티는 18위로 강등권에 있었고,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과 결별해 분위기도 뒤숭숭했다. 그러나 경기는 레스터의 것이었다. 이번 시즌 리버풀은 번리, 본머스, 스완지 시티, 헐 시티, 레스터 시티에 져 5패를 기록했다. 패배한 5경기에선 모두 2골 이상씩 실점했다. 본머스전에선 3득점, 스완지 시티전에선 2득점 하고도 졌다. 리버풀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문제는 수비다.
우선 세트피스에서 실점이 많다. 직접 코너킥이나 프리킥, 스로인이 크로스로 연결됐을 때 대처는 나쁘지 않다. 그러나 '세컨드 볼'에 대한 집중력이 크게 떨어진다. 경기를 망치는 날은 세트피스에서 선수를 놓쳐 내주는 실점이 많았다. 공에만 몰려들어 대인 마크가 느슨해지는 것도 문제다. 여기에 수비수들의 클리어링도 불안해 공이 골문 앞에서 혼전이 벌어질 경우 실점으로 연결되곤 했다.
'게겐 프레싱'의 특성상 라인을 높이기 때문에 수비 뒤 공간을 노출하는 것은 불가피하다. 실제로 리버풀이 경기를 뒤질 경우 한 번에 최종 수비 뒤를 노린 공격에 약점을 보였던 것도 사실이다. 리버풀의 중앙 수비수는 데얀 로브렌, 조엘 마팁, 라그나르 클라반이다. 기량이 괜찮은 선수들이지만 엄밀히 말해 세계 최고의 수비수 또는 리그 정상급 수비수는 아니다. 1대 1 마크에 강점이 있는 선수들이 아니고 침투 패스를 끊어 낼 정도로 영리한 선수들도 아니다.
세밀한 빌드업으로 역습 위기를 줄이기 위해 클롭 감독은 루카스 레이바를 센터백으로 기용하고 있지만 그는 제공권이 떨어지고 체격이 작아서 전통적인 중앙 수비수가 가져야 할 장점은 없는 선수다. 그러나 마팁은 레스터 시티전에서 연이은 패스 미스로 공격 전개에 김을 뺐다.
더구나 수비진을 이끄는 선수가 누구인지도 불분명하다. 클롭 감독이 도르트문트를 이끌 시절엔 수비진에 마츠 훔멜스라는 뛰어난 수비의 리더가 있었다. 훔멜스는 뛰어난 빌드업 능력까지 갖췄다. 리버풀에 필요한 선수는 훔멜스처럼 공수 양면에서 팀의 중심을 잡아 줄 선수다. 리버풀의 전술상 공격수와 미드필더가 적극적으로 수비에 가담하지만, 기본적으로 수비수의 기량이 뛰어나야 한다.
축구계엔 '수비가 강한 팀이 우승한다'는 말이 있다. 장기간 이어지는 리그에선 수비의 중요성이 무엇보다 크다. 수비가 강한 팀이 기복이 적기 때문이다. 골은 넣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더 쉽다. 공격은 주도적으로 상대의 약점을 찾아야 하는 반면, 수비는 상대의 공격에 대응하는 것으로 임무를 마치기 때문이다.
공격력이 강한 팀이 우승을 차지하는 경우를 심심치 않게 볼 수 있지만, 공격력이 강한 것이 곧 수비력이 약하다는 것을 의미하진 않는다. 지난 시즌으로만 눈을 돌려도 프리미어리그 레스터 시티(38경기 68득점 36실점), 프리메라리가 FC 바르셀로나(38경기 112득점 29실점), 세리에A 유벤투스(38경기 75득점 20실점), 분데스리가 바이에른 뮌헨(34경기 80득점 17실점)까지 모두 우승 팀은 수비력이 뛰어났다. 이들과 우승 경쟁을 펼쳤던 팀들도 경기당 실점이 1골에 미치지 않았다. 리버풀은 리그 26경기에서 33실점을 했다.
리버풀은 상위권에서 경쟁하고 있는 첼시, 토트넘, 맨체스터 시티, 아스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치른 8경기에서 4승 4무를 거뒀다. 이른바 '빅 6' 가운데선 최고의 성적을 올렸다.
리버풀은 나머지 5개 팀과 경기에서 많은 활동량을 바탕으로 끊임없이 압박하며 경기를 펼쳤다. 주도권 다툼에서 한 발도 물러서지 않았다. 더구나 라이벌전에서 집중력은 특별할 수밖에 없다. 그러나 모든 경기를 '노스웨스트 더비'처럼 치를 순 없다. 라이벌전에서 실점은 추격의 의지를 불태우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하위권 팀에 실점하면 서두르다 경기를 망치는 패인이 되기도 한다. 리버풀이 수비력을 높여야 하는 이유다.
리버풀은 잉글랜드 1부 리그에서 18번 우승, 유로피언컵을 포함해 유럽축구연맹(UEFA) 챔피언스리그 5회 우승, UEFA컵과 유로파리그 우승을 3회 차지한 빅 클럽이다. 그러나 1부 리그 우승은 1989-90 시즌이 마지막으로, 프리미어리그가 출범한 뒤 리그 우승이 없다. 강팀에 강하고 약 팀에 약한, 이른바 '의적 기질'이 우승 문턱마다 발목을 잡았다. 수비가 강해야 불의의 일격을 줄일 수 있다.
리버풀은 눈부신 역사를 갖고 있다. 더구나 리그 내 강자들과 경기에선 무패를 기록하고 있다. 공격적 축구로 팬들을 끌어들이는 매력도 있다. 그러나 성과가 없다면 그 모든 과정은 의미가 작아질 수밖에 없다. '우승'이라는 목표를 이루기 위해선 수비 안정이 시급하다. 리버풀이 빅 클럽이라면 수비와 공격 모두에서 뛰어난 기량을 뽐낼 '월드 클래스' 수비수를 스쿼드에 더해야 한다.
[영상] [EPL] 리버풀 느슨한 수비, 멀어지는 우승의 꿈 ⓒ스포티비뉴스 이강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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