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창사에서 무너진 한국 축구.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창사(중국), 유현태 기자] 최종예선 6경기를 치렀다. 한 경기도 시원한 승리는 없었다. 발전도 변화도 없었다. 중국전 패배 뒤 “변화로 러시아행을 이루겠다”는 슈틸리케 감독의 말은 신뢰가 가지 않는다.

울리 슈틸리케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 팀은 23일 창사 허롱스타디움에서 열린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아시아 지역 최종 예선 A조 6차전 중국과 경기에서 0-1로 졌다. 한국은 3승 1무 2패(승점 10점)로 A조 2위, 중국은 1승 2무 3패(승점 5점)를 기록했다.

완패였다. 세트피스에서 실점하면서 어렵게 경기를 치렀다. 손흥민이 결장했다. 경기장 분위기가 선수들을 위축시켰다. 그 어떤 것도 이번 패배를 설명할 순 없다. 변명의 여지가 없었다.

가장 큰 문제는 슈틸리케호의 전술적 문제가 해결될 기미가 없다는 것이다. 주장 기성용은 경기 뒤 믹스트존에서 취재진과 만나 “중국에 진 것도 많이 화가 나지만, 그동안 최종예선에서 우리 플레이가 좋지 않았다. 좋은 결과를 얻지 못한 게 이어지고 있다”고 말했다. 경기력 부진을 인정한 것이다.

▲ 슈틸리케 감독 ⓒ연합뉴스

슈틸리케 감독은 ‘점유율 축구’를 표방한다. 그러나 한국의 공격은 늘 답답했다. 점유율 축구도 결국 골을 넣고 승리하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슈틸리케호의 '점유'란 대체 무엇을 위한 점유인가. 

2000년대 후반 축구에서 '점유'가 화두가 된 것은 기본적으로 공격 기회를 늘릴 수 있기 때문이다. 동시에 수비적인 의미도 있다. 공을 소유한다는 사실은 상대의 공격 기회를 줄일 수 있다는 믿음이 '점유율 축구'를 등장시켰다. 여기서 돌아봐야 한다. 슈틸리케호는 공격 기회를 충분히 갖고 있는가. 그리고 상대의 공격 기회를 충분히 줄이고 있는가.

슈틸리케호의 공격은 빈약하다. 최종예선 경기에서 8골을 기록 중이다. 원정에선 골이 하나도 없다. 아시아축구연맹(AFC)에서 낸 통계에 따르면 한국은 점유율을 64.3% 기록했다. 그러나 중국과 한국은 같은 12개 슈팅을 기록했다. 유효 슈팅 수로 따져도 한국이 5개로 중국보다. 고작 1개 더 많을 뿐이다더구나 체감하는 공격의 날카로움은 중국 쪽이 더 뛰어났다. 한국이 완전히 중국 수비를 무너뜨린 적이 거의 없기 때문이다. 

전반 종료 직전 김진수가 구자철과 2대1 패스로 페널티박스까지 진입한 장면이 지공 때 중국의 수비 조직을 무너뜨린 유일한 장면이었다. 그리고 후반 14분 기성용이 중국을 가로챈 뒤 날린 왼발 슛, 후반 30분 남태희의 크로스를 받은 지동원의 헤딩 슛이 중국의 골문을 직접적으로 위협한 순간이었다.

냉정히 말해 슈틸리케호의 점유는 공격 기회의 증가를 의미하지 않는다.

동시에 상대의 공격 기회를 빼앗는다는 수비적 의미도 없다. 이미 유럽 축구계에선 결론이 난 명제와 다름없다. ‘점유율 축구’를 유행시킨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이끄는 맨체스터 시티도 ‘선 수비 후 역습’ 전술에 고전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공격을 위해 수비 라인을 높인 상태에서 실수를 했을 때, 최종 수비 뒤 공간은 역습에 매우 취약하기 때문이다.

카타르전에서도, 이란전에서도, 우즈베키스탄전에서도 역습에 실점했다. 실점은 전반 34분 코너킥 상황서 나왔지만 이번 중국 원정도 마찬가지였다. 중국의 짜임새 있는 역습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골문 앞에서 세밀하지 않았던 중국 공격수들이 고마울 정도였다.

역습은 수비수들이 가장 막기 어려운 상황이다. 정신없이 달리며 안정적인 수비를 할 순 없다. 최근 역습 축구가 득세하는 이유다. 점유율이 곧 슈팅 수로 이어지지 않는다. 공을 오래 잡고 있지 않아도 상대의 약점을 노린다면 '슛'과 '득점'이란 결과를 얻을 수 있다. 그것이 바로 중국의 전략이었다.

슈틸리케 감독은 "남은 4경기 동안 변화로 해법을 찾아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냉정하게 반문할 때다. 중국에 충격적인 패배를 당하고서야 변화를 이야기할 정도로 그동안 경기력이 좋았는가. 지난 2년 반 정도의 시간 동안 한국은 어떤 변화를 했는가. 월드컵 최종예선 5경기 동안 발견한 문제 가운데 중국전에서 해결된 것은 있었나.

그 어떤 질문에도 긍정적인 답변을 기대하긴 어렵다. 슈틸리케 감독이 한국을 월드컵으로 이끌 능력이 있는지 다시 고민해볼 때가 됐다. '변화'를 말로 하는 것은 쉽다. 그것을 현실로 만들 수 있는 사람이 바로 태극전사를 이끄는 '감독'이 되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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